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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20. 2016

이터널 선샤인

12월이 되면 생각나는 사랑 영화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는 <수면의 과학>으로 처음 접했다. 이후 도쿄! (이 영화는 옴니버스 영화다)라는 영화에서 그가 감독한 <아키라와 히로코(Interior Design)라는 단편 영화를 두번째로 접한 이후 이터널 선샤인을 보게 됐으니 세번째로 접한 그의 영화인 셈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사랑하는 법을 알고 사랑하는 이는 거의 없다. 사랑에는 누구나 초보일 수 밖에 없는데, 연애의 경험이 많다 하더라도 이는 똑같이 적용된다. 물론 연애의 경험이 많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연애를 더 잘하는 것은 일정부분 사실일 것이다.


연애의 경험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남자 또는 여자)을 만나봤다는 것이고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는 뜻도 되니까. 게다가 실패로 끝나버린 연애에서 뉘우치고 깨달은 것들도 있을테니...이후에 만나게 된 사람에게 그만큼 더 잘하게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이런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예전에 잘 될 뻔 했으나 헤어진 그 사람과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또는 '헤어졌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나는' 그런 상상. 또 다르게 헤어졌다면, 아니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조금 더 멋진 이별 장면을 남겨둘 수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하게 될 때가 있다.


헤어진 사람이지만, 날 아프게 했던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나와 헤어진 것을 뼈에 사무칠 정도로 후회하게 만들고 싶다거나 그의 기억 속에 멋진 연인으로 남아 있고 싶은. 그런 욕심. 그것 또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끝나도 기억은 영원하니까.

영화 이터널 선샤인

만났던 사람이 최악만 아니라면, 이런 상상은 한 두번쯤 해보게 되기 마련이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우연히 기차에 올라탄 남자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들은 예전에 사귀던 사이였지만 무슨 일일인가로 심하게 다투고 헤어진 사이였던 것.  남자와 싸우고 난 후 여자는 기억을 지워준다는 주식회사 '라쿠나'에 찾아가 그와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그를 잊기로 한 그 순간까지의 기억들을 통째로 삭제한다.
 
여자가 그런 곳에 가서 기억을 지웠다는 걸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남자는 한 순간에 돌변한 여자의 태도에 당황한다. 발렌타인 데이날. 남자는 선물을 들고 그녀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남자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젊은 남자와 키스까지 한다. 그 모습을 본 그는 괴로워한다. 괴로워하는 그를 본 친구가 알려준 진실. 그는 친구를 통해 그녀가 기억을 지웠다는 것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복수라도 하듯, 자신도 라쿠나를 찾아가 그녀와의 기억들을 지우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지워낼 수 없었다.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들을 다시 떠올리며 그는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도망친다. 그녀를 사랑했던 기억들을 필사적으로 지키기 위해 보기 애처로울 정도로 애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하지만 그의 모든 기억들은 지워지고, 그는 출근길에 충동적으로 올라탄 기차 안에서 그녀를 다시 만난다.
 
그들은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와 그의 앞으로 기억을 지우기 전 녹음했던 그들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가 도착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서로를 원망한다. 하지만 헤어지기엔 서로 너무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한다.
 
처음엔 장점으로 보였던 그 사람의 모습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 우리는 변했다고 말하며 원망하지만 - 결국 사랑이 변해서 사랑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변하는 것은 결국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사랑을 두고 너무 멀리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다. 결국 사랑은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모습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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