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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Jul 14. 2024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IT 기업에서 하루하루 어휴 - 54번

제목을 정하는 데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왜냐하면 너무 직설적인 제목을 적는다면 사람들의 어그로를 끌 수 있겠으나

사람들이 들어와서 글을 보았는데 뭐야 이게 왠지 이런 반응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제목을 약간 돌려서 적는다면

글을 쓰려고 한 이유가 흐트러질 것 같아서 글을 쓰기 전까지 좀 고민이 시간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그렇게 잠깐 고민을 해서 만들어진 제목은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그럼 어떤 내용인지 지금 바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작년 이맘때쯤 직무를 PM에서 영업 및 제안 쪽으로 업무를 바꾸었다.

바꾸려고 했던 이유,

아니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 스킵을 하려고 한다.

대신 영업으로 바뀌게 된 후 놀라운 변화가 하나 있었다.

바로 돈에 대한 흐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달에는 매출과 수금이 이 정도 되고

다음 달에는 이 정도가 되겠다.


라는 대략적인 판단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의 자금 흐름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내가 직무를 바꾸지 않았다면 이런 것을 알 수 있을 기회는 없었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직무를 바꾸고 난 뒤 이번 달은 플러스가 되겠구나

다음 달은 마이너스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모든 사업이 그렇듯 항상 플러스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달은 마이너스가 되는 달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이다.

특히 마이너스가 잠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계속된다면 회사 차원에서는 큰 이슈가 될 것이다.



몇 달 전이 딱 그랬다.

큰 사업이 나온다는 기대하에 사람을 많이 채용하였고, 사무실도 옮겼다.

중요한 것은 그 사업이 늦게 나오면서 모든 것이 꼬이게 된 것이었다.

그 사업은 전사차원에서 모든 인력이 들어가야 하기에 

프로젝트를 추가로 제안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마이너스의 폭이 점점 커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몇 달간 지속되면서 급여가 나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직원이 안 나온 것이 아니라

임원이나 부장까지는 제 날짜에 나오지 않고 밀려서 나왔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런 현상이 2달이 지나고 3달째가 되는 날에는 모든 직원이 밀리게 되었다.

회사 전 직원이 밀리게 된 것은 정확히 10일 정도 되었다.

그리고 이때를 계기로 급여일은 전부 10일로 변경이 되었다.


 



직원들의 최고의 복지는 급여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커피머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좋은 동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나의 지갑 안으로 들어오는 돈이 가장 중요한 복지라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중요한 것은 바로 최고의 복지가 며칠 밀려서 나온 것이었다.

어쩌면 영업이 아닌 일반 직원들은 아마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이게 늦게 나온 것인지..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면 더 큰 고민을 하게 되기에 나는 요즘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 될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만다는 것은

아마 회사와 직원과의 약속이 한번 깨졌다는 점.

어떻게 보면 회사의 사정이 그러니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 점점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이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15명 밖에 안 되는 작은 회사였지만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회사가 되었다.

겉으로 보았을 때에는 규모나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회사 직원이 15명 정도 되었던 그 시기,

그 시기가 그립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시기에는 적어도 '약속'이라는 소중한 부분을 잘 지켜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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