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벤처스 Apr 25. 2024

상상력 넘치는 투자를 향해서

투자&(앤) 시리즈 ep1. 투자&상상력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 안혜원 선임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과 고민이 생겨서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부끄러운 2023년


저의 작년 한 해를 회고하자면, 기존 패밀리의 Value upOne Team으로 일하는 카벤 문화 만들기에 초 집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라고 하고, 투자 공격성이 적었던 한 해라고 읽습니다.)


2023 카카오벤처스 패밀리데이


혹시라도 외부에서 오해하실까봐 명확히 하자면, 카카오벤처스 내부에서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다만 제 마음이 편하지 않았나 봅니다. 근 1년간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으면서 패밀리들이 생존을 위해 어려운 길을 뚫는 과정을 옆에서 고스란히 보다 보니 새로운 창업가를 만날 때 소위 ‘안 될 이유'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때에는 연애를 시작하기 쉽지만, 많은 것을 알고 있는 30대의 연애는 시작조차 어려운 것처럼요. 23년의 저는 마음 속에 시장이 너무 작지 않아? 제품팀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걸? 등등 안 될 이유 100개 체크리스트를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더라고요. 최근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창업가와) 사랑에 빠진다”의 모드로 재진입했습니다. 일깨워주신 몇 분께 감사의 인사를 미리 전합니다.




상상력이 중요한 이유


긍정적인 상상력은 초기투자사의 정체성과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안 될 이유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초기에 투자할 근거가 참 적더라고요.


제가 서비스팀 심사역이 되고 얼마 안 돼서 따끔하게 피드백 받은 적이 있습니다. 동대문 도매 셀러들을 B2C 셀러로 만들겠다는 볼드한 아이디어의 팀이 있었어요. 저는 “한국선 성립할 수 없는 비즈니스다”라고 안 될 이유를 이야기했어요. 그때 한 분이 단호하게 “우리나라가 아니더라도 해외 셀러향으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해볼 수 있지 않냐. 그땐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냐?” 물었습니다. 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요. 여러 상상회로를 돌려봤을 때 불가능한 그림은 아니었거든요. 상상력이 부족했던 거죠.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좋은 방향 설정이 되었고요.



상상력 넘치는 투자를 향해서



잃어버린 상상력


근데 최근의 저는 기존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리스크들을 정립해나가고 해당 기준을 바탕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은 투자를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후기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맞물리는 매력적인 시장, 고속 성장하는 팀들의 프로파일 등…. 물론, 이런 기준들을 고려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리스크를 모르고 투자하는 것과 알면서도 투자하는 것은 정말 다르니까요.


다만 거기서 하나
빠져있는 게 있더라고요.  


상상력이요.  상상력을 펼치면 미팅이 정말 재밌어지는데 말이죠. 질문부터 “시장이 너무 작지 않아요?” 에서 “어떤 허들을 제거하면 시장이 커질까요?” 로 긍정형으로 바뀌어요. 그런 미팅에선 창업가도 신이 나시고 VC도 더 투자하고 싶어집니다.

(크흑, 저와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미팅을 하셨다면 미리 죄송합니다…)




홈런 타자가 되자


카벤러 중 상상력에 불을 붙여 주시는 역할은 아무래도 브라이언(카카오벤처스 장동욱 이사님)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투자팀 논의에서 “시장이 너무 작지 않아?” 라고 쉽게 포기하려 할 때 “팀이 잘했을 때는 정말 커질 수도 있는 시장은 아닐까?” 라는 코멘트를 하시곤 하는 거죠. (다른 카벤 투자팀 분들도 투심위에서 상상력을 같이 펼쳐 주시고 계십니다. 이 글을 빌어 크나큰 애정을 전합니다.)


브라이언이 인상적인 점은 그간 많은 투자 시행착오를 거쳐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처럼 될 이유가 하나라도 보인다면 과감한 의사결정을 꾸준히 해 오셨다는 겁니다.


제가 최근 딜을 검토하며 "이래서 어려운 싸움이에요" 라는 말을 유독 많이 했더라고요. 브라이언이 식사 자리서 고기(이라고 하고 술이라고 읽는다)를 먹이시다 굉장히 단호하게


앤은 홈런 타자인데 왜 안타를 치려고 해요!


라고 하시더군요.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옆에서 다른 팀원도 계속 제가 홈런 타자라고 계속 서라운드로 이야기하다보니 뇌리에 강하게 남더군요.


다음날 곰곰이 생각해보니 열 개 투자해서 두 개 대박이 나는 것이면, 안타를 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홈런을 치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막 배트를 휘두르자는 건 절대 아니고요. 다만 제가 경험 기반의 편견에 갇혀서 상상력만 발휘해보면 배팅할 수 있었던 기회들을 흘려보내고 있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사실 제 강점은 상상력에서 왔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24년도에는 상상력을 풀가동 해보려고 합니다. 

‘상상력’이 무엇인지 다음 글에서 좀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긍정적인 상상력이 무엇인지

2) 상상력을 올리기 위해 카벤러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카카오벤처스 안혜원(Anne) 선임



▼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의 인사이트가 더 궁금하다면



#카카오벤처스 #스타트업 #초기투자사 #벤처캐피털 #Kakaoventures #VC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