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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Jan 07. 2023

갑이 아닌 을에게 당하다..

IT 기업에서 하루하루 어휴 - 40번

어느 산업군이든 그렇겠지만 상품이든 서비스이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만들어내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기도 하고 많은 분야에 대한 준비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IT 프로젝트를 하는 우리 회사도 동일하게 많은 업체들과 같이 협력하면서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모든 프로젝트에서 항상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없다.

어떠한 회사는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큰 그림을 만들고 그것을 사용할 회사가 있는가 하면

그 프로젝트에서 메인 개발사로 참여하는 회사도 있기도 하고

메인 개발사 밑에서 일을 하는 또 다른 회사

그리고 그 밑에서 또다시 일을 받아서 하는 회사가 생겨날 것이다.

즉,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갑을병정과 같은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프로젝트를 나눠서 할 수밖에 없는 자세한 이유가 궁금하다면

아래에 내가 적은 내용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https://brunch.co.kr/@kakarman/12)


어찌 되었든 많은 회사와 사람들이 모이고 

거기서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생기기에

말을 한마디 하더라도, 메일을 하나 보내더라도 매우 조심스러울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특히 같이 일하는 구성원을 관리하고 그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PM 또는 관리자 입장에서는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년 여름부터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이 관계에서 큰일이 하나 발생했었고

오늘은 그 이야기를 잠깐 하려고 한다.





그 프로젝트를 간단히 소개하면

갑을병정의 관계를 기준으로 설명을 하면 우리는 정의 단계에 해당이 되었다.

을은 갑에서 만든 신생기업이지만,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아 업력은 매우 짧았다.

그러나 갑의 입장에서는 신생 기업 을을 키우기 위해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맡기게 되었고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도 맡기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을과 직접 계약을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도 당시에는 3년 차 작은 기업이다 보니 우리보다는 전면에 나서서 같이 일을 할 대기업을 찾게 되었고

그 기업이 을과 직접 계약을 하면서 병의 자리에 들어갔고 

우리는 다시 병과 계약을 해서 정의 자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참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우리가 해야 할 업무에 대해 

을이 어느 정도 내용을 정리해주기로 한 부분이 지연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그 내용이 오기 전에 어떠한 개발도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자 우리는 그쪽 담당자를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이야기하면서 일을 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요청을 했고

그 결과 온 담당자와 같이 1주일 일을 하였다.


을에서 온 담당자 분과 우리 쪽 기획 및 개발자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업무를 하였지만

서로가 이해가 되지 않고 어려운 부분은 여전히 있었다.

그래도 같이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은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분이 정리가 끝나야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이다 보니

우리는 당연히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을 하였고 그분도 같이 퇴근을 하였다.


그런데 그분은 을의 총괄 담당자에게는


정의 직원들은 칼퇴합니다.


이 한마디가 결국 큰 불화를 일으키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서 우리 쪽 기획 담당자에게는 을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팀장분이 전화가 와서


왜 약속한 기한을 제대로 맞추지 않느냐



라는 식으로 폭언을 하였다.

그리고 휴가 마지막 날 우리 쪽 기획 담당자는 나에게 전화를 해서

울면서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 모든 일이 내가 휴가를 간 1주일 안에 벌어져버린 일이었다.

그런데 하필 이때 병의 총괄 담당자도 같이 휴가를 가버렸던 시기였다.




일이 터지고 난 그다음 주 병의 총괄 담당자가 을의 총괄 담당자에게 

정확한 사과와 동시에 그동안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이슈를 제기하면서 

정상적으로 프로젝트가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요청하였다.


그리고 1주일간 3개 회사 간의 냉각기를 가지고 난 뒤

다시 모여서 이야기를 한 후 정상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폭언을 들었던 우리 쪽 담당자는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결국 소중한 팀원 한 명을 잃게 되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특히 일을 하기 위해서 모였다면 더더욱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다시 한번 더 고민을 하게 된 사건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혹시나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을 한 적은 없는지

아니면 그런 지위나 권한을 이용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오늘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


어디를 가든

언제든

말조심하면서 살자

탈무드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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