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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25. 2016

자유의 언덕

자유의 언덕에서 만난 인간의 두 얼굴

감독 홍상수

출연 카세 료, 문소리,윤여정


이 영화는 뚜렷하게 시간의 흐름이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 자유의 언덕

등장인물의 움직임만으로 대략의 시간을 추정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어떤 시간들은 결대로 흐르지 않는다.


기억에 따라 선택되고 삭제되기도 하고 편집되기도 한다.


영화 자유의 언덕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예전에 한국에서 어학원 강사로 잠깐 일한 경험이 있는 '모리'라는 남자다. 그는 어학원에 있을 때 만난 권이라는 여자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 당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다시 한국을 찾는다.


영화 자유의 언덕

그녀를 기다리며 그녀에게 편지를 남기는 모리. 그러나 그녀는 어학원에서 가져온 모리의 편지를 떨어뜨리게 되고 흩어진 편지로 인해 모리의 시간은 뒤죽박죽이 된다.  그 뒤죽박죽이 된 편지는 모리에게 어떤 틈을 선물한다.  


영화 자유의 언덕

그 틈은 '자유'였을 것이다. 사실 모리는 권과의 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계속 그녀를 기다리고 닿으려고 하지만 쉽사리 닿지 못한다. 그 틈을 비집고 다른 여자가 들어온다. '자유의 언덕'이라 불리는 카페를 운영하는 영선(문소리)이다. 그녀와 하룻밤을 자게 되지만 두 사람은 연인이 되지 못한다. 권이 찾아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모리는 언젠가 한국을 떠날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자유의 언덕

하지만 영선과의 관계를 떠나 모리는 권과의 결혼에 이르게 된다. 자유의 언덕은 자유로운 연애의 모습을 담아낸듯 하다. 결혼은 구속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머물 곳을 찾기 위해 여행하던 모리는 자유의 언덕(연애)을 넘어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자유의 언덕에서 잠깐 만난 영선이 그에게 권과의 관계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그러자면 권에게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권에게는 모리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할 시간을 준 셈이었다.


영화 자유의 언덕

영선은 자기 감정에 굉장히 솔직한 여자로 보였고, 그래서 모리가 자신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모리가 자신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잠이 든 영선을 방 안에 두고 밖에 나와 잔 것) 보고 쿨하게 안녕이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었을 것이다.

영선에게 "그 남자는 나쁘니 만나지 말라"고 했던 모리 역시 영선에게는 나쁜 남자였던 셈이리라.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보이는 인간의 이중성이 이 영화에도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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