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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Jun 30. 2021

사람은 '존중'을 기반으로 성과를 낸다

뿌리가 늦게 붙어도 크게 자라는 나무가 많아요!

최근 한 IT 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한 개발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좁게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문제일 수 있지만 넓게 보면 회사 내에서 건강한 조직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탓입니다. 사실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지라도 많은 기업에서는 조직원 간의 갈등, 성과 평가, 인사 정책 등으로 인해 조직 관리 차원에서 여러가지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오히려 조직 관리 문제가 전혀 없는 기업을 찾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건강한 조직 문화는 무엇이며, 이는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KV의 조직관리 부문 밸류업 파트너인 김효택 님을 만나봤습니다. 김효택 님은 넥슨에서 인사총괄을 담당했으며, 이후 두산 인사기획팀에서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한 적 있으며 현재는 모바일게임 개발사 ‘㈜자라나는씨앗’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Q. 조직관리란 무엇인가요?

A. 이건 수학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HR 총괄도 해 보고 직접 회사 운영도 해보고 하면서 느끼는 게 결국 조직관리는 ‘관계’인 것 같아요.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요. 그런 고민이 회사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느껴요. 관계를 쌓는다는 건 뭘까요. 경영학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에도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요. 사람은 기계와 다르다. 각각이 다른 여러 사람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느냐가 경영자의 책무라는 것이죠. 이건 곧 관계에 대한 말이기도 합니다.


Q. 관계를 잘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관계는 어느 한 순간 딱 생기지 않아요. 회사에 큰 기대를 갖고 입사했는데 건전한 관계가 안 쌓이거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회사에 크게 실망하는 경우도 많아요. 채용 자체가 불완전하니까 뒤쪽에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시간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좋은 지원자를 채용했다고 끝이 아니에요. 좋은 조직원을 뽑은만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잘할 수 있도록 해야 돼요. 


Q. 김효택님은 현재 스타트업의 대표이면서 인사관리자이기도 합니다. 예전 인사담당자일 때와 무엇이 다를까요?

A. 예전에 인사담당자일 때는 기능적인 관점에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채용 평가 HRM(인사관리) HRD(인사개발) 등. 오너 입장에서는 쉽게 생각할 때 성과를 내야 하는 주체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내가 어떤 도움을 주면 저 사람들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좀 더 넓고 깊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예전보다 훨씬 개인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알아가려고 해요. 이건 현재 저희 회사의 규모가 전 직원 17명 정도라서 가능한 측면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오너로서 경영 기조나 방향, 정책 등을 직접 구성원에게 설명하고 현장에서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애를 씁니다. 


Q. 최근 한 IT 기업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이미 어떤 전조나 징조가 있었다고 봐요. 하지만 일을 하기 위해서 나머지 것들이 다 무시된 사례인 거죠. 일의 진척이 최우선이고 성과가 최우선이라고 여긴 거예요.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조직원들이 이야기하고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반영이 안 됐어요. 결과적으로 회사의 잘못된 판단이었죠. 단기적으로 보면 회사의 성과는 매출이지만 매출에만 연연하다 보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손해가 발생하게 돼요. 장기적으로 구성원들이 업무에 대한 동기가 떨어지고 회사에 실망하게 되고 그러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거지요. 구성원의 동기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매출 감소만큼 혹은 그보다도 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조직은 그런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Q.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리더상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회사 규모가 커진다면 CEO가 아니라중간 관리자들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죠. 관리자라면 혁신적이고 성과지향적이고 전문적인 역량이 있어야겠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태도와 역량이 필수입니다. 이런 사람이 중간 관리자가 되고 매니저가 되고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Q. HR을 해보니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채용입니다. 평가나 보상보다 좋은 사람을 발탁하고 뽑는 게 가장 어려워요. 면접을 10번 본다고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을까요? 최대한 정성 들여 사람을 뽑으려 하지만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해왔던 일, 또 무엇을 성과라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많이 질문하고 사람을 뽑았습니다. 특히 일을 하다가 딜레마에 부닥쳤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봤어요. 예를 들어 업무성과가 뛰어난데 조직에 잘 융화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런 경우를 문제로 만들어서 성과를 택할지 사람을 택할지 그런 걸 봐요. 20년 전이라면 대체로 성과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지금은 좀 바뀌었을까요? 어쨌든 둘 중에서 무엇을 택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택하는 지원자를 뽑는지가 회사 경영자들의 기조이고 선택인 거죠. 사실 둘 다 중요합니다. 성과와 협업능력, 하나만 고를 수가 없어요. 하지만 굳이 둘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을 뽑자면 특히나 관리자의 영역에서는, 협업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먼저입니다. 


