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의 삶을 그리다
포피(Poppy)는 양귀비를 말한다. 양귀비는 앵속 · 약담배 · 아편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인 탈북 여성이 자신이 일하는 키스방에서 자신을 지칭하는 닉네임으로 포피를 쓴다.
이야기는 키스방에 찾아간 소설가와 그를 상대하는 탈북여성 포피가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저자는 드라마 작가이기도 한데, 다큐드라마를 집필한 이력이 있어서인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왠지 진짜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르포르타주 같은 느낌이었다.
가난에 허덕이다 탈북을 해 남한으로 왔지만 그녀는 키스방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남한의 소비자본주의를 꼬집는다. 돈이 되는 것이라면 성(性)도 키스도 매매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병폐와 윤리의식의 부재를 말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탈북자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할 줄 알고, 존중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 더불어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를 궁리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남조선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그곳이 평등한 사회, 빈부의 차이가 없는 사회란 믿음입니다. 사실 북한은 그런 사회가 아니에요. 인간이 사는 곳이면 빈부의 차이는 어디든지 있는 법이죠. 그럴 수밖에 없어요. (82쪽)
하지만 좌절의 기억이 무의식 속에 숨어 그를 약간 비정상으로 만든 거죠. 아사가 찾아왔을 때, 다른 리당비서들처럼 기회주의적인 처신을 하지 않은 것도, 저는 좌절의 기억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좌절은, 콤플렉스는, 정말 괜찮은 인간으로 자신을 밀어 올리는 힘이 되었죠. (209쪽) 포피, 강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