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 생활자 Nov 21. 2016

청포도 사탕 : 17년 전의 약속

우정의 균열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

이 영화는 17년 전에 친구 사이였던 소라(박지윤)와 선주(박진희)가 우연히 재회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감성 미스터리 드라마를 표방한 영화답게 영화는 미스터리 형식을 띤다.  


영화 청포도 사탕 : 17년 전의 약속

남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자들의 우정은 좀 미묘한 구석이 있다. 특히 어린 시절의 우정이라는 것은 더 그런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A와 B가 친하게 지낸다.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C가 끼어든다. 그러면 A나 B 중 한 명은 C를 경계하게 된다. 처음부터 다함께 친하게 어울려 지낸것과는 다르게 중간에 새로운 친구가 끼어들면 분명히 어느 한 명이 새로운 친구를 챙기게 되고 그 새로운 친구로 인해 관계에 균열이 일어난다. 미묘한 질투가 일어나서, 한 명이 둘 사이를 이간질을 하게 된다.


보통 이간질하는 쪽은 자신이 독점하던 친구를 잃은 것에 대한 상실감, 또는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 세 사람 사이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나 불안감에서 이간질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이간질을 당해서 친구를 잃어본 사람에게는 꽤 깊은 상처를 남긴다. 나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고, 친한 친구와의 사이가 멀어진 적이 있어서 이 영화의 내용에 공감을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관계가 회복되기는 했지만,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외면 당했던 그때의 기억이라는 것은 내게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나중에 이간질을 했던 친구가 사실을 털어놓고 샘이 나서 그랬다고 말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번 틀어진 관계가 쉽게 좋아질리는 없는 것이어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오해가 풀리고도 어쩐지 서먹한 사이로 지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간질한 친구도 밉긴 했지만, 그 친구의 이야기만 듣고 나를 외면했던 그 친구에게

 더 화가 났던 기억이 난다. 내게 한번쯤 물어볼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일종의 원망도 조금은 섞여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청포도 사탕 : 17년 전의 약속

선주는 여은과 단짝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날 외국에서 한 아이가 전학을 온다. 그 아이는 소라로 여은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소라를 잘 챙겨준다. 그러면서 셋은 함께 어울리게 되는데, 선주는 소라에게 자신의 단짝 친구를 빼앗긴 것 같은 기분에 소라를 은근히 경계하게 되고 멀리한다.
 
그러던 어느날 셋이 아침 일찍 만나 뭔가를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한 날, 선주는 약속 시간을 변경해 약속을 깨뜨리고. 그 바람에 여은이 다리 붕괴 사고로 타고 있던 버스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죽게 된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소라가 선주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선주는 자신의 애인이 소라와 함께 일적인 만남을 갖는 것을 보며 불안해 한다. 그때처럼 또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이리라. 그러나 소라는 여은보다는 선주와 더 가깝게 지내고 싶어했었다. 그리고 선주는 소라를 만나 소라의 진심을 전해 듣게 되면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친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 청포도 사탕 : 17년 전의 약속

청포도 사탕은 세 명의 친구가 종종 나눠 먹었던 사탕이었다. 즐겨 먹었던 사탕이지만, 이제 이 사탕은 우정의 균열과 한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그때를 떠올리게 만드는 가슴 아픈 그 무엇의 상징처럼 됐다. 적어도 선주에게는 그랬다.


그러나 그녀는 소라와 재회하면서 소라의 진심을 알게 되고,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되돌아 보게 되면서 청포도 사탕을 소중했던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상징으로 다시 내면에 간직할 수 있게 된다. '오해'로 멀어지고, '상처' 받고, 다시 '회복'되는 세 친구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내 지난 시절의 우정과, 추억도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자들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다. 여성이라면,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혜화, 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