Q. 성과위주가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나요?

A. Z라는 회사가 있는데 성과가 아주 좋다고 칩시다. 재무적으로도 훌륭해요. 하지만 조직원에 대한 대우가 나쁘면 어떻게 될까요? 직원들의 성과가 나빠질 가능성을 포함해 이탈할 우려까지 높아지고 이 관계는 궁극적으로 고객과의 관계로까지 연결됩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영속을 목적으로 하는 곳입니다.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기업은 영속성을 추구하거나 영위할 수 없습니다. 


Q. 대표님도 이런 철학을 실천하시나요?

A. 신입이든 관리자이든 누구든 ‘착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어요. 착근은 ‘뿌리가 붙는다’라는 뜻입니다. 떡갈나무를 잘라서 화병에 심으면 1~2주가 지나야 뿌리가 나요. 그 다음에 흙에 옮겨심으면 크게 자라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뿌리가 나는 걸 착근이라고 하는데요. 나무에 따라 착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다 달라요. 떡갈나무는 2주면 되지만 다른 나무는 2달이 지나도 착근이 안 돼요. 그래서 제가 ‘얘는 죽겠구나’라고 하는데 갑자기 2달이 지나서 뿌리가 나더라고요. 뿌리가 늦게 났지만 엄청나게 크고 더 잘 성장하기도 하죠. 사람도 똑같아요. 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회사에 적응하는데 2달 걸린다고 하면 어떤 사람은 1년이 걸립니다. 보통 6개월은 걸리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래서 한 1년은 그 사람을 위해서 기다려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1년은 지나야 계산하지 않고 정말 잘 녹아들 수 있게 된다고 느끼거든요. 그 이후에도 계속 안 맞고 적응을 안 한다면 누군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붙여줘야겠죠.


Q. 1년 동안 적응 못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손해이지 않나요?

A. 제가 말한 ‘적응’이라는 게 출퇴근만 하고 일은 하나도 못 하고 그런 의미는 아니니까요. 일은 하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하나된 팀을 움직이는 케미가 아직은 없다는 거죠. 그런 ‘케미가 만들어지는데 1년은 필요하다’라는 뜻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조직원이 스스로 ‘여기가 우리 회사구나, 내 회사구나’라는 마음이 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지요. 그런 사람들이 회사에 적응하면 의욕적으로 일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새로 온 사람들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동료와 경영자가 계속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의 장점을 보게 되거든요. 처음에 기획자로 뽑았는데 알고 봤더니 마케팅에 자질을 보이는 친구도 있어요. 그 때는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마케팅 기회를 계속 주면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렇게 해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어떤 사람을 A라는 직무로 뽑았는데 3개월 동안 아무 성과가 없어요. 하지만 면담하고 여러 가지 기회를 줘가면서 강점을 찾아주고 부서를 바꿔주는 거죠. 그렇게 해서 날아다니는 친구들 여럿 봤죠. 


Q. 장점을 발견하고 그 능력을 발휘할 부서로 이동시킨다는 게 기존 조직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A. 강요하기 어려운 철학이긴 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친구가 새로 입사하면 기존 조직원들은 A에 대해 ‘새로운 식구가 왔구나’라고 생각해주고 바라봐줘야 합니다. 재능을 발휘할 부서에 TO가 없으면 부서나 역할 변동이 특히 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인력이 필요할 때 외부채용보다 내부에서 재능이 있는 사람을 발굴해 기회를 줘서 잘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합니다. 


