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한 남자의 숲 체류기

by 기록 생활자

이 책은 한 남자의 '숲 체류기'다. 그의 표현을 빌린다면 그렇다.

읽으면서 행복했고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사계절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숲으로 간 여름부터 가을, 겨울, 봄 순으로 서술되어 있어 계절의 흐름과 변화를 느끼며 읽을 수 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날개가 달린 씨앗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를 읽고 있는데 언젠가 인간극장에서 보았던 '황도로 간 사나이'가 생각났다. 그 아저씨는 강아지를 데리고 황도로 다시 들어갔고, 베른트 하인리히는 어렸을 때 가려다 못 갔다고 한 숲에 '잭'을 데리고 들어간다. '잭'은 저자가 어미를 잃고 혼자 있는 것을 구조해 숲으로 갈 때 데리고 간 새다. 그러던 어느날 잭이 그를 떠난다.


이후 며칠 동안 잭이 내 옆에 붙여 있는 시간이 적어졌다. 내 뒤를 쫓아오긴 했으나 갑자기 주의가 다른 곳에 쏠리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먼 곳에 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잭은 멀리 바라보다가 갑자기 숲을 휙 가로질러 날아가곤 했는데 꼭 내가 자기를 따라오지 않아서 안달이 난 듯 보였다. 내가 죽은 새나 쥐를 주면 잭은 물고서 숲으로 날아가 혼자서 먹거나 숨겨두었다. 녀석의 머리를 긁어주어도 전처럼 오래 가만히 있지 않았다. (74쪽) 베르튼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그 과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어쩐지 사람과 사람 사이가 멀어지는 순간을 떠올리게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다음 문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7월 19일, 마침내 잭은 완전히 떠났다. 나는 그가 잘 지내기를 바랐지만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컸었다. 그러나 이제 잭은 나를 완전히 떠났다.

숲에 들어갈 때 데리고 갔던 까마귀와 헤어지는 순간에 대한 묘사는 장성한 자식을 떠나 보내는, 또 인간관계가 틀어지는 순간을 묘사한 것도 같아서 코끝이 시큰하기도 했다. 그 까마귀로 추정되는 까마귀 잭이 다시 저자를 찾아오기도 하는데 (잠깐 들렀다 가버리지만) 그 재회의 순간도 꽤 놀라웠다. 나무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기도 하고 환경에 따라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위해 생산을 위한 움직임을 멈추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삶과 닮아있는 부분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송장벌레에 관한 부분은 언젠가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레스트리스에서 접했던 적이 있어 반갑기도 했다. 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송장벌레가 그 영화 속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꽤 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레스트리스는 죽음을 앞에 둔 소녀의 생애 마지막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송장벌레의 유충은 이름대로 죽은 동물의 사체를 뜯어먹고 자란다. 어떻게 보면 죽음을 뜯어 먹고 생을 이어가는 곤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베른트 하인리히는 괴짜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그의 괴짜 기질은 책에도 잘 드러나 있다. 그는백 년만에 온다는 어마어마한 태풍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그런 날 태풍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모험을 강행할 정도의 괴짜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의 신비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유머감각도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곳곳에서 그의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그의 다른 책도 읽어 봐야겠다.



이곳에서 보낸 매 순간이 소중했다.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다 보면 과거와 미래에 대한 것은 잊게 된다. (80쪽)

이곳에 사는 유리멧새와 피비처럼 나는 여행을 많이 해왔다. 캘리포니아, 아프리카, 뉴기니, 남아메리카, 북극권에서 살아보았다. 하지만 나는 메인 주의 서쪽 숲으로 돌아왔다. 이곳을 가장 좋아하고 많은 시간을 여기서 보낸다. 감지하기 힘든 작은 것들의 의미가 있고 장대한 광경이 눈길을 빼앗는 여기가, 바로 나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377쪽) _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방황하는 아티스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