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지뢰밭?!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에서 MI(Market Insight)를 담당하는 Aiden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게 되었네요. 다시 새로운 글로 종종 찾아 뵙겠습니다.
저의 경우 전 직장이 증권사의 리서치 센터였고, 증권업의 중심인 여의도에서 VC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곧 이직을 한지 약 4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너는 왜 창업을 하지 않고 VC를 하는 거냐?' 입니다. 아무래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스타트업이 쉽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 몇년간 '00억, 000억 투자 유치' 등의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창업만 하면 수백억 밸류를 쉽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2018년 이후 VC의 투자 환경은 더욱 좋아졌고 GDP 대비 0.15% 이상의 투자 활동이 이뤄지면서 투자 환경이 개선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Series A 투자 유치에 이미 펀딩 금액이 100억 원을 넘는 기업들도 1년에 10개 이상 탄생하고 있고, 한 해에 두 개의 투자 라운드가 열리는 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 라운드에서 다음 라운드까지 1년 반에서 2년 정도의 시간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점점 그 기간이 짧아지는 느낌입니다.
여전히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팀들은 많고,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십억 이상 투자 유치를 했지만 결국 폐업 혹은 데스밸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팀들도 많습니다. 소상공인도 포함되어 있지만 국내의 경우 5년차 기업의 폐업률이 70.8%에 이르고 있고 OECD 평균보다도 높은 폐업률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스타트업의 실패 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1) 자금 조달 실패, 2) PMF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여전히 펀딩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보면 초초초 Early stage(요즘 너무 early stage를 표방하는 투자자가 많아서...) 투자자인 KV가 책임감도 느끼고는 합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향후에 다시 한번 다루어 보겠습니다.)
사실 오늘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일반적인 얘기를 할려고 한 것은 아니고 외부 변수에서 오는 위기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스타트업을 사업의 큰 범주로 본다면 사실 팀 입장에서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의해서 위기가 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표님이 창업을 하고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고민하고, 저희가 투자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논의하지만 의외로 외부 변수에 의해서 회사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규제가 생길 수도 있고 표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2년간 가장 외부 변수는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상황일 겁니다. 그 당시에 저희 패밀리사에게 끼칠 영향을 조사하고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던 것들을 이미 말씀드렸는데요.
이제 엔데믹 시점이 되니 위기를 기회로 잡은 팀도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아무래도 여행업 인 것 같습니다. 또 저희가 투자 하지 않은 스타트업들도 각자의 대처법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생각됩니다. 많은 팀들이 해외 여행에 집중하고 있던 것들을 국내 여행으로 집중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여행 상품 및 액티비티 등이 발굴되기도 하였습니다.
저희 패밀리사인 트립스토어의 경우도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국내 시장에 집중하였습니다. 하지만 트립스토어 인력 구성 및 회사의 DNA상 이는 타사 대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펜데믹으로 인해 어려워진 여행업 산업 구조 변화에 집중했습니다. 여행업은 20-30년간 고착화 되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여행사, 항공사, 랜드사, 숙박업체 들이 복잡한 이해 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 내에 플레이어들과의 협업이 제한되고 특정 채널을 통해서만 상품을 공급 받는 등의 어려움이 존재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여행이 올스톱되자 이 과정에서 트립스토어는 새로운 채널들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단순히 여행사의 패키지 공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고, 향후 해외 여행 시장이 본격화 될 경우 다양한 형태의 여행 상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기존의 프로덕트가 전혀 의미가 없어지면서 MAU 100만이 넘던 서비스는 거의 유저가 오지지 않는 서비스가 되어 버렸으며, 마케팅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면서 인원 배치에 대한 재조정 등을 거치는 등 어려움이 존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대표님들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돋보이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시도가 시장에서 충분히 관심을 받으면서 작년에 코로나 속에서도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타트업이 위기 없이 한 번에 성공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팀들이 대부분 위기를 겪고 이 과정에서 어쩌면 옥석 가리기가 이루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희 패밀리사에 후속 투자자를 연결해 드림에 있어서 지표와 PMF 측면도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하지만 의외로 초기에 투자했던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하게 소통하는 것중에 하나가 리스크 관리 입니다.
저희가 후속 투자자에게 전달 드리고 또 검토하는 것들을 이름 붙이기를 Full recording investment 라고 얘기하는데요. 여기에는 제품/서비스 출시 전 및 출시 초기에 개발 과정 중 팀과 공동창업자의 역량, 계획 수립 후 개발/출시 일정을 맞추는 역량, 초기 완성도 및 피드백 루프 구조 등도 포함 되지만 데스 벨리에서 위험 관리 역량, 조직 관리(팀원 이탈 등) 역량 등도 중요하게 보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일반적으로 재무적 관점, 산업 전망 및 경쟁사 분석, 조직도 및 인력 현황 등을 검토하는 것을 저희는 Snapshot 검토라고 얘기 하고 있습니다. )
스타트업은 항상 위기의 연속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보는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리스크 관리 측면입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들이 쌓여서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고생하는 창업자 분들을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