Q. 대표님으로 조직원을 잘 알기 위해 어떤 제도를 운영하시나요?

A. 사실 조직이 커질수록 경영자가 개인에게 관심을 갖고 시간을 쏟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희 회사 규모 정도에서는 제가 일일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지만 이것도 굉장한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지요. 우리 회사는 다면피드백을 정기적으로 합니다. 이를 통해 조직원들의 강점을 찾아주려고 해요. 다면평가와 같은 의미인데 우리 회사에서는 다면피드백이라고 표현해요. 3개월 동안 동료가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 적게 합니다. 변화하거나 성장하거나. 좋은 것도 적고 나쁜 것도 적습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동료가 성장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도 함께 적도록 해요. 이런 내용을 모두 받아서 제가 각 조직원에 대해 이해하고요. 그 조직원에 대해 전달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약간의 마사지를 더해서 각 직원에게 전달합니다. 평가제도는 사실 그 자체보다 의도가 중요해요. 피드백을 받는 사람 위주인지 피드백을 하는 사람 위주인지. 피드백을 하는 사람 위주가 되면 곤란합니다. 피드백을 받는 사람을 위해서 더 고민해서 내용을 써내야 진짜 개선이 이뤄지는 거거든요. 내가 ‘누구랑 일하기 싫다’에 그쳐서는 안 되고요. 누구와 ‘함께 일하려면 이런 점이 개선이 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설명이 필요해요. 피드백을 받는 사람 관점이 되어야 하는 거죠. 우리 회사 피드백은 기본적으로 무기명입니다. 받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만점이 10점이라면 9 정도는 장점, 1은 다음 단계로의 성장을 위해 노력이 필요한 점에 대해서 개인에게 피드백을 해줍니다. "넌 이걸 못했어"라기보다는 "이번 분기에는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노력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주는 식이죠.



Q. 피드백 퀄리티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A. 일단 단순한 동료평가가 아니라 ‘상대방의 성장을 위해서 피드백을 해달라’고 취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평가에 대한 근거나 에피소드를 적어달라고 해요. 누가 열심히 일한다고 하면 어떤 경우에서 그런지에 대해 적어달라고 해요. 저는 피드백을 단순히 정량적으로 다루지 않으려고 해요. 정량적이라고 하면 ‘C가 실적이 안 좋네. 문제가 있군. 당장 어떻게 해야하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거든요. 근데 피드백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수준이나 강도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를 인지하고 피드백의 진정한 의미를 보려고 시간을 쓰죠. 


Q. 규모가 커지면 대표님이 하기가 힘드시겠네요?

A. 네. 이 시스템 자체는 규모가 커져도 유지될 수 있지만 제가 전부 다 할 수는 없겠죠. 회사가 커지면 제가 하는 역할을 HR전문가나 중관 관리자들이 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중간 관리자를 잘 선택하고 키우는 게 중요해요. 사람을 아끼고 배려하고 잘 키우는.


Q. 경영자의 메시지가 아래까지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중간관리자가 중요한데요. 좋은 중간관리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저는 ‘사람은 존중(respect)을 기반으로 성과를 낸다’고 생각해요.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를 빌드업하는 활동이 조직문화 혁신이라고 믿거든요. 저처럼 모든 오너나 대표들이 자신만의 이런 철학이 있어요. 이걸 모두에게 전파하려면 자신의 믿음을 중간관리자에게 잘 설명하고 설득시켜야 합니다. 반드시 경영자의 핵심 이념과 조직운영 방침을 중간관리자와 같이 나누면서 공감대를 가져야 해요. DNA 복제가 일어나듯. 이런 공감이 없으면 중간관리자들은 조직원 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바쁘다고 이런 데 시간을 쓰지 않으면 중간관리자들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행동해 조직에 손해를 끼칠 수가 있어요. 중간관리자 밑의 직원들은 경영자나 대표의 뜻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Q. 성과는 좋은데 소통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A. 투 트랙(two-track)으로 가야 하는 것 같아요. 전문가 코스와 관리자 코스. 조직에서 많이 하는 큰 실수 중 하나가 영업을 제일 잘 하는 사람을 조직의 리더로 만드는 경우에요. 조직의 리더는 영업 및 사업의 전체방향을 이해하고 사람들을 독려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해요. 특히나 자기가 전문가이고 성과가 뛰어난 경우 저성과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비슷한 업무를 할 때 자기는 쉽게 해냈는데 후배들은 왜 못하냐는 거지요. 자기가 잘하는 거랑 조직, 또 조직원이 잘 하게 도와주는 건 엄연히 다른 능력이고 역량이에요. 영업실력이 부족해도 조직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소통능력이라고 해서 말 많고 술 잘 먹고 친구가 많은 거랑 혼동해서는 안 돼요.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필요할 때 동료를 위해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후배 리더를 잘 육성하는 것도 좋은 선배 리더의 역할입니다. 


