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 생활자 Jan 09. 2017

오직 그대만

내 마음의 빈칸을 채워주는 사랑

감독 송일곤

출연 소지섭, 한효주


 이 영화를 봤던 날, 집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가 하늘에 쌍무지개가 뜬 것을 봤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두 사람이 서 있던 배경에 무지개가 떴어도 예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이 쌍무지개를 보며 했다. 비가 오고 있었는데, 무지개가 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위에 있는 무지개는 흐릿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쌍무지개다.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라 화질이 좀 안 좋다. 아줌마도, 아저씨도, 학생들도, 연인도 다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쌍무지개를 찍어댔다. 진짜 예뻤다는.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사람은 정말 별것 아닌 것에 감동하고 기뻐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음에.


이 사진은 부산 국제 영화제 기간에 찍은 사진이다. 사실, 오직 그대만은 부산 국제 영화제 개막작이었는데, 개막작으로 만나지는 못했다.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이 사진은 영화 보러 갔다가 영화관 앞에 서 있는 걸 찍은 것이다. 커플끼리 와서 남친 앞에서 소지섭 사진 옆에서 기념 사진 촬영하는 여자들도 많이 보였다. 왠지 못마땅한 듯한 남자들 표정. 갑자기 생각나네.
 
영화를 보다가 두 번 정도 울었던 것 같다. 헤어졌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는 정말 울지 않을 수 없었다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전형적인 멜로 영화라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듯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다. 서로를 생각하고 위하는 두 사람의 진심 같은 것들이 한효주와 소지섭이라는 필터를 거쳐 내 마음에 쏟아졌다.


영화 오직 그대만


빈칸 같은 것들이 많이 느껴지는 영화였던 것 같은데, 그런 점도 나쁘진 않은 것 같긴 하지만 편집 과정에서 뭔가 내용이 삭제된 듯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던 게 아쉬웠다. 좀 설명이 부족한 듯한 느낌.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철민의 얼굴에 있던 상처같은 것에 대한 설명 같은 게 전혀 없어서 좀 아쉬웠다. 중간에 내용이 있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삭제된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빠진 것도 그렇고... 철민이 왜 권투를 그만뒀는지,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 같은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던 것도 그렇고. k1 선수가 된 전직 권투 선수였던 남자와 철민의 관계가 왜 그렇게 안 좋은지에 대한 설명 같은 것도 빠져 있어서 좀 아쉬웠다.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하고 이를 잘 보여준 것 같긴 하지만 여자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 같은 것이 부족해서 개인적으로 빈칸이 많은 영화라고 느꼈지만, 그 보이지 않는 빈칸을 상상으로 채워넣는 것도 또 나름의 재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조금만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아쉽다. 앞이 보이지 않는 여자와 고아로 세상에 내던져져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남자가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고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주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


영화 오직 그대만

특히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철민의 주먹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변화를 겪게 되는 철민의 주먹.  


권투 선수였던 철민은 권투를 그만두고 주차 관리인으로 생계를 이어가다가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정화를 만나서 주먹을 다시 쓰게 된다. 철민이 정화를 만나기 전에는 스스로를 지키거나, 생계를 이어가는 일. 또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데에만 주먹을 휘두르고 썼었다면, 정화를 만난 이후에는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주먹을 사용했다.


영화 오직 그대만

사실 사랑을 지켜나가고 이어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힘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육체적인 힘이든 물질적인 힘이든, 정신의 힘(정신력)이든 힘이 있어야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해줄 수 있다.


또 힘이 있어야만 어떤 고난과 시련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들을 지켜나갈 수 있다. 또 힘이 있어야 자기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자기 삶의 주인으로 밝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정화를 보며 철민이 사랑을 느끼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내가 가진 힘을 다른 누군가와 나누거나 다른 사람을 지키는데 쓴다면 그것은 사랑이 되지만 나쁘게 사용한다면 그것은 세상에 대한 증오나 분노로 표출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좀 들었다.


영화 오직 그대만

남녀의 사랑을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남녀의 사랑도 인간을 사랑하는 일이다. 남녀의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애를 그린 영화로 느껴져서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던 것 같다.  


영화 오직 그대만


약간 신파에 가까운 사랑 이야기이긴 하지만,  가을에 잘 어울리는 멜로 영화였던 것 같다.


영화 오직 그대만

영원한 사랑이나 운명 같은 것 믿지 않아도 이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에 푹 빠져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프리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