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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뱅크 May 20. 2024

네이버가 만든 라인, 일본에 뺏길 위기라고?

머니&뉴스

<이슈 돋보기> 시리즈
'요즘 핫한 경제 이슈' 재밌게 들여다볼까요?


■ 오늘의 돋보기 요약

해킹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 지분 매각을 압박해요

한일 간 외교전으로 번지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네이버는 지분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은 미지수예요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은 일본, 대만, 동남아 지역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어요. 그런데 최근 네이버가 라인의 지분을 몽땅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라인 지분 내놓으라는 일본 정부


사건의 시작은 작년 11월. 일본에서 라인 이용자 약 44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은 네이버와 서버를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최초에 네이버 클라우드 서버가 해킹되면서 라인야후의 권한까지 해커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커졌죠.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민의 개인정보가 외국 서버에 보관돼 있는 것도 불안한데, 해킹 사고까지 벌어졌으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결국 일본 총무성은 작년 3월과 4월 라인에게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렸어요.

총무성은 라인이 네이버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고객사이기도 하지만 네이버의 자회사인 만큼, 문제가 생겨도 이를 제대로 지적하기 힘든 구조라고 판단했어요. 이에 구체적인 사이버 보안 강화 방안과 함께 네이버에 의존적인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는데요.

문제는 이다음이에요. 총무성의 행정지도에는 ‘자본적 지배관계 재고’라는 표현이 포함됐는데요. 쉽게 말해 모기업 네이버와의 관계를 끊는 걸 고려해 보라는 것. 네이버가 가진 라인의 지분을 팔라고 요구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조치예요. 하나의 사건을 두고 두 번이나 행정지도를 내린 전례가 없었을뿐더러, 기업 지배 구조를 놓고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한 경우는 정말 드물거든요.


비슷한 사례를 찾자면
미국이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에게 틱톡 매각을 요구한 것이 있어요. 겉으로는 미국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여기엔 미국과 중국 간의 적대적 관계가 바탕으로 깔려있죠.

역사 문제로 대립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분명한 우호 관계예요. 미국을 중심으로 손을 맞잡고 있는 우호국 기업을 상대로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건 큰 이슈죠. 그러다 보니 라인 사태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전으로 번졌어요. 나흘 새 ‘라인’의 포털 검색량도 15배나 급증할 정도로 한국 국민의 관심도 커졌어요.



소프트뱅크와의 합병, 패착이었나?


라인 매각은 단순히 일본 메신저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라인은 대만, 동남아를 포함해 전 세계 이용자가 1억 명에 달할 정도로 큰 글로벌 서비스예요. 메신저가 가진 플랫폼 영향력으로 금융이나 이커머스 시장 확장도 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향후 벌어들일 엄청난 미래 수익을 포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죠.

현재 라인을 지배하고 있는 건 A홀딩스라는 기업인데요. 이 회사는 3년 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과 야후가 합병하면서 세워졌어요. 5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3명이 소프트뱅크 몫으로 돌아가면서 경영권도 소프트뱅크가 행사하게 됐죠.

당시 라인은 2018년부터 이어진 오랜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어요. 게다가 간편 결제와 배달 시장에서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적자가 더 커질 위기였죠. 이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네이버가 손해를 줄이는 동시에 일본 현지 기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던 거예요.

이때의 합병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와요.
당초 기대했던 AI 분야 협력이 어그러진 것은 물론, 일본 총무성의 행정 지도 이후 소프트뱅크가 네이버가 가진 라인 지분을 사들이겠다며 압박 중이기 때문이죠. 이어 라인 이사회 내 유일한 한국인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도 이사회에서 제외됐는데요. 결국 이사회 전원이 일본인이 되면서 라인의 중요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없게 됐어요.



네이버 : 줄 수 없지!


▶ 네이버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에요.
13년 넘게 공들인 서비스를 하루아침에 빼앗길 수 없다는 판단인데요. 7월 1일까지 일본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조치 보고서에 지분 매각을 제외할 계획이죠. 다소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한국 정부도 지분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네이버에 힘을 실어줬어요.

▶ 네이버 노조도 지분 매각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요.
라인플러스, 라인페이 등 라인에 소속된 한국 법인 직원 2,500명의 고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이유인데요. 소프트뱅크의 손으로 넘어간 라인이 이들을 계속 고용할지 불확실하고, 최악의 경우 한국 법인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거든요. 그간 구성원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일본 기업에 넘겨줄 수 없다는 이유도 내세웠어요.

네이버가 입장을 정했다고 해서 상황이 끝난 건 아니에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여전히 지분 매각 협상을 이어 나가고 있는 데다가 일본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거든요. 다만, 국내 여론이 요동치는 한편 한국 정부까지 힘을 실어주면서 네이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시간을 번 상황이죠.




※ 이 콘텐츠는 2024년 5월 20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비즈니스/경제 뉴스레터 '데일리바이트'가 제공한 콘텐츠로 카카오뱅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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