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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뱅크 May 17. 2024

고인을 돌보지 않은 가족이 유산을 탐낸다면?

금융생활 가이드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85세 추리 소설 작가의 생일 파티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온 가족이 참석한 파티 이후 작가는 시신으로 발견되는데요. 사인은 미상. 사건을 맡은 탐정은 가족들을 용의선상에 올립니다. 탐정은 왜 가족들을 용의자로 지목했을까요?



아버지를 죽인 범인은

내 가족이어야 해


사실 가족들은 죽은 작가와 돈 문제로 갈등하고 있었습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셋째 아들이 책의 판권을 글로벌 OTT 서비스에 넘기자고 아버지에게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적이 있는가 하면 며느리는 자녀의 학비를 실제 필요한 것보다 많이 요청해서 뒷돈을 챙기다가 들키기도 했죠.


즉 가족들은 유산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을 만한 상황이었는데요.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내 가족이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이유는 하나. 많이 상속받기 위해서죠. 실제로 직계존속 살인은 상속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데요. 우리나라 민법에서도 고의로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을 상속 결격자로 규정합니다. 살해하려다 실패해도 마찬가지죠.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오로지 유산을 더 받기 위해서,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내 가족이길 바라는 사람들. 과연 이런 사람들이 아버지를 잘 살폈을까요?


탐정 브누아가 범인을 추리해 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간 지병이 있는 작가를 보살핀 가족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에요. 가족들은 그저 작가의 자택, 현금, 저작권 등 재산만을 탐냈을 뿐, 그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간병인 마르타만이 작가를 살뜰히 살폈죠.


이렇게 평소에 가족을 돌보지 않은 사람이 유산을 탐내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만약 <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배경이 한국이라면 어떨까요?


2024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습니다. 

유류분 제도는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들이 유산 일부를 상속받을 수 있게 한 제도인데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유류분 제도에 관한 법이 개정될 예정입니다.


즉, 앞으로는 가족의 도리를 다하지 않은 구성원이 고인의 유산을 가질 수 없게 하는 제도가 생기는 것이죠.



가족을 돌보지 않은 자, 유산도 없다


유류분 제도는 남아 선호가 강했던 1977년, 여성 등 가족 내의 상대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고인을 학대한 불효자까지도 유류분을 상속받는 부작용이 생겼어요. 영화 나이브스 아웃과 비슷한 사례들이죠.


재계에서도 이른바 '패륜 가족'을 상속에서 배제하는 법에 관심이 많은데요. 상속 여부에 따라 경영권 승계 구도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업을 잇기 위해서라도 윤리적으로 살아야 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일까요. 어쩌면 앞으로는 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의 분란이 크게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박창영
매일경제 기자. 문화부를 비롯해 컨슈머마켓부, 사회부, 산업부, 증권부 등을 거쳤다. 주말마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OTT 영화 리뷰를 연재한다. 저서로는 '씨네프레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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