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광섭 May 28. 2022

갑도 아닌 을도 아닌 병의 이야기

IT 기업에서 하루하루 어휴 - 27번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는 


갑도 을도 아닌 "병"의 이야기를 잠깐 하려고 합니다.


글을 쓰기 전에 예전에 쓴 글을 전부 보다 보니 이미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더라고요.


갑을병정무, IT 업계에서 아웃소싱

(https://brunch.co.kr/@kakarman/127)


이 글인데요.

어쩌면 오늘은 그 글과 이어지는 이야기인 듯합니다.

그래서 오늘 글을 보시기 전에 그 글을 보면 좋을 듯합니다.




생각을 해보면 군에 있었을 때에는 민간인들과 업무를 할 때에는

갑을의 관계에서 보면 주로 갑의 입장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100%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군에서 필요한 사업을 발주를 내면 

그것에 선정된 업체가 와서 사업을 진행을 해주다 보니 

주로 저는 그분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고쳐야 할 부분을 알려주는 일종의 관리자 역할

즉, 갑의 위치에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시를 많이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제가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받는 경우는 많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역을 하고 일반 기업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제 갑의 위치에 있을 확률은 매우 떨어진 것 같습니다.

진짜 엄청 큰 대기업이나 다시 공무직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아마 다시 그런 위치에 가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어찌 되었든 오늘부터 할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 대학교에서 운영 중인 각 시스템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에 저희 회사가 참가를 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워낙 학교도 큰 학교이고

운영 중인 시스템도 워낙 많다 보니 저희뿐만 아니라 다양한 회사들이 모여서 다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총 8개의 회사가 모였고,

학교가 갑이 되었고,

8개의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사람도 많이 들어가는 한 회사가 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을과 계약을 한 많은 병 중 하나가 되었죠.


순수하게 계약 관계로서만 내용을 정리하면

갑과 계약을 한 것은 오직 을 하나이고, 을과 계약을 한 것은 많은 병들입니다.

그래서 계약 조건만 본다면

병들이 갑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할 필요는 굳이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을은 갑의 내용을 100% 다 이해를 하지 못하기에

을은 갑과 병이 직접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전체 내용을 가장 잘 알아야 하는 것은

갑을 제외하면 당연히 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을이 병을 앞세우고 한발 뒤로 빠지는 순간부터 진행되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병의 위치에 있는 회사들은 각자의 생각만 하고 그 방향으로 가려다 보니

결국 분쟁이 발생되고 일정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모습이 현재 제가 가 있는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모습입니다.

물론 병의 입장이다 보니 이게 틀리다 맞다는 것을 파악하거나 말하기는 쉽지 않은 입장입니다.

하지만, 뭔가 삐그덕 거리고 있다는 점은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갑, 을, 병이 다 모였을 때 더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병이 정리한 내용을 을에게 검토를 맡고서 갑에게 설명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병은 분명 갑에게 들은 내용을 정리하였으나

을이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병은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하지만 갑에게 설명을 하는 날 왜 마음대로 바꾸었냐고 이야기를 듣게 되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또 시간만 흘러서 일정에만 큰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을의 모습입니다.

을은 자신들이 방향성 수정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회피를 더 많이 하였고

일정이 미뤄진 부분에 대해서도 병의 책임을 돌리기 급급했습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을에게 가게 되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아직 종료가 되지 않았습니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저의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계약관계로 형성된 갑, 을, 병의 관계라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상호 간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야 상호 간에 생기는 오해와 문제를 잘 해결해 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면 이 오해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각자 다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진정한 리더나 중재자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 복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