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벤 마피아 시리즈03_ 장승룡 카카오벤처스 이사
안녕하세요. 카벤 마피아 시리즈 세 번째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장승룡 카카오벤처스 이사(Eddie)가 글을 써주셨습니다. 카카오벤처스의 밸류업(value-up), 밸류 애드(value-add) 관점에서 정리해 주셨습니다. 카카오벤처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인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는 스타트업과의 투자 마지막 10분을 남기고 스타트업 대표님께 카카오벤처스에 궁금한 점은 없는지 꼭 여쭤봅니다. 그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카벤은 어떤 밸류 애드를 해주시나요?”인데요. 이 질문이 나올 때마다 하나라도 더 설명하고 싶어서 열변을 토하느라 매번 정해진 미팅 시간을 넘기곤 합니다.그래서 이번 글을 통해서 카벤이 패밀리사에 대한 ‘밸류 애드’를 어떤 관점으로 대하는 지를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카벤이 하는 업은 ‘벤처투자(VC)’이지만, 일하는 방식은 ‘VC’라기보다 ‘스타트업’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이를 가장 비용효율적으로 푸는 조직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요. 이런 관점에서 카벤은 ‘패밀리사(타 VC의 ‘포트폴리오’)’를 고객으로 하며, 그 고객이 가진 니즈를 가장 효율적으로 푸는 것에 집중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특이하게도(그리고, 의도한 대로) 카벤 패밀리사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카벤이 1) 소프트웨어를 통한 혁신을 이루고 있는 2)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를 하기 때문인데요. 그런 이유에서 패밀리사가 갖고 있는 니즈 역시 공통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 채용에 힘들어 하고, 그로스해킹에 막막해 합니다. AWS와 같은 클라우드 서버 비용이나 PG수수료를 부담스러워 합니다. 좀 더 나아가면, 어떻게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후속투자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도 많으시죠. 이렇듯 패밀리사가 갖고 있는 다양한 니즈들이 바로 카벤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됩니다.
카벤은 패밀리사의 이러한 공통 니즈가 발견될 때마다 자발적으로 구성원들끼리 TF를 만들어서 해당 니즈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곤 합니다. 지금도 세어보니 12개의 TF가 돌아가고 있네요.
그리고 여느 스타트업이 문제를 푸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린스타트업" 방식을 채용합니다. 먼저 고객의 니즈를 인터뷰/설문조사 등을 통해 구체화 시키고, 이에 대한 나름의 가설을 세운 후에, 해당 가설에 대한 테스트를 해서, 가설 검증이 성공했을 때 이를 프로덕트화 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이렇게 하나의 사이클을 돌 때마다, 많은 레슨들이 내부적으로 쌓이는 것은 덤이고요.
패밀리사가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니즈는 바로 '채용', 그 중에서도 ‘개발자 채용’입니다. 이를 위해서 "채용 TF"를 만들었고, 1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운영하면서 패밀리사의 채용에 관한 문제를 집중해서 풀었습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잡매칭 플랫폼의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었습니다. 저희의 가설은 ‘초기 스타트업은 브랜드 파워가 약해서 잡매칭 플랫폼의 전환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카벤의 브랜드를 빌려주면 전환율이 높아질 것이다’였습니다. 이에 대한 실험으로 원티드에 ‘카벤 패밀리 테마관’을 만들어서 배너광고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전환율이 기존 대비 확연히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가설이 검증된 거죠. 그 후 해당 이벤트를 상시화 했고, 반기마다 진행된 카벤 테마관은 많은 수요로 인해 현재 분기마다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패밀리사가 갖고 있는 '주니어 개발자 채용 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은 개발자 교육 기관과 패밀리사들을 연결시키는 방법이 유효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각종 개발자 교육 서비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찾아다니면서 각종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을 반복할수록 단순 매칭으로써 채용 문제의 핵심을 건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채용 문제를 해결할 핵심 솔루션은 ‘채용이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다뤄야 하는지’, 나아가 이를 위해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멘탈 모델을 갖는 것이란 생각으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카벤 패밀리사 중 채용 문제를 가장 잘 풀고 계신 12개 회사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들을 노하우를 집대성한 ‘카벤 채용 가이드북’을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카벤에는 ‘쉐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라고 내부적으로 부르는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리소스들을 카벤이 더 싸게, 그리고 더 잘 소싱하도록 돕는 일을 총칭합니다.
