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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an 09. 2017

파프리카

곤 사토시가 그린 꿈의 세계

감독 곤 사토시

목소리 출연 하야시바라 메구미, 후루야 토오루,

야마데라 코이치, 호리 카츠노스케, 에모리 토오루


인셉션의 애니메이션 버전인 듯한 느낌. 물론 이 영화가 먼저 나왔지만. 그만큼 인셉션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국내에도 수많은 팬이 있는 곤 사토시 감독이 만든 작품인데, 그가 세상을 떠난 데다 이후에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 없어 2006년에 나온 작품임에도  그의 유작이 되어버린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곤 사토시 감독이 현실과 꿈의 구도를 그리는 마지막 작품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을 정도로 그가 애착을 갖고 만들었던 작품이다. 자신이 만든 작품들의 집약이라고까지 했으니...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유작이 되고 말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인 파프리카는 게임 속 아바타 같은 존재의 이름이다. 파프리카는 정신과 치료사인 (여주인공) 치바 아츠코의 또 하나의 자아이기도 하다. 사이코테라피 머신은 인셉션의 기계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 (인셉션의 감독이 이 영화를 보고 착안해서 만든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하다)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다르지만.


사이코 테라피 머신은 영화 인셉션에서처럼 다른 사람의 꿈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계다. 치바 아츠코와 연구진들은 사이코테라피 머신인 DC미니를 통해 타인의 꿈의 세계에 접속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한다.


오랫동안 연구에 매달린 끝에 DC미니를 상용화 시킬 즈음 사고가 터진다. 누군가가 DC미니를 악용해 타인의 꿈 속에 마음대로 들어가 문제를 일으켰던 것이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속출하자 이 회사의 이사장은 연구진들에게 이 기계의 사용을 중단하고 개발을 중단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연구진들은 오랫동안 연구해온 DC미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은밀히 파헤치려고 한다.


치바 아츠코는 타인의 꿈에 접속해 탐정 파프리카로 변신하고, 꿈을 통해 타인의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층마다 문이 열리면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 보게 되는 장면 같은 것은 인셉션과 비슷한 부분인 것 같다. 과거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그런 것들.
 
치바 아츠코는 개발자인 히무로와 토키타의 꿈 속에 들어가게 되면서 사건의 범인이 이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사장은 몸이 불편해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꿈 속 세계에서 살고 싶어하게 됐던 것 같다. 꿈 속에서는 하늘도 날 수 있고,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도 있으니까.


이사장이 늙어 힘 없는 육체에 의지해야 하는 현실보다는 꿈 속 세계에 더 매력을 느낀 것도 심정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장은 사이코테라피 머신으로 인해 약간 이상해진다.


이사장은 꿈의 세계에서 살고 싶어했을 뿐 아니라, 세상을 꿈의 이미지로 덮어버리고 싶어했다.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과대망상증은 그를 이상하게 만든다. 꿈을 통해 세상을 지배할 꿈을 꾸는 이사장은  파프리카에 의해 현실로 돌아간다.


치바 아츠코에게서 떨어져 나온 파프리카가 이사장의 꿈을 집어 삼켰기 때문. 파프리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던 형사는 같이 영화 감독의 꿈을 꾸었던 친구가 죽은 후 영화를 보러 갈 수 없었는데 파프리카를 통해 꿈의 세계에서 죽은 친구를 만나 위로를 받는다. 그 후  꿈 속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친구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면서 영화를 보러 갈 수 있게 된다.


기분 좋은 꿈을 꾸면, 꿈 속에서도 이것이 꿈인줄 알면서도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꿈의 세계에서는 제약이 없다. 어떠한 한계도 없다. 하지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분명히 육체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그것을 뚫고 나가려는 의지와 힘은 아무런 제약이 없는 꿈의 세계에서는 만들어지거나 길러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아도, 꿈은 꿈일 뿐이고 인간은 꿈 속 세계에서만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꿈을 조종하려는 자와 그것을 이용하려는 현대 문명. 과학의 발달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 같은 것도 읽을 수 있는 수작이다. 곤 사토시가 만든 꿈의 이미지들이 궁금하다면, 그 세계가 궁금하다면 한 번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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