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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Jun 12. 2022

동료와의 이별

IT 기업에서 하루하루 어휴 - 28번

오늘은 다소 무겁고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바로 친하고 같이하던 동료와 이별을 했을 때 

그런데 이 잃어버림이 단순히 이직이 아닌

그보다 더 큰 이별을 맞이했을 때의 이야기를 잠깐 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제 지금의 나이 38세

어떻게 보면 제 대다수의 또래의 경우 이 경험을 많이 겪지는 못 했을 겁니다.

자주 있는 나이도 아니고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첫 사회생활이었던 군에서부터 

지금 회사에서까지 

약 14년 정도의 가까운 시간 속에서 

몇 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하다 보니 

이제는 좀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단축되어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치 옛날 어른들이 해주셨던 이야기 중 하나인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이 말처럼 어떻게 보면 제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시간에 대한 필요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최근에 겪었던 일은 

좀 오래갈 것 같기도 하고

전역을 하고 난 뒤에 처음 겪는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IT 기업에서 오랜만에 마음이 잘 맞는 분이셨는데 

그렇게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한 게 좀 아쉽고 슬픈 마음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 분과의 추억을 조금이나마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글을 남기려고 한다.




일단 그분은 나와는 다소 다른 사람이었다.

직급은 나보다 높은 분이셨고

나와 같은 기획자가 아닌 개발자이셨다.

그러다 보니 기획자와 개발자는 친해질 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의 관계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처음 입사를 했을 때부터

나보다 직급은 높았지만

필요한 것은 없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그리고 대표를 대신해서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솔루션까지 많은 설명을 해주셨다.

덕분에 새롭게 회사를 오고 난 뒤에 정말 빠르게 적응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회사나 그렇겠지만 

개발자 출신인 대표와의 갈등으로 결국 그분이 먼저 퇴사를 하셨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분이 하던 프로젝트에서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대표와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갈등이 생겨서 퇴사를 결정했다고 들었다.

물론 그전부터 그런 조짐은 여러 번 보였지만

그래도 아무 말 없이 꿋꿋하게 잘 이겨내 가는 모습을 계속 보아서

저분을 보면서 나도 힘들 때 여기서 잘 버텨 가봐야지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다.

그분의 퇴사 이후 회사 개발팀은 크게 흔들렸고

전반적인 업무 추진에 대한 부분도 매끄럽지는 않았다.

그 결과 대표님이 직접 그 팀을 컨트롤한다고 하였지만

모든 부서의 업무를 직접 컨트롤하려고 하는 대표님의 업무 스타일 상

부장님만큼 꼼꼼하게 업무를 봐주지는 못하였다.


그분이 없던 3달 동안 

개발팀은 업무 성과를 내지 못하였고 

어떻게 보면 업무가 오히려 퇴행하는 모습까지도 보였던 것 같다.

그러던 중 그분이 다시 재입사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고 실제로 재입사를 하였다.

그렇게 그분이 다시 돌아온 이후 팀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그분의 재입사는 그 팀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왜냐하면 당시 내가 하는 프로젝트 중 일부를 가져가셔서 

업무적으로 내용이 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뭔가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사람이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그 분과 함께 3개월을 한 뒤 

이제는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에 가셔서 원치 않는 그런 이별을 맞이하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종종 그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해줄까?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기도 하면서

가장 원초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적어도 그 부장님만큼은 나에게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할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나는 좋은 사람이었을까?


때로는 어떤 사람을 힘들게도 했고

마음을 아프게도 하였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은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적어도 1명에게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그들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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