많은 카벤 패밀리사들은 클라우드 서버를 쓰고, PG 서비스를 이용하며, 공유오피스에서 일하고, 종종 법률/특허에 관해 골머리를 앓습니다. 이런 리소스들을 소싱하는 과정에서 각 패밀리사들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낮은 협상력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카벤 패밀리사들이 합친다면 협상력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카벤 팀은 발로 뛰어가며 다양한 업체들을 찾아다녔습니다. 클라우드 서버 업체들과 협상해 적지 않은 규모의 크레딧을 받아오고, PG 업체들과 협상해 가장 낮은 PG 수수료를 보장받고, 다수의 공유오피스 업체와 협상해서 더 좋은 조건을 제공받습니다. 또한 검증된 평판과 실력을 보유한 법무법인, 특허법인을 선정해서 패밀리사를 위해 장기적으로 파트너쉽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현재도 카벤은 패밀리사의 다양한 양질의 리소스 소싱을 위해 발로 뛰고 있습니다.
어떤 니즈들은 카벤 내부적으로 풀기 어려운 영역들도 있습니다. 사실 내부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영역이 더 많습니다. 이러한 난제들을 풀기 위해 카벤은 외부 현업 전문가분들과 협업을 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각 영역에서 현업으로 활동하는, 그리고 실력과 평판을 인정받은 다양한 전문가들을 찾고, 그 분들을 카벤의 ‘밸류업 파트너’로서 모시고 있습니다. 카벤 패밀리라면 카벤의 지원 아래에 그로스해킹, 조직관리, PMF 등과 같은 영역의 밸류업 파트너로부터 현실감 있는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지금도 패밀리사의 충족되지 않는 니즈가 있는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에는 밸류업 파트너 프로그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해외의 EIR(Entrepreneur in residence)과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카벤의 용어로는 VAP(Venturer at Port)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패밀리사를 도울 수 있는 스타트업 출신 현업 전문가를 카벤 내 일원으로서 맞이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두 분의 VAP를 모시면서, 새로운 방식의 밸류 애드를 테스트해보는 중입니다.
+ VAP 인터뷰 : https://brunch.co.kr/@kakaoventures/176
그 외에도 카벤에는 지면 관계상 말씀드리지 못한 수많은 TF들이 존재하는데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더 말씀드리자면, 그 중 하나는 ‘멘탈케어 TF’ 입니다. 최근 후속투자 유치가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심적으로 힘들어 하시는 패밀리 대표님들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기업의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카벤의 파트너이신 패밀리 대표님들의 심적 건강 역시 매우 중요하죠. 그래서 그들의 심적 건강을 챙기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보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는 ‘정기주총 TF’입니다. 많은 분들이 매년 도래하는 정기 주주총회라는 절차를 '요식 행위'로 생각하고 대충 무마하는 식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문제의식으로 타겟했고, 이를 바로 잡고자 만든 TF 였습니다. 내부적으로 정기주총에 관한 법과 판례, 다양한 실무적인 요소들을 공부해서 그 결과물을 ‘카벤 정기주총 가이드북’으로 만들어 배포를 하기도 했습니다.
카벤은 ‘패밀리사의 성장’을 가치제안으로 하는 스타트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추구합니다. (물론 글을 쓰는 저 자신도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랑할 것들보다는 아쉬운 것들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잘하자는 선언적인 의미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투자금 자체는 정적이잖아요. 하지만 카벤의 투자를 받고 카벤의 패밀리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개념을 넘어선다고 생각합니다. 패밀리사와 함께 성장하는 카벤을 파트너로 얻는 개념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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