Q. 예시가 있을까요?

A. 야구 두산팀이 한창 잘할 때 보면 감독이 항상 두산 팀 출신이었어요. 다른 팀 선수가 아닌 꼭 두산팀 출신을 감독 시키는 거예요. 이걸 GE에서 배운 거라고 하더라고요. 좋은 신인을 발굴하고 선수로서 지켜보면서 코치와 감독을 할 역량이 있는지를 처음부터 계속 지켜봐요. 그런 기질이 있고 성향이 있는 사람은 안에서 성장시켜 주고 은퇴하면 연수도 보내줍니다. 그렇게 리더의 자질이 있는 후보군 리스트를 계속 유지하면서 리더의 풀(pool)을 갖고 있는 거예요. 결국은 조직을 관리 잘 하는 사람이 ‘관리자’인 거거든요. 선수 때부터 감독을 염두에 두고 지켜보고 육성하고 키워주는 것, 이게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사람과 조직을 관리하는 게 엄청난 ‘전문역량’인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성과를 내는 팀으로 만드는 것, 이게 바로 관리자이고 리더입니다. 


Q. 해외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제가 오너로서 벤치마킹하고 좋아하는 기업은 ‘픽사’입니다. 이전 픽사 CEO인 에드윈 켓멀이 쓴 책을 봤어요. 토이스토리2가 대박이 났잖아요. 토이스토리2를 만들어서 디즈니에 납품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내 시사회를 했는데 디즈니 임원들이 다 별로라고 해서 난리가 났다고 해요. 납품기일을 못 지키게 됐으니 계약을 깨냐 마냐 하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 때 에드윈 켓멀이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 했고 그렇게 해서 결국 작품은 초대박이 났죠. 그런데 책에서 에드윈 켓멀은 그 때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시간들이었다고 고백했어요. 다시 작업을 하자고 했을 때 야근이 일상화되고 집에 못 가기는 일쑤. 6개월여 간의 작업 시간이 지나고 병 들어 병원을 다닌 사람이 몇 명이고, 아파서 회사를 관둔 사람이 몇 명이고 자신을 떠난 사람이 몇 명인지 등. 그런 이야기를 해요. 또 직원이 일에 몰두하다 보니 차에다 아이를 두고 오는 바람에 난리가 났던 경우도 쓰여 있어요. 잠도 못 자고 일에 집중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다들 미쳐가는 거였죠. 에드윈 켓멀의 생각을 책으로 보면서 저도 ‘이렇게는 하지 말자’고 많이 생각해요. 우리 회사도 초기에 야근도 많았어요. 그런데 좋아서 저랑 같이 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지치는 것을 보면서 결국 ‘이게 다 부채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사람들의 수고를 부채로 당겨쓰는 건데 이게 너무 심각해지면 감당을 못 하게 되고 결국 파산하는 거죠. 그래서 사람에 대한 부채를 많이 안 지우려고 노력합니다. 


