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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19. 2016

5인의 탐정가

추리소설에 대한 신랄한 풍자

감독 로버트 무어

출연 에일린 브레넌, 트루먼 카포티, 제임스 코코


제목은 5인의 탐정가이지만, '추리'영화가 아니다. 탐정의 본연의 임무는 '사건의 해결'이지만, 그 사건의 해결에는 '추리'가 빠져 있다. 

이 영화는 5인의 탐정을 통해 '추리물'을 비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추리극이라기보다는 풍자극에 가깝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추려 보자면 이렇다.  라이오넬 트웨인이라는 남자가 (그도 탐정이다) 맹인 집사를 통해 5명의 탐정을 집으로 초대한다. 저녁 만찬에 초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보통의 만찬이 아니라 살인이 곁들여진 만찬이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그는 누군가가 오늘밤 자정에 이곳에서 죽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에게 거액의 상금을 지불하겠다고 말한다.  


5인의 탐정은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사라진다면, 누가 그를 죽였는지 알 수 없으므로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자고 한다. 그러나 자정이 되기 전, 맹인집사가 먼저 부엌에서 등에 칼을 꽂은 채 발견된다. 맹인 집사가 죽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전하는 사람은 듣지도 말하지도 글을 읽지도 못하는 요리사다. 그러나 아무도 요리사를 의심하지 않는다.


맹인집사의 시신은 부엌에 그대로 남겨지지만, 나중에는 그의 옷이 없어지고, 알몸으로 있다가 알몸이었던 시체 역시 사라지고 옷만 남겨진다. 그러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제대로 추리하는 탐정은 없다. 그들은 막연하게 맹인 집사를 살해한 사람이 자신들을 이 저택으로 초대한 라이오넬 트웨인일 거라 생각한다.  
 
5인의 탐정들은 이는 자정에 살인이 일어날 것임을 사전에 예고하는 살인일 것이라 짐작하고, 모두 모여 시간이 되기를 기다린다. 이후, 자정이 되자 그들을 집으로 초대한 라이오넬 트웨인이 등에 칼을 꽂은 채 발견된다. 그 후 발견되는 건 요리사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진 토막난 마네킹이다. 이 요리사는 앞도 보이지 않고 들을 수도 없으며 글도 쓸 수 없는 사람이다. 그들은 요리사가 보이지 않아도 신경도 쓰지 않는다.  
 
맹인집사는 죽고, 요리사도 사라졌지만 5인의 탐정가는 범인이 누구인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아무도 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범인은 사라졌던 요리사였다. 그녀는 초대받지 못한 사람, 즉 불청객이었는데 라이오넬 트웨인으로 변장해 엉터리 추리로 독자들을 실망시킨 그들에게서 돈까지 뜯어내고, 상금까지 차지한다.  
 
사실 '독자'라는 말과 라이오넬 트웨인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실제로 '작가' 트루먼 카포티였다는 점을 미뤄 보아 (그는 추리 작가는 아니지만) 그들은 실제로 탐정이 아니라, 작가들이 만들어낸 탐정 캐릭터이거나 추리 작가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관객은 탐정들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그들을 집으로 초대한 '라이오넬 트웨인'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이 경우 작가가 주는 단서나 인물에 관련된 정보를 토대로 그 인물에 대해 알게 되는데 - 어떤 추리 소설들은 독자들이 추리의 과정을 전혀 알 수 없게 만든다. 추리 소설은 그것을 접한 독자가 주인공(탐정)과 함께 추리하며 읽어가는 과정, 독자의 허를 찌르는 결정적인 한방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추리 소설들은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고 결말 부분에 가서 한꺼번에 설명하는 경우도 적잖다. 아마도 그런 것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맹인집사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요리사를 등장시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비판의식까지 드러낸다. (요리사를 부르는 아내에게 남자가 "요리사는 들을 수 없는 사람이지 않냐"고 말했을 때 남자의 아내가 큰소리로 요리사를 부르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인 동시에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배려가 그만큼 부족함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또한 서양인이면서 동양인을 입양한 남자가 그를 노예처럼 부려 먹는 장면을 보여주고, 노골적으로 탐정의 입을 통해 그가 애초부터 그를 노예처럼 부리기 위해 입양했음을 드러낸다. 이는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웃음 뒤에 감춰진 날 선 비판 의식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탐정물'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탐정 영화라기보다는 코미디 영화에 가깝기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궁금하다면 한 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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