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대표 EO인터뷰
https://1boon.kakao.com/EO/60659c4cda64ea3b146d91db
그 중 재이가 꼽은 인상적인 내용 두 개를 꼽아봤습니다.
풀텍스트는 위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베이에서는 신규사업을 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예산을 안 줍니다. 일단 그냥 해보라고 해요. 정해진 예산보다 자유를 많이 주는 거죠. 국내 기업에서는 일단 보고하고 허락을 받아서 예산과 사람을 받고 뭐 이런 과정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계획상 10명이 안 되면 못하는 사업이라고 판단하면 그렇게 시작조차 안 되는 경우도 있고요.
이베이는 그러지 않고 전략만 있는 상태에서 일단 해보라고 합니다. 거기서 조금 뭔가를 만들어오면 "어? 되네? 더 열심히 해봐"라고 말하고 또 두고 봐요.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면 "예산이 좀 필요하겠네? OK"라고 해요. 한 번 해보게 하고 성과를 보고 예산을 주면서 스스로 열심히 일하게 되는 조직 문화가 강했던 것 같아요.
해외 기업과 또 차이가 있는 점이 실패에 대한 인식이라고 봐요. 만약 대기업에서 아이디어 발표를 하잖아요. 그때 많이 나오는 질문이 ‘비슷하게 하는 다른 곳이 있어?’, ‘어디가 성공하고 있어?’, ‘스케일이 나올까?’, ‘500억 원으로 안 된다’ 이런 식이에요.
저는 이런 문화적인 특징이 실패에 대한 비난을 두려워하는 데서 오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번 실패하면 그 사람을 완전히 패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시작할 때부터 뭐가 많이 들어가요.
반면 해외 조직 문화는 일단 해보자는 문화예요. 열심히 해서 실패했다고 하면 ‘그때 당시는 성과가 안 좋았네. 그래도 시도를 해서 배운 게 있으면 그걸 적용해서 다시 해보자’ 이런 루틴이 빨리 도는 편인 것 같아요. 왜 이게 가능하냐면 처음부터 들이는 리소스가 적기 때문이에요. 실패해도 괜찮고, 혼자서도 빨리해 볼 수 있는 구조인 거죠.
해외에서는 실패해도 ‘그 사람이 실패했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먹히지 않았던 것뿐이죠. 사람 자체의 실패가 아니니까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 방식을 인식하고 계속 일을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일에 대한 또 다른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지금까지 많은 회사를 만났고 투자했는데요. 이러나저러나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임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사업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그 사업을 이뤄내는 건 사람이더라고요.
커머스 사업을 한다고 해 볼게요. 커머스 분야 경력이 얼마나 되는지, 학력은 좋은지 이런 건 생각보다 별로 안 중요해요. 대신 빠른 학습 곡선, 맨땅에 헤딩할 수 있는 기질, 그리고 투자를 받은 다음에 반드시 마주하는 ‘데스밸리’라는 힘든 시기에도 끊임없이 집착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그릿(GRIT)* 정신, 이런 게 정말 중요합니다.
너무 열심히 했는데 사업 운이 없어서 실패한 경우도 있는데요. 저는 그걸 실패라고 정의하지 않아요. 제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경험으로 향상된 역량을 통해 이 대표님이 다른 사업을 창업하실 때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실패가 아닌 거죠.
대신 투자자로서 제가 정의하는 실패는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창업자가 대기업 같은 데서 좋은 자리를 제안받고 중간에 관두는 겁니다. 아니면 창업자가 도덕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데도 죄책감이 없을 때. 이런 때 실패했다고 봐요. 다시 말하지만, 사업 모델 영역은 생각보다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사람’ 그리고 ‘팀’이에요. 그게 바로 스타트업을 투자하면서 얻은 가장 큰 배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