Q. 조직문화와 성과와 관련한 구체적인 연구 같은 것도 있나요?

A. 예전에 구글에서 조사한 내용이 있어요. 조직원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룬 건데요. 출신 대학, 적성, 부서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놓고 봤는데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다른 어떤 조건보다 ‘SAFETY’였습니다. 조직원들이 “나는 안전해” “무엇을 해도 나는 잘리지 않아”라고 여기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이렇게 느끼려면 사람을 단순히 성과를 내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인격적인 존재로 봐줘야만 가능한 거에요. 회사에서 조직문화를 고려해야만 하는 이유지요.


Q. 스타트업의 경우 창립자들끼리 엄청 열심히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 외부에서 관리자 자격으로 들어오면서 기존 멤버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타트업의 성장통 같기도 한데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 규모가 어느 이상으로 커지면 감내해야 하는 변화라고 생각해요. 보통 기업이 성장하면서 그 단계에서 변화관리를 쉽게 하려고만 하는데 그러다 보면 여러가지 문제가 곪거나 곪아 터지게 되는 것 같아요.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기존 사람들을 쉽게 버리고 그러면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외부 전문가는 필요하지만 그럴 때마다 기존 사람에 대해 적절히 배려를 해야겠죠. 제가 아는 유명한 기업도 이런 일을 겪었던 것 같아요. 그 회사는 회사의 역사와 DNA를 잘 아는 사람에게 조직에서 직접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지만 조언을 하는 역할을 새로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새로 온 사람에게는 의사결정을 하고 좀 더 스케일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많이 줬어요. 기존 조직에서보다 규모가 커지면 여기저기 작게 구멍이 날 수도 있거든요. 기존 멤버가 이런 작은 구멍을 누구보다 잘 채울 수 있죠. 이런 변화의 시기에 적절한 직위와 책임을 주고 그 일의 의미부여를 계속해서 주는 거죠. 조직구조를 유연하게 하고 새로운 역할에 대한 의미부여를 계속 해야 합니다.  


Q. 건강한 조직관리를 위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원이 가장 모티베이션된 상태로 일을 하는가’와 ‘그런 상태를 계속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입니다. 단순히 인센티브 더 주고 승진을 시켜주면 될 것 같지만 그건 아니더라고요. 단기적으로 성과가 좋은 개인에 1000만 원 더 주면 모티베이션 될 것 같은데 이걸 못 받은 나머지 조직원들을 생각해 봐요. 인센티브를 못 받은 다수가 실망하면 전체적으로 오히려 손해가 될 수가 있어요. 경쟁 기반의 자극을 통해 사람의 성장을 지향하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점도 필요하지만 그 때도 엄청나게 고민을 해야 하는 작업인 거죠. 최근에 구글이나 GE 같은 곳도 상대평가가 많이 없어졌어요. 


Q. 현재 대기업들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A. 일단 조직구조 자체의 한계가 있어요. 역할조직이냐 위계조직이냐 했을 때 기존 대기업들은 대체로 위계조직이에요. 그걸 역할조직으로 바꿔야 합니다. 평가나 교육도 조직 안에서 이뤄지는 거니까 조직의 구조가 먼저 바뀌고 그 다음이 평가방식의 변화겠죠. 위계조직은 상사가 결정하는 구조라면 역할조직은 역할을 맡은 사람이 책임지고 결정합니다. 호칭을 닉네임으로 부르고 영어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고 근본적으로 역할조직으로 변화하고 권한위임이 생겨야 합니다. 대표라고 모든 걸 다 하는 것, 부장이라고 모든 결정을 다 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내가 전문적인 부분은 역할조직에서 역할을 맡아 책임지고 결정하고 그렇지 않은 건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게 효율적입니다. 역할조직 안에서 조직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부여받으면 모두가 중요한 사람이 돼요. 각 역할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거기에서 동기부여가 오고 일의 기쁨과 즐거움을 찾게 되는 거지요. 그걸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A. 단기적으로 돈을 벌고 싶으면 상관 없지만 훌륭한 경영자가 되고 싶다면 ‘영속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당겨쓰고 사람들의 수고 따위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안 되고요. 회사가 계속 존속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조직관리가 꼭 필요합니다. 그 생각을 꼭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조직 성장의 필수 축은 ‘사람에 대한 철학’이라는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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