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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Nov 21. 2016

고백

몇 개의 고백과 하나의 거짓말

영화 고백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한 선생님의 고백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여선생은 모리구치라는 이름의 선생으로 싱글맘이다. 그녀는 학교에 어린 딸을 데리고 다녔다. 딸이 어린데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직장에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와 같은 교사로 많은 교원들에게 존경을 받고 귀감이 되는 인물이었으나, (책을 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HIV 보균자였다. 그녀는 결혼 전에 그가 HIV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는 임신 중이었던 그녀와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가지기로 한다. 그녀는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날처럼 양호실에 맡겨 둔 아이가 사라진다. 아이는 수영장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다. 그녀는 자신이 담임으로 있는 반의 남학생 두 명이 자신의 딸을 죽인 사실을 알게 되고, 당사자로부터 범행을 자백 받는다. 그러나 그 두 명의 학생은 뉘우치는 기색이 하나도 없다.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그들에게 분노한 그녀는 범죄의 과정과 진상에 대해 봄방학을 앞둔 학생들 앞에서 낱낱이 까발린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나눠준 우유 중 그 남학생 두 명에게 나눠준 우유에 최근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고백한 남편의 혈액을 섞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슈야의 고백

영화 고백

슈야는 왜 그녀의 딸을 죽였을까? 슈야는 머리도 좋고 성적도 전국 상위권 안에 드는 우등생이다. 가끔 발명품을 만들어서 대회에서 상도 탄다. 재능이 특출난 학생이지만, 슈야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과거가 있어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전도유망한 공학자로 평범한 슈야의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전업주부가 된다.
 
슈야의 어머니가 공학자로서의 꿈을 포기한 것은 결혼 전 슈야를 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의 어머니는 슈야를 통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려고 하지만, 그는 어머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자신의 아이가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줄 수 없으며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한 그의 어머니는 슈야의 곁을 떠난다. 슈야의 아버지와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공학자로서의 길을 다시 가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이것은 어린 슈야에게 트라우마가 된다.
 
어머니가 자신을 떠난 것이 자신이 어머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서라고 생각하는 슈야는 어떻게든 어머니의 관심과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를 돌아보지 않는다. 도난방지용 지갑을 만들어서 상도 타고 신문에도 실리지만, 살인 사건 때문에 그가 이룬 성취는 묻혀버린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가 실린 신문의 기사를 오려서 간직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과 달리 그의 어머니는 그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매스컴의 관심과 어머니의 관심을 받기 위해 그는 얼마전 만든 도난방지용 지갑을 누군가를 살해하는 데 쓰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같이 그 일을 할 친구를 고른다. 입이 가볍고, 약간 멍청한 녀석으로 말이다.


나오키의 고백

영화 고백

슈야가 어머니의 무관심 때문에 힘든 아이였다면, 나오키는 반대로 어머니의 과잉 보호와 기대 속에서 자란 아이로 그 때문에 힘들어 한다. 나오키는 운동부원이었다가 체력훈련만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품고 운동부를 그만둔다. 학원을 다니지만, 성적도 오르지 않고 운동부였던 탓에 친구가 없고 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로 우등생인 슈야가 자신에게 접근을 해오자 기뻐한다.
 
하지만 슈야가 모리구치 선생의 딸을 살해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퍼뜨리는 수단으로 자신을 이용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살아 있는 모리구치 선생의 딸을 물에 빠뜨려 살해한다. 슈야가 모리구치 선생이 우유에 혈액을 섞지 않았다는 사실을, 검사를 통해 알게된 것과 달리 나오키는 검사도 받지 않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며,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슈야와 다르게 봄방학이 끝난 뒤에도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 방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나오키를 걱정하던 나오키의 어머니는 나오키가 단순히 슈야를 도운 게 아니라 전기 충격을 받고 기절한 모리구치 선생의 아이를 수영장에 던진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아이를 감싸던 나오키의 어머니는 나오키가 모리구치의 딸이 눈을 뜬 것을 봤다. 그런데도 내가 그 아이를 수영장에 던졌다라고 고백하자 큰 충격을 받는다. 나오키의 어머니는 나오키와 자살하려다 실패하고 나오키에게 살해 당한다.
 
영화의 말미에 슈야가 만든 거꾸로 가는 시계가 나온다. 슈야는 어머니가 교수로 있는 대학교에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어머니의 재혼 사실을 알고 그곳을 울면서 도망치듯 뛰쳐나온다. 강당에서 자신이 만든 폭탄으로 자살하려다 모리구치 선생의 개입으로 실패한다. 모리구치 선생이 슈야가 만든 폭탄을 그의 어머니의 연구실로 옮겨 놨기 때문이다. 폐허가 된 연구실 건물 앞에서 슈야는 예전에 자신이 만들었던 거꾸로 가는 시계를 발견한다.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은 슈야의 마음이 잘 표현된 장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슈야는 어머니가 죽고 난 이후에야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과 고통의 크기를  알게 된다.
 
어떠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체로 범죄의 잔혹성과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아도 그 범죄가 일어난 잠재적 요인을 추적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그릇된 과시욕을 가지게 된 두 학생이 괴물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범죄가 일어나는 환경적 요인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사람인 부모의 관심, 사랑이 있었다면 두 아이는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르기에 결국 가해자도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는 바른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된다. 교육은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은 사회에 나가 조금 더 좋은 위치를 점하려는 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로 경쟁하는 장소로 전락했다.


학교도 조금 더 많은 학생들을 끌어 오기 위해 경쟁을 하기 때문에, 우등생에 대한 대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우등생에게는 조금 더 관대하다. 슈야가 도난방지용 지갑을 발명했을 때 모리구치는 학교 쪽에 슈야가 만든 물건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슈야가 전국 상위권 안에 드는 좋은 성적을 가진 학생, 학교의 등급을 올려줄 우등생이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에 목 말랐던 두 아이가, 그것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이 이야기는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과 이런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며 집단 따돌림에 무관심한 교육자의 모습을 통해 올바른 교육, 진정한 교육은 사람의 마음을 바로 키우는 일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깊이있게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좀 아쉽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며, 그 힘으로 영화를 밀고 나가는 연출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였던 것 같다.
 
뒷맛이 개운치는 않지만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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