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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Nov 21. 2016

레스트리스

끝을 알고 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영화 레스트리스 스틸컷


에녹은 유령을 본다.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죽다 살아난 에녹은 그 이후로 유령을 보게 됐다. 죽은 사람을 다 보는 건 아니고,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딱 한 유령만 보이는데 전쟁 때 죽은 일본인 유령 히로시(카세 료)다. 히로시와 에녹은 친구가 되어 함께 다닌다. 에녹은 많은 유산을 물려받고, 이모와 함께 살고 있지만 이모가 상 받는 걸 보러 가다가 부모님과 함께 교통 사고가 났기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이, 자신이 세상에 혼자 남겨지게 된 것이 이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자신이 혼수상태로 누워 지낼때 이모가 장례식을 치룬 것 때문에 원망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모 때문에 부모님과 마지막 이별의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고.
 
따라서 이모가 에녹을 돌봐주러 먼 곳에서 에녹의 집으로 왔지만 에녹은 이모와 사이가 그닥 좋지 않다.  에녹은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와 크게 싸운 후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학교에 가지 않는 에녹은 무엇을 하며 지낼까?

영화 레스트리스 스틸컷


에녹은 유령인 친구 히로시와 함께 장례식장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곳에서 애나벨을 만나게 된다.

에녹은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삶에 대한 의지도 강하지 않아서 자살기도를 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를 살려주는 건 그의 유령인 친구 히로시다. 그러나 애나벨을 만나게 되면서 에녹은 닫혔던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게 된다.

영화 레스트리스 스틸컷

애나벨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소녀다. 그러나 그녀는 남은 삶을 병원에서 보내는 것을 거부한다. 그 누구보다도 밝고 재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새를 좋아하는 그녀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그녀에겐 '현재'가 중요하다. 현재만이 남아 있으니까. (사실 이건 시한부 인생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닐 것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는 지나간 것이고, 그래서 현재가 선물이라는 말도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순간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려고 하고 삶을 더 가깝게 느낀다. 그런 애나벨의 눈에 에녹이 들어온다. 자신의 친척 장례식장에 온 소년이 남의 장례식장을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알게 되는 애나벨은 에녹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연스레 가까워지며 어울려 지내다 연인이 된다.


영화 레스트리스 스틸컷

애나벨에겐 에녹과의 사랑이 생의 마지막 사랑이다. 그래서 애나벨은 에녹과 함께 보내며 느끼는 모든 감정에 대해, 그 모든 순간에 충실하다. 에녹은 애나벨을 통해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며 죽음을 긍정하게 된다. 애나벨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눈물에 젖기 보다 에녹은 웃는다. 그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애나벨을 통해 삶을 긍정하고, 죽음을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죽음'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는 연인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어느 멜로 영화보다 아름답게 느껴지게끔 이들의 사랑을 그린다. 생의 마지막이라서,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순간이라서 이들의 사랑은 눈물겹게 아름답다. 그런데 이들의 사랑만이 그럴까? 우리가 보내는 모든 순간들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그렇다. 이들의 사랑을 통해 삶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면, 이 영화를 잘 본 것이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만나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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