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다시 읽기 (1)
예나 지금이나 급한 출근길에 택시를 잡는 건 쉽지는 않습니다. 카카오택시가 나오고 나서 호출 방법은 쉬워졌지만 택시가 필요한 순간마다 짜잔~하고 빈차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고,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택시 수급의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담긴 데이터들과 함께 풀어봅니다.
평소에는 빈 택시가 많이 보이고, 심지어 도로가에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던데 왜 내가 필요할 때 빈 택시가 없는 것일까? 내가 운이 없는 것인가?
이미 기사화된 내용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카카오 T 택시 호출은 약 23만 건에 달했지만, 같은 시각 배차가 가능한 택시 2만 6,000대뿐이었습니다. 대략 9: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만 택시를 잡아 탈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머피의 법칙이 아닙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겪는 불편함입니다.
날씨가 안 좋으면 택시 잡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모빌리티 데이터를 보면 폭우와 폭설 시 평소의 1.5배 수준으로 호출량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던 올여름에는 기온의 상승과 함께 택시 호출량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택시 수요가 증가하는 이런 악천후 상황에서 공급은 반대로 감소합니다. 폭염이나 혹한 같은 기온의 문제는 히터와 에어컨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폭우와 폭설은 안전운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운행을 꺼리는 기사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택시 수요를 일시적으로 증폭시키는 요인들은 많지만, 그에 상응하여 공급량이 늘어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수능일이나 연말 등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경우 일시적으로 부제를 해제하여 택시 공급량을 늘리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만 특정 날짜나 기간에 한정된 임시방편입니다.
택시 부제와 운행 시간에 대한 규정은 종사자의 휴식을 보장하고, 안전한 운행을 돕는 동시에 택시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조절을 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제도들이
'일률적인 공급’을 만들고 있습니다.
일정한 수의 기사가 그룹 단위로 돌아가면서 쉬고, 한번 출근하면 12시간을 꼬박 운행을 합니다. 그 결과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오전 8시 전후부터 자정 무렵까지 운행이 가능한 택시의 수(노란색 점선)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택시 호출 건수는 급격히 증가했다가 감소하고, 다시 오르기를 반복합니다.
동일한 패턴을 그리지 않고, 계속 엇박자가 나기 때문에 승객이 택시잡기 어려운 시간과 기사가 손님이 없이 배회하는 시간이 교대로 반복됩니다. 수급 불균형은 시시각각 변하는 이동 수요와 일정하게 고정된 택시 공급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와중에 택시 감차도 시행 중입니다. 택시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기사 개개인의 수익성 저하가 문제시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 면허대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정책입니다.
승객 입장에서는 택시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지만, 실제 데이터를 통해서도 하루의 절반은 배차 수요보다 대기 중인 택시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감차사업이 잘 시행이 된다면 공급과잉 문제는 해결되고, 낮시간 공차율(빈차로 운행되는 시간의 비율)도 감소하여 택시라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공급량은 일정 수준 감소하고, 출퇴근 시간과 자정 무렵 최고점에 달하는 수요와의 갭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바쁜 출근 시간에는 택시뿐만 아니라 버스도 지하철도 붐비고 공급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택시는 수송 가능한 인원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입니다.
택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동 수단이 필요한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택시가 안 잡히는 것이 아니라, 목적하는 곳까지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출근 시간에 버스도 놓치고, 지하철역은 멀고, 택시도 안 잡힌다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동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찾아봐야 합니다.
‘심야버스’는 대중교통이 멈춘 이후에 귀가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입된 ‘새로운 이동 수단’이었습니다. 원래 있던 버스이지만, 운행 방식을 바꿈으로써 이동의 불편함을 크게 줄였습니다. 그리고, 효과가 입증되어 지역과 노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카풀은 출퇴근 길의 자가용을 좀 다르게 이용하는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습니다. 카풀은 출퇴근 이동 수요의 패턴과 같이 움직이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물론, 출근길이라는 것이 지역과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어딘가는 또 이동이 불편한 곳이 있고, 출근이 힘든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고, 심야버스나 카풀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안 그래도 몸과 마음이 다 힘든 출퇴근길이 고민거리는 안되길 바랍니다.
1. 머피의 법칙이 아닌 수요와 공급의 법칙 (현재글)
3. 택시를 잘 타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