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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Nov 21. 2016

프랭크

가면 뒤에 숨은 천재의 이야기

영화 프랭크의 실제 모델 크리스 시에비(왼쪽) 영화 프랭크 속 프랭크 (오른쪽) 출처 : KT&G 상상마당

프랭크는 가면을 쓰고 프랭크라는 이름으로 노래한 크리스 시에비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열정은 가득하지만 재능은 그닥 없는 싱어송라이터 지망생인 존이 우연히 프랭크라는 보컬이 이끄는 괴짜 밴드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영화 프랭크

존이 우연히 들어가게 된 밴드는 커다란 가면을 잠 잘 때나 샤워할 때도 절대 벗지 않고 생활하는 프랭크가 이끌어가는 괴짜 밴드이다. 얼마나 괴짜냐 하면 프랭크를 보고 감화된 존이 창의성 해방 강좌 동영상을 보고 면도를 하다가 얼굴에 상처가 나서 소리를 지른 것을 녹음해 '공허한 절규'라고 이름 붙이며 무한 반복 연주할 정도로 똘끼로 똘똘 뭉친 밴드이다.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고 특정 소리가 나는 물건을 악기로 이용하기도 하고 모든 소리 나는 것에서 영감을 얻는 프랭크는 괴짜지만 그만큼 음악에 접근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또 특별하다.

그런 그의 음악을 알리고 싶었던 존은 트위터로 실시간으로 자신의 근황을 알린다. 그리고 자살을 하게 되는 밴드의 멤버 돈이 SNS에 올린 그들의 연주 영상으로 인해 밴드는 자신들의 음악을 음악 축제 현장에서 펼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나친 부담감으로 프랭크는 힘들어하고,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이들의 음악은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하고 대중성을 쫓아가느라 음악은 망가지고 밴드는 해체되고 프랭크와 존은 결국 무대를 망치고 만다.

두 사람 사이에도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존은 억지로 프랭크의 가면을 벗기려고 하다가 그와 크게 다투게 된다. 모텔을 뛰쳐나가던 프랭크는 차에 치인 후 사라지고. 존 역시 뒤이어 달려오던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존은 사라진 프랭크를 찾기 위해 트위터에 그를 찾고 있다는 내용을 올리고. 그의 고향으로 돌아가 그를 만나게 된다.


영화 프랭크

그토록 특별해 보였던 프랭크의 천재성은 사실 가면 뒤에 숨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존은 깨닫게 된다. 프랭크의 벗겨진 가면 뒤에는 오랫동안 가면을 벗지 않아 상처가 난 피부와 드문 드문 빠진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의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프랭크는 피부가 짓무르고 머리카락이 조금 빠진 것 외에는 미남이라고 할 수 있는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존은 프랭크의 정신병이 그를 천재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부모는 오히려 정신병이 타고난 음악적 재능의 활기를 잃게 했다고 말한다. 가면을 쓰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가 가장무도회가 있다고 해서 가장무도회가 없는 줄 알면서도 탈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특별한 이유가 없고 그냥 정신병이라고 말한다.


존은 자신이 그토록 우상시했던 그 특별했던 가면 속에 가려진 그의 두려움을 응시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밴드의 친구들을 찾아간다.

프랭크는 가면을 벗은 모습으로 그들 앞에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한다.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줘" "너희 모두 사랑해"라고 하면서 말이다. 프랭크가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의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이 제대로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그가 어떤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이 영화를 보면서 해 보았다.


영화 프랭크

"잘 들어, 존. "나는 왜 프랭크가 될 수 없지"라는 생각이 들 거야. "나도 프랭크가 될 거야"라든지. 하지만 프랭크는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어. 단 한 명."-돈

그는 결국 가면 뒤에 숨은 나약하고 겁 많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가면 뒤에 숨어 그는 자신을 숨김없이 세상에 드러내 보였고 그 속에서 어떤 편안함을 느꼈다. 가면은 그가 세상에 나갈 수 있게 만들어준 통로였고 사람들 앞에 자신과 자신의 음악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어떤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가면이 산산조각 깨지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는 집으로 도망가 버리지만 존은 그를 다시 찾아낸다. 그리고 그를 다시 노래하게 한다. 가면을 벗은 모습으로 그는 노래한다. 어디에도 숨지 않고. 눈물을 흘리면서 노래를 부르는 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프랭크가 가면을 벗어도 그가 프랭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만이 낼 수 있는 소리도 변하지 않는다. 그의 음악도 변하지 않는다.

돈이 말한 것처럼 "프랭크는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으니까" 프랭크가 다른 이들의 음악을 흉내내려하자 그만의 음악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도 사라진다. 그는 세상 속에서 숨어버리지만 존은 다시 그를 찾아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 자신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 영화는 말한다. 당신은 그 자체로 특별하니까. 당신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으니까.  그 자체로 빛이 난다고, 그 자체로 충분한 거라고 이 영화는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다름'에 관해 또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나답게 산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 음악 영화로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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