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을 들여다 보는 시인의 일
이 시집의 뒷장에는 해설이 나와 있지만, 해설을 쓴 허수경 시인조차 시는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시는 다만 느낄 수 있는 어떤 순간의 조각이고 풍경이고 거기서 갈라져 나온 감정의 파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내게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는 것은 마음의 허기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가 그토록 그리웠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이 시집에 담긴 시를 7년 동안 썼다고 한다. 7년의 그리움, 7년 동안 품었던 이름. 시에 대한 사랑.
나는 이 시집에 수록된 光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흠집 마저도 들여다보는 것이 시인의 일이고 그 흠집 투성이의 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시인의 일이고 그 흠집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또 시인의 일이라는 생각을. 군대에서 군화를 광 나도록 닦으며 시인은 군화에 새겨진 흠집에 대해 생각하고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아버지로 인해 깊이 패인 삶의 흠집을. 그 흠집은 상처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그 흠집을 인정하고 껴안으면 그 흠집 투성이의 인생에서도 빛이 난다는 것을. 슬픔(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음)도 자랑이 될 수 있음을 시인은 이야기한다.
이렇듯 이 시집에는 뭉근하게 끓인 생의 뜨거운 순간들이 녹아들어 있다.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보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