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다른 마음에게로
지은이 마종기
펴낸 곳 비채
마종기 시인의 시작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는 마종기 시인의 대표작이랄수 있는 시와 그 시를 쓸 때의 상황,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정지용 시인의 시 '유리창'이 시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시이듯 모든 시에는 시 속에 나타난 상징들 뒤에 가려진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알고 시를 읽을 때와 알지 못하고 읽을 때 그 시에서 느끼는 감정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시 중 '바람의 말'에 얽혀 있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어서 시를 읽고 시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몇 번이고 다시 이 시를 읽어봤던 기억이 난다. 남편을 폐암으로 잃은 중년 여성이 마종기 시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남편이 폐암으로 긴 투병생활을 하던 도중 병간호를 하는 자신에게 어느날 종이 한 장을 내밀며 시간이 날 때 읽어보라고 줬는데, 그런다고 말만 해놓고 읽지 못하고 있다가 남편을 떠나 보낸 후 유품을 정리하다가 남편이 준 종이를 펼쳐 읽어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종이에 마종기 시인의 '바람의 말'이 적혀 있었고, 이 시를 읽으며 세상을 떠난 남편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고 그가 그리울 때마다 이 시를 읽게 되었다고.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이었다.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좋은 시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시가 그 중년 여성에게 그런 역할을 해줬던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중년 여성의 사연을 읽고 나서 이 시를 다시 읽으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짠했다.
마종기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감명 깊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나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상상력을 발견하고 싶다. 평범한 사람들의 정신의 축제에 참가하고 싶다. 예술은 눈이나 귀로 얘기하고 보고 읽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135쪽
엄밀히 말하면 시란 대상을 향한 말하기이다. 시의 본질은 두 개의 주체 사이의 대화이고 시의 생명은 대화성이라고 내로라하는 러시아의 문학 이론가 바흐친도 말했다. 230쪽 -마종기 시작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