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 생활자 Dec 25. 2016

역린

'백성을 섬기는 왕의 자리'에 관하여

감독 이재용

출연 현빈, 정재영, 조정석, 조재현, 한지민


역린은 정조 암살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케이블 방송에서 예전에 같은 소재로 '영조 암살 미스터리 8일'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방영하기도 했는데 별로 인기를 끌진 못했다.

영화 역린

정조는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비운의 왕자로도 유명한 사도세자.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뤄지는 왕들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어떤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인물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연산군도 그렇고) 사도세자는 영조가 마흔이 넘어서 낳은 아들로 각별히 예뻐하는 아들이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세자에 책봉된다. 영조는 자기관리도 철저하고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사도세자는 어린 시절에는 총명했으나 갈수록 학문에 게을러져서 영조가 못마땅하게 여기던 중에 갖가지 만행을 저질러 미움을 받게 된다. (첩을 죽이고, 여승을 입궐하게 하고 궁녀를 마음대로 죽였다고 함) 정치적으로 뜻도 다르게 되고. (붕당정치의 피해자라는 소리도 있지만) 대리청정 때문에 억압을 받았던 사도세자는 탈선을 하게 되며 나중에는 격간도동이라는 정신질환까지 얻게 된다. (사도세자가 연쇄살인마라는 소리도 있음)그래서 영조는 사도세자를 2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뒤주에 갇혀 죽게 만든다.


그러나 죽이고 나서 무척 슬퍼했으며 죽음을 애도하는 뜻에서 '사도'라는 시호를 내렸다.
 
역린은 사도세자의 죽음에 연루된 인물인 '구선복'이 정순왕후와 함께 자신을 살해하려는 역모를 꾀하자 이를 밝혀내고 죽음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조의 모습과 구선복과 정순왕후 등 왕을 죽이려는 인물들의 모습, 그리고 죄없이 연루되어 살수가 되고 목숨을 잃는 민초들의 삶까지도 함께 다룬다.   


영화 역린

정순왕후 역할을 맡은 한지민의 연기변신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에서 현빈은 꽤 스타일리시한 왕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빈이 캐스팅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겠지만) 좀 날렵한 왕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몰래 무술을 연마하고 활을 겨누는 모습 같은 것들.


영화 역린

내시(상책)가 된 갑수. 갑수는 원래 살수로 '때를 기다려 정조를 살해할 목적'으로 궁에 들어온 인물이다. 그러나 궁에 들어와 글을 배우고 익히면서 또 오랜시간 정조를 곁에서 보필하면서 '정조의 사람'이 된다. 그의 어깨에는 숫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는 이름 대신 '이백이십오넘이' 뭐 이런 식으로 불리며 살수로 키워진다.


영화 역린

그는 살수로 키워질 때 자신과 같이 구덩이에 던저져 살수로 키워진 소년과 친구가 된다. (조재현이 살수들을 키우는 노인 역할을 맡았는데 인상적이었다. 아저씨의 개미굴 할머니의 남자 버전 같았다. ㅎㅎ) 그 소년에게 갑수는 숫자로 된 이름 말고 진짜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자고 말하며 '내가 갑수를 할테니 넌 을수를 하라'고 말한다. 갑수와 을수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정조를 죽이는 것'


영화 역린

갑수는 정조를 보필하며 살의를 버리게 되지만, 을수는 조선 제일의 살수가 되어 정조의 목을 따러 궁으로 들어온다. 정조는 갑수와 궁녀의 도움으로 '역모'를 꾀한 자들을 색출해내고, 죽음을 피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조는 실제로 효심이 깊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 왕이었다고 한다. 워커홀릭으로도 알려져 있고, 성격이 다혈질에 급하다고도 전해진다. 영조보다 더 잔인한 면도 있다는 소리도 있고. 영조는 성격이 까칠한 편이었는데 사도세자를 죽인 뒤 잔인하다고 알려졌는데, 그렇게 잔인한 성격은 아니었다고.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지만, 동시에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시대의 희생 양이 된 살수로 키워진 갑수와 을수 또 죄없이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는 어린 궁녀와 역시 살수로 키워진 궁녀 등 민초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서 삶을 앗아간 것은 정치인들의 삐뚤어진 권력욕이었다. '바른 정치'란 역시 백성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이롭게 하는' 백성을 섬기는 마음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영화적으로도 흥미를 끌만한 부분이나 재미가 충분하다고 느꼈다.) 궁금하다면 한 번 보시길.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고, 겉에 배어 나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용 23장


 




매거진의 이전글 몬스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