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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31. 2016

복숭아 나무

'다름'은 '틀림'이 아님은 틀림없다.

감독 구혜선

출연 류덕환, 조승우, 남상미


이 영화는 샴쌍둥이의 이야기다.  복숭아의 모양을 보고 얼굴이 앞뒤로 붙은 샴쌍둥이를 연상해낸 감독(늘 그렇듯 이 영화 역시 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다.)의 상상력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 같은 내용이었지만, 보면서 울컥했다.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이 흘렀다.


영화 복숭아 나무
 형, 나는 형 니가 진짜 싫었어. 이렇게 사는 게 다 형 너 때문이라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나 그때마다 꼭 살아야만 했다.  그것도 다 형 너 때문에.  (동현)

아름다운 영상도 이 영화를 더욱 동화스럽게 만들어준 것 같다. 사실 뻔한 줄거리의 영화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간 진부한 면이 없잖아 있다.) 멜로 영화로 분류되어 있던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 영화가 멜로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굳이 분류하자면 그냥  드라마? 성장 영화로 분류해도 될듯 하고.
 
류덕환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조승우의 연기는 역시 연기력 갑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하는 것 같다. 조승우의 팬이라면 꼭 보시길.


영화 복숭아 나무

샴쌍둥이 형제의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는 남에겐 보여주기 싫은, 결코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을 샴쌍둥이의 형의 존재(상현/조승우)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 속에서 샴쌍둥이의 형은 그런 측면을 부각시키는 존재로 표현된 느낌을 받았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 외엔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현은 의외로 모든 일에 긍정적이다. 오히려 모든 것이 충족되어 있지만, 상현으로 인해 사람들이 정상이라 부르는 범주에서 벗어나게 된 동현(류덕환)이 더 비관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이 영화에 우정 출연한 서현진.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동현과 상현의 아버지는 자신의 두 아들이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두 아들을 집에다 숨겨놓고 키운다. 자신의 두 아들이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를 받고 마음의 병을 얻게 될까 염려한 탓이었지만, 그 때문에 두 아들은 오히려 마음의 병이 깊어진다. 자신을 긍정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이다.


영화 복숭아 나무
나는 잘은 모르는데요. 우리 태어났을때 복숭아였대요. 볼도 발바닥도 엉덩이도. 복숭아 같았대요. 난 잘 모르지만요. 곧 있음 복숭아 열리는데 그때 와줄래요? 같이 보고 싶어요. (상현)

사람들은 늘 자신이 가진 것은 보지 못하고 남과 같아지기 위해 - 또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 자신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갈망하며 정신적인 허기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동현은 상현 때문에 자신의 삶이 불행해졌다고 믿지만, 승아(남상미)와의 만남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살기 위해 삶의 많은 부분을 할애할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를지라도 나답게 사는 방법을 익히고 터득해야 하는 것 아닐까?
 
남과 다르다는 것이 부끄러운 것도, 잘못도, 죄도 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이 영화를 보면서 조용히 기도했다.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의 시선에 마음을 다쳐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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