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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May 29. 2021

히스토리의 중요성

IT기업에서 하루하루 어휴 - 6편

이제 회사에 입사를 한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고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월급도 나오고 

우리 회사 팀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회의를 들어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하나가 있다.


히스토리


바로 히스토리의 중요성이다.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이 되었고

중간에 어떠한 이슈가 있었는지 

그래서 현재 이러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앞으로 우리가 또 어떻게 나가야 될지

어떠한 방법이 더 효과적일지 전략을 유추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회사는 그게 많이 부족하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는 알고는 있겠으나

큰 그림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아주 소소한 디테일만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통합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그래서 오늘은 그런 히스토리에 대한 중요성을 잠깐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먼저 히스토리라고 하면 다들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예전 일을 적어놓거나 기록으로 남겨놓은 것


그러다 보니 뭔가 엄청나게 크고 의미 있는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 일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오랜 시간 일을 했던 군의 경우에는

1년에 한 번씩은 "부대사"라는 이름으로 

각 부서별 또는 제대별로 해온 일들을 정리하고 이것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였다.


(참고로 이 작업은 정말 재미가 없고 지겨운 작업이다.

마치 어렸을 때 방학이 끝나갈 때에 그동안 밀린 일기장을 쓰는 학생의 느낌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컸던 사건,

아니면 부대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될 사건들은 더욱 자세하게 기록을 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당시의 날씨는 어떠했는지, 비가 왔는지, 비가 왔다면 얼마나 왔는지부터

참가했던 병사들은 물론

놓치기 쉬운 부분들까지 다 적어놨던 것 같다.

마치 그림을 그릴 때 극 사실주의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전역을 하고 난 뒤에 다녔던 회사들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이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내가 1년 6개월 정도 다녔던 회사는 

회사가 설립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에 

뭔가 기록으로 남기기보다는

그저 대표님의 머릿속에 남겨두려고 하는 것도 많이 보였다.


그에 비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창립된지 약 10년이 넘는다.

그런데 여기도 막상 회사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보면

그냥 단편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사업을 따왔다는 식의 정보만 나열이 되어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심도 깊은 내용을 보고 싶다면 딱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없고,

내부 인터넷망에서도 쉽사리 프로젝트 관련 정보를 찾아보려고 하면

어떤게 진짜인지 알 수도 없고, 자료도 이제는 너무 많아서 찾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

그러다보니 새로낸 아이디어를 전에 시도를 해봤던 것인지

알 수가 없기에 어떻게 보면 애매한 상황을 자주 마주한 것 같다.





그런데 먼저 내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히스토리..

역사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는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정리되어 있는 것이 있다면 

향후 무언가를 도전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쳐갈 때에 

똑같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번째는 누군가가 정리를 꼭 해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히스토리를 통해 우리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내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첫 번째 정리는 이미 사업 규모가 좀 있는 회사라면 잘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내고 만들어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현재 특성은 물론

예전에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를 누구보다 많이 고민을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덴티티는 이제 새로운 세대인 MZ세대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동시에 어떻게 전달을 할지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25사단에서 정훈 보좌관을 할 때 이런 일을 한번 해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기준으로 약 50년이 넘는 부대의 역사를 한 권의 책을 만들어보자는 지휘관의 지시로 시작을 했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컴퓨터 파일로 남아있는 부대사는 물론

타자기로 쓴 부대사,

그리고 손으로 직접 쓴 부대사까지 정말 오래된 부대사를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우리 부대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고

그를 통해서 정말 좋은 결과물도 만들어 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만든 것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아래 이것이다.



가장 좋았던 결과물이 아마 저 구호를 만든 거라고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매일 같이 사용하는 구호지만 구호를 말하면서

우리 부대의 역사를 생각할 수 있는 구호였고

이를 통해 모두가 하나 되면서, 한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히스토리라는 것은

단순히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지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일을 기반으로 우리 조직을 뭉칠 수 있게도 하고

때로는 뭉치는 원동력이 되어 힘든 상황을 타개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도 생각한다.



그럼 IT기업에서는 어떻게 적용이 될까?

IT기업에서 하는 많은 프로젝트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젝트의 히스토리를 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같은 팀원들끼리 실수를 할 확률을 줄여주는 것이고

히스토리에서 나오는 프로젝트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더 뭉칠 수 있게 해 줄 것이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현재의 성장에만 급급하기에

이런 부분을 자꾸 놓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기업이 커지고 나면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그 기업의 오너라면

오너는 적어도 어딘가에 적어놔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시간의 흐름에 기업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간을 내서 이런 작업을 하는 누군가가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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