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으로 만드는 수제 우리 먹거리 브랜드 - 우리곡간
위기와 기회는 늘 함께 온다고 하잖아요.
저에게는 2년 전이 딱 그런 시기였습니다.
2016년, 개인적인 사정으로 제약회사 마케터 일을 그만두게 된 서유하 대표. 야속하게도 얼마 가지 않아 아버지도 사고로 일을 하시기 어려워졌습니다. 거실에 둘러앉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생각난 건, 바로 엄마의 손맛.
우리네 어머님들이 그렇듯, 서유하 대표의 어머님 또한 음식을 대하는 정성만큼은 남달랐습니다. 어머님은 콩 하나를 볶기 위해 언제 올지 모르는 뻥튀기 장수를 기다리는 분이었습니다. 먹다 남은 백미 대신 좋은 현미를 골라 따로 누룽지를 구웠고, 밥상에 오르는 음식 중 직접 만들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서유하 대표에게 음식 사업은 낯설었지만, 엄마와 함께라면 자신이 있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맛있게 먹어온 엄마의 누룽지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것만 같았습니다. 위기와 함께 온 기회를 엿본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누룽지가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줄 몰랐어요.
엄마의 노하우를 하나씩 배우면서,
새삼 엄마가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누룽지는 남은 밥이 대충 눌어붙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대단한 정성이 필요했습니다. 딱딱하기만 한 백미 대신 바삭하고 고소한 현미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쌀눈을 살려 백미보다 칼슘과 인, 비타민 함유량이 월등하게 높은 오분도 현미를 직접 도정해야 했죠.
물에 불린 뒤 밥을 짓고, 다 지은 밥을 식히고, 딱 좋을 만큼 건조한 뒤에야 누룽지로 압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고온으로 한 번에 압착하면 고소한 맛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특허받은 제과기로 저온에서 3,4회 이상 압착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몸무게를 이용해 누르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큰 작업이었습니다.
원래 누룽지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던가. 더 쉽고 빠르게 만들 순 없을까. 하지만 서유하 대표의 어머님이 내세운 철칙은 완고했습니다. ‘음식만큼은 모든 공정을 직접 수제로 해야 한다. 빠른 것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그 철칙이 지금의 우리곡간을 만들었습니다.
유료 마케팅이나 광고를 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찾아주시는 분이 확 늘어나는 거예요.
입소문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밤도 자주 새웠어요.
누룽지 제작 공정을 체계화하고 브랜드를 준비해 2017년 12월 파주 야당 마을에 우리곡간 매장을 열었습니다. 마침 야당마을은 도시농부, 하우개 마을 등 우리곡간의 정체성인 Slow Life와도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수제로 정성 들인 누룽지. 좋은 재료를 선별해 맛과 식감이 좋은 누룽지. 그런 자부심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진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래 봐야 누룽지’라는 인식도 강했고,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어려운 아이템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까운 지인부터 하나둘 우리곡간의 누룽지를 맛보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주문량이 늘어갔습니다.
유료 마케팅이나 광고 한 번 없이, 순전히 입소문으로만 이뤄낸 성장. 서유하 대표의 어머님은 “원래 음식은 입으로 먹고, 입으로 전해지는 법이니까, 입소문이 제일 정직한 광고”라고 말합니다.
모든 공정을 수제로 진행하면서 당일 공정, 당일 생산이라는 원칙을 지키려다 보니 갑자기 늘어난 주문량을 감당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매장 오픈 6개월 만에 하루 최대 주문량인 100봉을 2배 가까이 넘긴 날, 남편과 아버님까지 모여 밤새 누룽지를 만들고 포장을 한 적도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서유하 대표는 공정을 간소화하거나 기계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답은 수제 작업이었습니다. 아무리 돈을 들여도 해결할 수 없는 것, 사람의 손이 아니면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밥이 된 정도를 직접 손으로 확인하고, 그날의 습도에 따라 건조 시간을 조절하는 것. 여러 차례 압착을 하며 최적의 두께를 확인하고 부서지지 않게 포장하는 것. 그런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수제로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곡간의 4가지 누룽지 맛은
4가지 건강을 준비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다 맛있고, 다 건강한 누룽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오분도 현미를 사용한 현미 누룽지와 더불어 우리곡간의 누룽지는 3가지 맛을 더 선보입니다. 타임 지에서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소개했던 귀리. 항산화 작용으로 피부 노화 예방, 두피 건강에 좋은 검정깨. 그리고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강황까지.
우리곡간 누룽지 특유의 바삭하고 촉촉한 식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재료의 맛과 향이 어우러지도록 수십 번의 배합으로 만든 4가지 누룽지. 맛과 건강을 동시에 만족하기 위한 우리곡간만의 방식이었습니다. 곧 신제품인 ‘코코넛 누룽지’도 출시 예정이라고 합니다.
누룽지로 시작한 우리곡간은 ‘곡식으로 만드는 수제 우리 먹거리’라는 가치를 위해 다른 제품도 출시했습니다. 특히 구운 서리태는 파주의 특산물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콩 장려품종인 파주 장단콩으로 만들어 크기와 맛이 월등합니다.
구운 서리태 이야기를 하며 “이것도 그냥 굽는 게 아니라, 진짜 정성이 있어야 되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서유하 대표. 수분을 머금으면 제대로 익지 않기 때문에 물에 씻지도 못하고, 삶은 면포로 5번 이상 일일이 콩을 닦아낸다고 합니다.
오븐에 굽거나 화로에 볶으면 겉모양이 망가질뿐더러 속까지 제대로 익지 않아서 맛과 향이 좋지 않은 서리태. 서유하 대표가 어린 시절 먹었던 그 맛을 재현하기 위해 진공 상태에서 구워내는 뻥튀기 기계를 사용합니다. 훨씬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지만, 여전히 우리곡간만의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들인 정성과 진심이
받는 분께도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마음은 표현할 때 의미 있잖아요.
포장도 우리곡간의 정성과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고급스러운 패키징은 우리곡간의 누룽지가 허투루 만든 것이 아님을 확실히 드러냅니다. 한 번에 다 먹지 않더라도 보관이 편리한 지퍼백 포장으로 편리함까지. 휴대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손색없는 패키징입니다.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고객층의 넓은 연령 스펙트럼이 보여주듯 우리곡간은 누룽지의 고급화와 대중화를 동시에 이끌고 있습니다. 전통에 얽매여 감각적인 표현을 놓치거나, 유행을 따르려 대충 만드는 누룽지가 아닌 거죠.
진부한 말이겠지만, 우리곡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초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었던 시절 둘러앉았던 가족의 초심.
수제로 정성 들여 만들어야 한다는 초심.
카카오메이커스에 우리곡간이 선보인 제품은 누룽지와 구운 서리태. 두 제품 모두 많은 사랑을 받아 누룽지는 9500건, 구운 서리태는 3500건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모든 공정을 수제로 진행하는 만큼, 카카오메이커스 고객분들을 위해 들인 시간과 정성만 해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죠.
갈수록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곡간. 서유하 대표는 진부하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로 ‘초심’을 말합니다. 어쩌면 서유하 대표보다 더 굳건하게 음식에 대한 초심을 지켜온 어머님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맛은 속일 수 없으니까, 맛을 속이려면 자신부터 속여야 하니까.
오래됐지만 여전히 가치있는 것, 익숙하지만 되새길 때마다 새삼스러운 것. 그러고 보니 누룽지야 말로 초심과 가장 닮은 음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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