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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17. 2016

공기인형

공기인형은 마음을 가져서 행복했을까?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배두나, 이우라 아라타, 오다기리 죠


삭막한 도시. 따뜻함을 잃은 영혼의 인간들. 그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갖게 된 공기인형.


공기인형은  마음을 가져서 행복했을까? 어느날 마음을 갖게 된 공기인형의 이야기. 영화 '공기인형'

영화 공기인형

독신의 남자는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공기인형에게 노조미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노조미는 어느날 인간의 마음을 갖게 되면서 인간으로 변한다. 노조미가 인간이 된 데는 이 독신 남자의 역할도 꽤 크지 않았나 싶다.


그는 사람을 대하듯 공기인형을 대했으니까.

영화 공기인형


공기인형은 비디오 가게에 일자리를 얻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준이치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영화 공기인형

그러나 준이치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었다. 공기인형을 사랑할 남자는 없기 때문이다.


노조미는 공기인형이었지만, 준이치를 사랑했다.
준이치를 사랑하게 되면서 주인 남자의 성욕을 해결하는 데 쓰이는 도구가 되기를 거부하게 되는 노조미는 집에 있는 창고에 숨어서 지내게 된다.
 
주인 남자는 공기인형이 없어진 것에 대해 집에 청소를 하러 오는 사람에게 화를 내지만, 곧 다른 공기인형을 사온다.


그리고 그 공기인형에게도 노조미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주인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아니 자신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공기인형은 상처를 받게 된다. 결국 자신은 성욕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 그 이상은 아니었으며 주인 남자가 전에 사겼던 여자 친구 노조미를 대신할 존재, 대용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주인 남자는 외로운 인물이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일을 하는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매일 혼난다. 식당 주인은 당신을 대신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며 주의를 준다.
 
그 역시 공기인형과 다를 바 없는 대체 가능한 인력이었던 것이다.

영화 공기인형

공기인형은 자신의 쓸모를 찾지만, 비디오 가게에서도 그다지 쓸모가 없다. 공기인형은 준이치를 사랑하면서 그에게만은 누군가의 대신이어도 좋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준이치는 공기인형에게 관심이 없다. 그는 헤어진 연인 (그의 여자 친구는 죽은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을 잊지 못하고 있다. 준이치는 공기인형이 공기가 빠져나갔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그는 공기인형에게서 공기를 뺐다가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 (이 장면은 꽤 에로틱하게 그려진다)


그는 이 동작을 반복한다. 그는 아마도 죽은 연인을 다시 살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하지 못했다.


공기인형을 통해 그런 동작을 반복하면서 그때 하지 못했던 일을 환상 속에서나마 이루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공기인형은 끝까지 누구에게도 '마음'을 가진 존재로 인정 받고, 존중 받지 못한다.
 
사람들은 고독하지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한다.
공기인형이 내민 손을 잡아주지도 못한다.
 
텅 빈 가슴에 누군가 들어와 살 수 있을리가 없다.
그래서 이 영화 속에서는 공기인형 외에는 그 누구도 따뜻하지 않다.

영화 공기인형


마음을 가졌지만, 차갑다. 그 차가운 마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를 외롭게 한다.
 
고독한 인간들의 이야기. 서로를 채울 수도 없고 채워줄 수도 없는 텅 빈 영혼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나에게 응당 있다고 믿어지는 그 마음이란 녀석이
대체 뭔지, 내게 마음이 있긴 한 건지, 생각해보게 한다. 마음이 있지만,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마음 없는 사람인 것처럼 차갑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그런 생각을 하니 좀 슬퍼진다.
 
따뜻한 사랑을 가진 사람만이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사랑을 많이 표현하고 살 때 외로운 타인들은 더는 외롭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외롭게 하는 '섬' 같은 인간이 되진 말자.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이 표현하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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