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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an 09. 2017

사소한 이야기들

행복이라는 퍼즐을 완성하는 사소한 삶의 조각들

감독 카를로스 소린

출연 줄리아 솔로모노프


카를로스 소린 감독의 사소한 이야기들. 난 이 영화를 자다가 일어나서 봤다. 밤에 자다가 갑자기 깼는데, 거실로 나와 TV를 켜니 이 영화가 하고 있었다. 그래서 보게 됐다. 채널을 돌린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보려고 해서 본게 아니라, 그냥 우연히 보게 된거다.

그것도 막 시작이 된 상태였다. 그러니까 시작하기 1분 전에 튼것 같은. 아마도 난 이 영화를 보려고 초저녁부터 잠이 들었고, 중간에 깼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영화는 정말 사소했다. 이 사소한 영화는 이른바 로드 무비.

 이 영화는 남들이 봤을 때는 - 사소한 이유로(?)  -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꽤 중요한 이유로 - 자신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산 훌리안에 가야 하거나 떠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사소한 이유로 산 훌리안에 갈 뿐만 아니라, 사소한 것에 집착한다.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는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할아버지는 자신이 키우던 개 (3년쯤 전에 잃어버린)  '못난이'를 산 훌리안에서 봤다는  사람의 말을 듣고, 산 훌리안에 가야겠다고 하지만, 아들은 혼자서는 화장실도 못가면서 어딜 가느냐고 말하고, 며느리는 스테이크를 썰어주며, 아무것도 못하는 노인네 취급을 한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잠시 정신이 나갔었던 것 같다며, 그런 개를 데려다 뭐하겠느냐고 말해, 아들 내외를 안심 시킨 뒤 밤에 몰래 일어나 무작정 길을 떠난다. 어떤 여자(그녀는 아기 엄마다) 는 한 방송국에 사연을 보낸 것이 당첨이 되어 (거기서 룰렛을 돌려 1등을 하면 만능 믹서기를 준다는 말에) 룰렛을 돌리러 산 훌리안에 있는 방송국으로 떠난다.

한 세일즈맨은 (그는 살빠지는 약을 판매하고 있다) 자신의 고객이기도 한,  한 미망인을 사랑하는데, 그 미망인의 하나 뿐인 꼬마 아이, 레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축구공 모양의 케이크를 들고 산 훌리안으로 떠난다. 할아버지는 걸어가다가, 산 훌리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분자 생물학자의 차를 우연히 얻어 탄다.

그러다가, 중간에 호흡 곤란으로 차에서 내려 병원에 가게 된다. 저혈압이라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말에 분자 생물학자는 자신은 가야 한다며, 행운을 빌겠다며, 혼자 떠나버리고, 할아버지는 병원에 남겨지는데 - 거기서 아픈 다리를 치료하러 온 세일즈맨을 만나게 된다.
 
할아버지의 아들 내외가 병원으로 할아버지를 찾는 전화를 하고. 할아버지는 빨간 트럭을 탄 아들 내외가 자길 붙잡으러 올까봐 병원에서 도망친다. 도망쳐 나와 한참을 걷던 할아버지는 배가 고파 한 가게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뜨거운 물과 함께 3개 1페소하는 미니 초콜릿 같은 것을 먹고 있다가,  세일즈맨을 만나게 된다. 세일즈맨은 산 훌리안에 간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자신도 산 훌리안에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미망인을 깜짝 놀래켜줄 심산으로 산 훌리안으로 가던 세일즈맨은 축구공 모양의 케이크에 레네라는 이름이 씌어 있지 않자, 가던 길에 다른 빵집에 들러 레네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생일축하 한다라는 글씨와 레네라는 글씨가 각기 다른 빵집에서 씌어진 것이라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다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써달라고 부탁한다.

빵집 주인은 생일 축하한다라는 글씨와 함께 레네를 새롭게 다시 써주고 상자에 넣어 곱게 포장을 해준다. 케이크 상자를 들고 빵가게를 나오던 세일즈맨은 빵집 여주인에게 '나도 레네라는 이름의 조카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 앤 여자였고. 또 세일즈맨은 그게 신경이 쓰여, 할아버지에게 레네라는 이름이 여자 아이 이름 같은지 , 아님 사내 아이 이름 같은지를 물어본다. 할아버지는 축구 선수 레네라는 사람의 이름만 말하고. 세일즈맨은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며, 레네가 여자면 어쩌느냐며... 축구 좋아하느냐고 물어볼까요? 라며 울상을 짓는다.

빵가게를 찾아보지만, 발견할 수 없었던 세일즈맨은 경찰의 장모님이 케이크를 잘 만든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 들러, 케이크 모양을 거북이로 만들어달라고 한다. 할머니는 케이크를 거북이 모양이로 만들어주고. 세일즈맨은 만족해서 그곳을 나온다.   

중간에 할아버지를 내려주고,  세일즈맨은 몰래 찾아간 미망인의 집 앞에서 어떤 남자와 함께 들어가는 미망인을 보고 실망한다. 케이크를 망가뜨리고, 밤에 케이크를 집어 먹다가 배탈이 나는 세일즈맨. 룰렛을 돌리는 경품쇼에 출연한 여자는, 원하던 대로 만능 믹서기를 손에 넣게 된다. 그러나, 만능 믹서기를 타려면, 다음날 아침에 그곳을 떠나야 한다. 고민하던 여자는 - 경품으로 화장품 세트를 받은 한 여자로부터 화장품 세트랑 만능 믹서기를 바꾸자는 말을 듣게 된다.

할아버지는 어렵게 개를 찾게 되지만, 그 개에겐 이미 다른 주인이 있었다.  그래서 결과는? 할아버지는 자신을 거기까지 데려다준 한 남자를 통해 50페소를 주고 개를 찾아오게 된다. 할아버지를 거기까지 데려다준 남자는 할아버지에게 그 개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너무 잘 알았기에, 그 남자가 개가 자기 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할아버지에게 50페소를 달라고 해서 그 남자에게 주고, 개를 찾아 할아버지에게 준 것이다.

여자는 만능 믹서기랑 화장품이랑 바꾸자며 화장품에 30페소를 더 얹어 주겠다는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30페소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도 먹을 수 있다며 화를 내는 여자에게 만능 믹서기를 주고 화장품 세트를 가지기로 한다.  세일즈맨은,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른 미망인의 가게에서, 어제 생일 잘 보냈느냐고 물어보고 -  그 미망인이 잘 보냈다며, 멀리서 오빠가 왔었다고 말한다. 그런 미망인의 말에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세일즈맨.
 
그녀는 가게를 나가는 세일즈맨에게 자신의 생일을 알려주며 잊지 말라고 말하고 - 세일즈맨은 자신은 사소한 걸 잘 기억한다고 말하며, 웃으면서 가게를 나온다. 결국 그들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 중요하지만, 사소한 것들.

영화는 마지막에 화장품 세트를 들고 버스에 올라타는 여자와, 버스 맨 뒷쪽에서 개와 함께 앉아 졸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오래 보여준다.  화장품 세트를 열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는 여자와 맨 뒷쪽에 앉아 졸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함께 보여지며 영화는 끝이 나는데, 참 사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했지만, 재밌었고,  사소한 이야기를 이렇게 영화로 잘 만들어내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다는 것은 가끔 사소하지만, 그 사소함 속에 어쩌면 행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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