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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YourFarmer Feb 16. 2017

먹어보면 바나나? 안바나나?

제주도에서 자란 제주산 바나나

희귀한 제주산 바나나

믿을 수 있는 국내산 바나나, 그 중에서도 제주에서 자란 제주산 바나나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국민과일 바나나가 다시 제주에서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너무 비싸고 귀했던 과일, 바나나. 따뜻한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바나나의 특성상 우리나라 기후 조건에서는 재배하기가 힘든 작물이었습니다. 그나마 따뜻한 제주에서 소량 재배 하기도 했으나 수입산 바나나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바나나는 가격이 싼 수입산으로 대체되었고 그때 이후로 제주의 바나나 농가들은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햇살 좋고 온난한 기후의 제주도 남쪽 서귀포에 유진팡농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김순일 농부님의 남편이 직접 지은, 보기만 해도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튼튼하고 따뜻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바나나를 비롯한 다양한 아열대 작물들이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우와~ 여기 제주도 맞아?

하우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순간 밀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우스 천장을 찌를듯 쑥쑥 자란 커다란 나무에 엄청 넓적한 잎사귀가 그늘을 드리운 모습은, 외국에 온 듯한 이질적인 풍경을 자아내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듭니다.
나무의 허리가 휠만큼 주렁주렁 열려있는 유진팡 농장의 초록빛 제주 바나나들. 톡 하고 건들면 초록색의 물방울이 사방으로 튈 것만 같은 싱싱함 그 자체입니다.
무농약으로 키우는 유진팡농장의 제주 바나나를 바라보는 김순일 농부님의 마음은 자식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과도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바나나 나무를 보며 그저 건강하게 쑥쑥 커주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바나나는

달고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맛있는 국민과일 바나나.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었던 샛노란 수입산 바나나는 해외에서 초록색일때 수확한 뒤, 인위적인 과정을 거쳐 비닐에 밀봉하여 숙성을 촉진시키는 에틸렌 가스에 의해 우리나라까지 먼길을 오는 동안 이미 상당히 후숙이 진행되어 노랗게 숙성된 상태로 우리와 만나게 됩니다.

내 곁에서 익어가는 진짜 바나나

제주, 유진팡농장에서 온 바나나는 낯설게도 초록색인 상태로 우리와 만나게 됩니다. 원래 싱싱한 바나나는 노란색이 아닌 초록색입니다. 나무에서 식탁까지 가장 짧은 시간에 만나는 진짜 우리 땅의 싱싱한 바나나.
바다 건너 대륙 건너 돌고 돌아 먼길 오느라 이미 노랗게 후숙 된 수입산 바나나가 아닌, 나무에 매달려있는 그대로 가장 싱싱한 상태의 초록색 바나나를 수확하는 유진팡농장 제주 바나나는 내 옆에 두고 천천히 후숙시켜 가장 맛있을때 먹는 신선하고 안전한 바나나입니다.

이러니 내가 바나나 안바나나

수입산 바나나에 비해 좀 더 부드럽고 향이 짙은 유진팡농장 제주 바나나는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담은 듯도 합니다. 처음부터 쨍 하고 노랗게 익은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 푸르스름하고 초록빛인 이것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연의 흐름에 따라 온도, 습도, 바람과 함께 자연스럽게 익어가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곳에 두고 며칠 기다리면 초록빛이 점점 옅어지면서 차츰차츰 그 자리를 노란빛이 채워갑니다. 슈가스팟이라고 불리는 검은 점들이 생기기 시작할때, 그때가 바로 가장 맛있을 때입니다.
부드럽고 달달하고 먹기에도 부담없고 먹는 기쁨까지 안겨주는 보통의 바나나에, 좀 더 짙은 향기와 좀 더 부드러운 식감과 직접 눈으로 익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좀 더 믿음직스러움이 더해졌습니다.

누구나 좋아하기에 누구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제주산 바나나를 생산하고 싶다고 말하는 김순일 농부님. 그녀의 바나나 하우스에는 그녀의 바람대로 우리 땅에서 자라는 우리 바나나가 하루에도 이만큼씩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먼길 마다않고 와주는 수입산 바나나도 좋지만, 나와 내 가족이 먹을 바나나이기에.. 나무에서 식탁까지 가장 빠르게 만나 신선하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제주산 바나나에 마음이 당기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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