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초입인가, 한겨울인가. KV의 스탠스는?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에서 MI(Market Insight)를 담당하는 Aiden입니다.
2022년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모든 분들이 힘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 시간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최근 2년과는 달라진 2022년
올해를 전망할 때 2020~2021년과는 다소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일단 2020년에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많은 기업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높은 Valuation으로 투자를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한 기업도 다수 나왔습니다.
우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수월하고, 투자를 진행하는 VC 입장에서도 펀딩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손쉽게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로 지난해 결성 금액과 투자 금액은 각각 9조 2171억 원, 7조 6802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업체 수는 2130개에서 2438개로 성장하면서 모두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항상 VC 들의 마음 한편에는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높은 Value에 투자하는 것은 아닐까?', '이게 fair - value 일까?' 라는 고민을 했을 겁니다. 그 때는 모두가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했던 시기였고, 그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었으니 전체적으로 더 속도를 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22년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왔습니다. 저금리의 풍부한 유동성이 올해는 끝나고 금리 상승기로 진입하기 때문이었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으로 쇼크가 이어졌고 연착륙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으며, 빅 스텝-자이언트 스텝으로 이어지며 혹독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Nasdaq의 Bear Market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것은 역시 Nasdaq의 하락입니다. 왜 스타트업 생태계에 Nasdaq이 큰 영향을 미칠까 생각해보면 비슷한 기업이 많은 것도 있지만 스타트업들의 Valuation은 DCF, RIM 등과 같은 절대적인 지표를 활용도가 떨어집니다.(아무래도 많은 변수들이 들어가다 보니 가정치에 따라서 차이가 너무 많이 발생합니다. 유통 시장에서도 활용이 쉽지 않은 편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 지표를 주로 활용하다 보니 나스닥 기업과 비교를 많이 하게 됩니다.
실제로 US Venture Capital Index와 비교하면 더욱 그 상관관계가 두드려 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나스닥의 하락은 스타트업 Valuation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어두워진 경향을 보였습니다. 여러 VC Index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지표들이 고점 대비 50% 이상의 하락을 나타내고 있고 그 하락폭은 오히려 나스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Non-Profitable Tech Index
Nasdaq을 보다 더 큰 폭을 하회하는 이유를 저는 Goldman sachs에서 제공하는 'Non-Profitable Tech Index'에서 찾고 있습니다. 미국에 상장한 기업들 중 이익이 나오지 않는 Tech 기업들을 basket으로 담은 index입니다. 최근 지표를 업데이트를 해보아야겠지만 상반기에 이미 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기업이 코로나 수혜로 성장이 기대되면서 IPO 및 높은 Valuation을 형성하였고 저점 대비 큰 폭의 Valuation 성장을 보여주었지만 엔데믹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BEP를 달성하지 못했고 시장이 bear market에 들어가면서 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스타트업도 이들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탑 라인 혹은 핵심 지표의 성장에만 집중하면 VC에서 기존 라운드보다 더 높은 밸류로 투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전에도 BEP 달성은 향후 과제로 남겨 두었지만 최근에는 더더욱 늦추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VC 및 스타트업 들이 시장이 하락하면서 더 어려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스타트업은 death valley를 거치고 투자가 이루어지면 break even point를 지나서 회사가 성장한다고 얘기 하지만 2010년 중반 이후로는 스타트업의 BEP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의 유니콘을 보아도 흑자 전환을 했던 시기가 엄청 늦었거나 아직도 하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하락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고 '지금이 저점이다'라고 할만한 지표가 없다 보니 시장의 하락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이러한 추세는 단순히 '어디가 저점이다'를 논할 수 없고 결국 기업들의 수익성 및 체질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동안 저희가 해왔던 Valuation도 기존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건 후속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그럼 이어서 KV의 입장은 어떤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어떤 VC는 투자 속도를 늦추고 시장을 관망해야 한다는 곳도 있고, 다른 의견은 이번 기회가 좋은 기업을 싸게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전자의 이야기는 Series B 이후를 주로 투자하는 late - stage VC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고, 후자의 경우는 Seed - Pre A VC 투자자가 주로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은 실제 역사적으로도 비슷한 경향으로도 나타나는데요. 가장 최근의 큰 위기라 여겨졌던 2008년 금융 위기(코로나는 특수한 상황이라 제외할 경우) 이후 US VC의 Seed Funding의 경우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계속 투자 금액 및 건수가 증가해 왔습니다.
반면 US VC의 Series B의 경우는 큰 영향을 받고 회복에 꽤 시간이 필요했던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기 투자자들은 큰 영향 없이 계속 좋은 팀이면 투자를 하려고 하는 것 같고 후기 투자자들은 다소 주춤한 모양새입니다. 국내의 VC 펀드 성과 측면에서도 2009, 2010년에 결성된 펀드들의 성과가 다소 좋지 못하고 2016년 청산된 펀드들의 성과가 다소 부진한 것도 연관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희는 투자 스탠스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항상 상위 25%에 해당하는 펀드들은 2007년 이후 IRR을 넘는 좋은 수익을 거두어 왔기 때문입니다. 국내도 동일합니다. 금융위기 직후 결성되어도 기준 수익률을 넘는 IRR을 달성해 왔기 때문에 굳이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합니다.
사실 투자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펀드 청산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익률 편차를 만드는 것은 결국 회수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국내도 동일합니다. 저희가 펀드 청산 시점에 금융 시장 환경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새로운 시장에 투자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와 같은 Early Stage VC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10개를 투자하면 6개는 다소 부진한 혹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여도 하나의 Winner만 있다면 충분히 IRR을 올릴 수 있으니깐요. 다만 그 위너가 얼마나 큰 시장을 개척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반면 새로운 시장이 개화를 놓치고 다소 퇴보한다면 오히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최근 10년간 VC의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모바일 개화기의 공격적인 투자라는 것을 빼먹을 없듯이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아 투자를 하지 않아 새로운 영역 혹은 시장을 놓친다면 5~10년 후에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투자한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열지 못한다 하더라도 투자를 하지 못해서 뒤처지는 것보다는 더 나은 선택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가 디지털 헬스케어로 영역을 확장하고 최근에 로켓 발사체 관련 투자 검토도 계속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022년이 최근에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돌발 변수가 생기는 걸 피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들은 몸도 마음도 힘들게 한다 생각합니다. '언제 시장이 나아질 것이다'라고 예측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지금 스타트업을 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시장이라는 게 어떠한 요인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니깐요. 특히 Early-stage에 계신 분들은 꽤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으니깐 VC들의 문을 두드려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엔 중간에 말씀드렸던 수익성 + Valuation 관련해서 다시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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