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지금 이 순간을 살기

by 기록 생활자

지은이 호어스트 에버스 옮긴이 김혜은

펴낸 곳 작가정신


이 책의 내용은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슬람권에서는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이 휴일이다. 또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금요일은 불금으로 불리기도 하는 휴일 전날이 되었다. 그래서 저런 제목이 붙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인 '호어스트 에버스'는 늘 할 일을 쌓아두고 산다. 늘 시간에 쫓기는 것 같은 그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룬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게으름과 싸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한번도 제대로 이기지 못한다. 아니, 이길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늘 할 일이 쌓이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의 목록이 늘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그의 집은 늘 어질러져 있고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창고 문을 열어두고 나가도 없어진 물건은커녕 오히려 사람들이 내다 버린 쓰레기로 더욱 비좁아지기도 한다.

유유자적 살아가는 이 괴짜 작가의 이야기는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것처럼도 보이고, 시간이라는 괴물에 쫓겨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나를 집어삼킬 듯 달려오는 시간에 어떻게 맞서면 좋을지 알려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종국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삶을 삶 그 자체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알랭드 보통이 자신의 책 '불안'에서 말한 것처럼 '불안은 욕망의 하녀'인지도 모른다. 욕망하는 것을 얻지 못할까봐, 또는 지금의 행복을 잃을까봐 현대인들은 늘 불안하다. 욕망하는 것이 있기에 늘 불안한 것이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오늘 이 순간의 행복조차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다. 그래서 늘 마음이 불안하고 마음이 한시도 쉬지 못하고 그러니 늘 걱정거리를 달고 산다. 조금이라도 게을러지려는 순간이 오면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며 여유시간에도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쉼없이 뭔가를 한다.


또 어떤 이들은 타인의 시선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기도 한다. '게으름뱅이'로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쓸모없는 인간으로 보여지면 어쩌나하는 두려움 때문에 늘 쉬지 말고 뭐라도 하라고 자신을 다그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내 시간의 주인은 나'임을.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이 아니기에 오늘(휴일)을 즐겨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쉬는 순간에도 내일 일을 걱정하거나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진정으로 쉬지 못하는 워커홀릭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 아닌가 싶다. '일상에 지친 당신의 마음'을 쉬게 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유쾌하고 엉뚱하지만 그 속에서 잔잔한 재미와 느림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호어스트, 왠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참! 그런가? 하지만 그럼 안 되나? 어차피 내 시간인데." (156쪽)

"어때, 호어스트. 늙은 노새! 심심하지? 이렇게 간단하게 떨려날 줄은 몰랐겠지, 안 그래? 이제 자네의 정신, 그 안으로나 깊숙이 침잠해보는 게 어때? 자신과 대화를 나누어보라고. 바깥세상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 따윈 무시해버려. 그건 모두 악마의 장난에 불과해. 진실은 자네 안에 있어. 바깥세상은 환상이야, 거짓투성이라고. 자네 안에서 답을 찾아. (226쪽)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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