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에서 하루하루 어휴 - 45번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뒤 어찌어찌 하여 IT 기업에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IT 기업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거나 프로젝트 리딩을 담당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하는 업무가 동일하지만
주 업무가 프로젝트 매니징이다 보니
대표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책을 어떻게 시작했는지에 따라
일을 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보는 관점도 많이 다릅니다.
예를 들면 기획자를 하다가 프로젝트 매니저가 된 경우도 있고
개발자를 하다가 프로젝트 매니저를 하게 된 경우도 있고
저처럼 아예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전환이 되어 프로젝트 매니저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각자가 무엇을 기반으로 시작했는지에 따라
향후 프로젝트를 리딩을 해가는 방식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건 프로젝트 매니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기업의 대표인 대표님도 어떤 일을 주로 하다가 창업을 해서 대표가 되었는지에 따라
그 기업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다른 것 같았습니다.
처음 다녔던 IT 기업의 대표님은 개발자 출신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분야에 대해 오랜 기간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고 특허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당시 기업이 첫번째가 아니였다는게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습니다.
총 2번을 창업과 실패를 반복하고 난 뒤에
세번째로 차린 회사가 그 당시 제가 다녔던 회사였습니다.
(물론 그 회사도 작년에는 폐업을 하게 되어 현재는 없어졌습니다.)
이 대표님의 경우 지금 다니고 있는 기업의 대표님과 같은 개발자 출신이지만
가장 큰 차이는 2번의 실패 경험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업에 대한 볼륨을 갑자기 확 키우기 보다는
조금은 느리더라도 천천히 가려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최대한 무리하지 않게 사업을 이끌어가려고 했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돈을 모으는 방식, 즉 투자 받는 방식이 정말 여러가지였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정부 사업을 통한 자금 확보였습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많은 지원 사업을 이용해서 항상 큰 부담이 되었던 인건비를 많이 확충해나갔습니다.
또한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마케팅 사업도 적극적으로 참가해서
어떻게 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돈이지만
지원을 받아서 사용할 수 있는 루트를 계속해서 찾아나갔습니다.
두번째 다닌 회사 대표님은 영업자 출신이었습니다.
본인이 영업 사원을 하던 시절 제품에 대한 불편함을 스스로 깨닫고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회사 창업을 하게 된 케이스였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근본적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개발자 직원들보다는 깊게 알지 못하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실제 대화를 해보니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이해는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초기 창업시 자신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당시 개발자 분들이 잘 설명을 해줘서
회사 기술의 코어 부분은 80% 이상은 이해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대표님이 항상 IT 담당 부서에 요청을 했던 것은
사용자 중심에서 편한 것을 계속 강조하셨던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혁신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사용자 편의성을 해치거나 오히려 불편하게 한다면 하지 말라고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CTO와 다소 부딛히는 모습을 종종 보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서 기술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하는지를 나 스스로 더 고민을 많이 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분의 가장 큰 강점은 누구보다도 말을 잘하고 소통을 잘 하셨습니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소통을 통해서 풀수 있는 문제인지
아니면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한 가장 먼저 판단하시고 그것을 풀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내부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소통을 통해 어느정도 중재안을 찾아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던 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다니고 있는 기업의 대표님은 개발자 출신입니다.
특히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충분한 직무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첫번째 기업의 대표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첫번째 창업이라는 점이 어떻게 보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를 이끌어갈 때에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가야할 때가 있을 것인데
항상 빠르게, 빠르게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속도 조절을 아직 능숙하지 하게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두번째 영업자 출신의 대표님처럼 적극적인 소통을 하기 보다는
본인이 가지신 직무지식을 통한 설득을 하려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 모습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같이 이야기할 상대가 개발자인 경우에는 당연히 이런 자세가 큰 도움이 될 것인데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다소 쉽지 않은 부분이라곳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대표님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도입이 되지 않은 신기술을 바탕으로 가장 먼저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고
그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군에 있었을 때에도 정말 많은 지휘관을 만났던 것 같습니다.
어떤 지휘관은 정말 일을 잘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분이 있었고,
어떤 분은 일은 잘 못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잘 얻는 분이 계셨던 것 같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사람의 마음도 잘 얻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라면 최고이겠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어떻게 보면 둘 중 하나로 완벽하게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큰 축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군에서는 아주 종종 그런 분을 만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역을 하고 난 뒤 일반 기업에서는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더 쉽지 않다는 것을
요즘 들어 다시 한번 더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