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에서 하루하루 어휴 - 41번
먼저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연휴를 맞이하여 집에서 여유 있게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를 어느덧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팀장의 직책인 줄 모르고 지원을 해서 입사를 하였는데
팀장급 연차를 가진 사람이 없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팀장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대리 한 명에 모두가 1년이 채 되지 않은 사원들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남아있던 대리님도 제가 입사하고 다음 주에 퇴사할 예정이었으니
실제로는 팀원은 사원급 2명이 다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런 상황에서 업무를 시작하였고 한 명씩 한 명씩 사람을 늘려갔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저를 제외하고 대리급만 6명으로 사원은 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있고
그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가 입사했을 때 있던 직원들은 전부 다 퇴사를 하고
없어졌다는 점이 저에게는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업무를 나름 하나씩 처리해가고 있던 어느 날
대표님이 저를 따로 불러 중요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셔서 부장님이 어떤 분인지 간단한 이력 소개와
오시면 하는 일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대표님 말만 들었을 때에는 적어도 저보다는 풍부한 업무 경험이 있으셨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회사에서 새롭게 진행할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가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바로 다음 날 팀원들에게도 이 소식을 알리고
오면 같이 잘 일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물론 걱정도 있었습니다.
먼저 나이가 좀 있으시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팀원들은 가장 나이가 어리신 분이 이제 25살이 되시고
가장 많은 분이 나를 빼고 33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오시는 팀장님은 저보다도 10살 이상은 많으셨기에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해서 이끌고 갈 것인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업무 스타일도 걱정이었습니다.
저도 약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군 생활을 하고 난 뒤에 사회에 나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번씩은 군 스타일의 업무 패턴이 나오기에 이 부분을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새로 오시는 팀장님도 군은 아니지만
공무원 출신이다 보니 그런 스타일이 나왔을 때 팀원들의 반응도 궁금했고
어떻게 풀어나가실지도 궁금하기도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기대감과 걱정이 반반인 상태에서 그분이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자기의 본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역시나 상황을 많이 지켜보셨습니다.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많이 물어보셨습니다.
그래서 아주 잠깐이지만 제가 생각했던 걱정은
그냥 나만의 걱정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였고 조금씩 마음을 바꾸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단 둘이 먹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군에서 느꼈던 답답한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이야기만 하려는 모습과
흔히들 말하는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자꾸만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술이 들어가다 보니 조금은 편하게 이야기를 하신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분이 오시고 난 뒤 한 3주가 지난 시점부터
팀원들이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꾸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새로 오신 팀장님이 업무 지시를 하는데 좀 이상합니다.
왜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이야기도 안 해주시고 너무 강압적인 것 같네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제는 중간자 입장에서
부장님이 왜 그러한 이야기를 하셨을지 이야기를 해주면서
고민을 이야기한 팀원들에게는 새로 오신 부장님과 업무 하는 방식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해보자는 식으로 중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와 스타일이 많이 차이가 나기에 당연히 팀원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것 같다는 느낌도 충분히 받았으나
새로 오신 팀장님의 조기 적응을 위해서 이렇게 해주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진행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팀원들이 느끼는 것처럼 저도 그런 마음이 자꾸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왜냐하면 팀원들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차마 팀원들에게는 내색을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들에게 혼란을 줄 게 뻔하였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각 직원들이 하는 업무 태도나 능력에 대해 저에게 평가하는 말씀이었습니다.
물론 팀장이다 보니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이야기보다 더 마음에 그랬던 것은 이 이야기였습니다.
참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팀장을 할 때에도 같이 일하는 분들에 대한 평가는 제 마음속에서 혼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겉으로는 표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팀장인 내가 채워주고 방향성을 제시해 줘서
그것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팀장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제가 고생을 해서라도 그들이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계셨는데
단 기간 내에 이렇게 빨리 파악이 가능한가도 궁금한데
팀원들과 한 명 한 명 진지한 이야기도 해보지 않고 저런 판단이 맞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저에게만 하셨던 이야기입니다.
정말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기획 업무 총괄로 이 회사에서 가장 오래 있었던 사람인데
이 분이 입사하고 2주가 지나고 난 뒤에 저에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지 물어보니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쪽 업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그쪽 부서가 사람이 워낙 없다 보니 업무를 자주 지원해 드린다고 말한 것이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전혀 생각도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판단을 해서 제안을 하시니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이야기를 친한 전 회사 임원분과 이야기를 하니
그 말의 의도가 정말 오해이면 다행인데
아닐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잘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군에서도 짧으면 1년 또는 2년 단위로 제 위에 상관이 바뀌었습니다.
때로는 상관이 바로 오지 않아 제가 대신 그 역할을 한 적도 이미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러한 경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전역을 하고 난 뒤에 이런 일을 겪어보니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 저는 앞으로 어떻게 자세를 취하는 것이 맞는지
더 나아가 이 팀에 있는 게 맞는지
아니면 이직을 고려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는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 연휴를 포함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는 시기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 TV에서 방송했던 드라마 미생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나는 우리 팀원들에게 어떤 팀장이었을까?
과연 좋은 팀장이었을까?
이런 고민도 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