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
영화는 전체적으로 무척 잔인하다. 피칠갑으로 도배된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걸 권하고 싶진 않다. 나도 사실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친구가 추천한 영화이기도 하고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워낙 많아서 (특히 이 영화에서의 그의 연기는 그의 연기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꼭 언급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그의 연기력을 보려고 본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순히 상류층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다루는 영화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느낀 것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이었다.
패트릭 베이트만은 허영심이 강한 인물이다. 명품으로 자신을 휘감고 다니지만 그는 다른 사람과 공감대를 잘 형성하지 못하며, 타인의 슬픔에 무감각한 사이코패스다.
그는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데, 살인의 동기는 대체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졌다'는 데 있다. 자신을 비난하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인물은 모두 살인의 대상이 된다.
이는 자신이 하는 일 (그는 증권사의 CEO인데 그가 주로 하는 일은 M&A와 정리해고다)에 대해 비난하는 여성(모델)을 살해한 장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실직한 후 구걸로 생을 이어가고 있는 노숙인을 아무 쓸모 없는 인간이라 생각하며 죽인다. 단순히 쓸모 없는 인간이라며 죽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는 그가 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M&A전문가이며 동시에 정리 해고가 자신의 주된 일이라고 클럽에서 만난 여성에게 털어 놓고, 그 여성은 그에게 그 일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는 그는 당연히 '좋아한다'고 대답하지만, 그 여성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은 (그와 같은 일을 하는) 그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순간 그의 얼굴은 불쾌감으로 일그러진다.
그 다음, 그녀는 그에 의해 살해된다. 그가 그녀를 죽인 이유는, 위에서 이야기한 노숙인을 죽인 이유와 같다. 그녀는 자신의 심리 저변에 있는 죄책감을 건드린 인물이었다. 그는 그녀가 불편했을 것이다. 그런 것에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싶은데, 그래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그는 그녀를 죽인다. 그리고 노숙인을 죽인 이유는 그가 '실직'을 당한 인물이라는 데 있다. 쓸모없는 인력을 해고하는 일을 하는 것은 그의 주된 업무다. 노숙인은 그에 의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가 불편했을 것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 그가 노숙인을 죽인 이유는 '살인'을 하면서 느끼는 쾌락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그가 죽인 인물들이 주로 콜걸이거나 노숙인 등 하층민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그의 살인이 그가 하는 일(정리해고)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에게 콜걸이나 노숙인은 '이 세상에 없어도 되는 인간'이다. 이는 그가 정리해고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면서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모습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가 죽이려다 죽이지 않은 인물은 여비서 뿐인데, 여비서는 그를 통해 상류사회로 진입하고자 하는 속물근성이 있는 노동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여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죽지 않는다.
그녀는 유일하게 '물질(돈)'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녀가 돈에 의해 움직이는 여자였다면, 그의 약혼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직후 - 돌아가라고 말하는 그의 곁에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지도 않았을 것이고 - 내가 너를 다치게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말을 듣고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다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것은 그녀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여자이며 동시에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여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살해되지 않는다.
그가 죽인 다른 여성들은 그가 준 돈을 받기 위해(돈을 벌기 위해), 그가 건네는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그를 따라갔다가 희생됐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돈'이 곧 사람이고, 권력이다. 부의 많고 적음에 따라 한 사람의 가치가 매겨진다. 그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세계를 혐오했던 패트릭 베이트만은 그들을 살해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파괴하려 한다. 그는 통제불능 상태에 이르고, 광기에 휩싸여 살인을 저지른다. 정신을 차린 직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변호사에게 전화해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었다.
더는 살인을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하며,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이름과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살해했는지, 죽은 사람의 뇌와 시체를 요리해 먹었다는 사실까지도 털어놓는다. 울고 있던 그는 모든 사실을 털어 놓으며 웃는다. 그리고 다음날 조심스럽게 회사 근처를 찾아가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사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의 살인 행각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다) 그러나 변호사는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심지어 그가 살해한 폴 알랜이 살아 있으며 그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의 이름을 다르게 말하기까지 한다.
그는 자신이 패트릭 베이트만이라고 변호사에게 말하지만 그는 믿지 않는다. 몇몇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잘못 말한다. 그의 변호사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그는 폴 알랜에 대해서도, 패트릭 베이트만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얼굴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그에게 그들은 그냥 그런 이름을 가진 타인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그의 이름조차도 패트릭 베이트만이 아닌 폴 알랜이어도 상관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그가 어떤 집에 살고, 월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그가 지금 어떤 명품 브랜드의 옷을 걸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이다. 알맹이가 실종된 그의 삶은 오직 빈 껍질로만 남을 뿐이다.
패트릭 베이트만이 자신의 변호사에게 고해성사 같은 음성 메시지를 남긴 후 보여지는 장면은 빌딩이다. 그 빌딩은 높은 빌딩 숲 사이에서 길을 잃고 자기 자신까지 잃어버린 패트릭 베이트만을 집어 삼킨 괴물처럼 보였다.
패트릭 베이트만은 어쩌면 자본주의의 폐해를 드러내는,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괴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