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용기'에 관한 이야기

by 기록 생활자

지은이 엠마 도노휴 옮긴이 유소영

펴낸 곳 아르테(arte)


소년에게 세계는 곧 방이다. 그 방은 어머니 그 자체이기도 하며 어머니의 자궁 같은 곳이었다. 소년이 아는 유일한 세계이기도 하다.


소년의 어머니는 어릴때 앨리스처럼 그 작은 세계로 끌려 들어갔다.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생명을 잉태하게 되고 그 작은 세계에서 엄마가 되는 소녀는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의지해 살아간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탈출을 도모한다.

바깥으로 나오는데 성공하지만 또다른 시선들이 그녀와 아이를 가둔다. 아이는 바깥 세상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방에서 본 것이 세상 전부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 방에서 나고 자랐기에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새로 익혀야 하는 규칙들이 낯설고 버겁다.

아이는 방을 그리워하고, 엄마는 아이에게 잊으라 한다. 그래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에겐 자기 세상의 전부였고 다섯살 인생의 전부였던 그 세계를 잊어야만 하는 것이 힘들다. 아이에겐 그래도 엄마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기억들이 자기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우리를 가두는 것인지, 진정한 자유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괴로워도 고통스러워도 마주보고 서서 직면해야 하는 문제들도 세상엔 있는 법이니까. 진정 자유롭다는 건 고통스런 기억일지라도 그것을 내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소년과 그의 어머니는 용기 있었다.


"깔개는 어디다 깔아? 소파 옆? 침대 옆?"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잭, 온통 올이 풀리고 7년 동안 때가 묻은걸. 여기서도 냄새가 나네. 엄마는 네가 그 깔개 위에서 기는 법을 배우고 걷는 법을 배우는 걸 지켜봐야 했어. 넌 깔개에 걸려서 계속 넘어지기도 했지. 그 위에서 똥도 한 번 쌌고 수프를 흘리기도 했어. 무슨 수를 써도 정말 깨끗해지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난 깔개 위에서 태어났고 깔개 안에서 죽었잖아."
"그래, 그래서 엄마는 그걸 소각장에 던져버리고 싶단다."
"안 돼!" (488~489쪽)


"안녕, 방아."
나는 채광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말했다.
"인사해. 안녕, 방아."
엄마는 소리 없이 말했다. 나는 한 번 더 돌아보았다. 방은 어떤 일이 일어났던 구멍, 분화구 같았다. 우리는 문밖으로 나갔다. (515쪽) -룸, 엠마 도노휴 장편소설, 유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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