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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an 21. 2017

회사원

무한경쟁의 시대, 저녁 없는 삶에 관한 은유

감독 임상윤

출연 소지섭, 곽도원, 이미연, 김동준, 이경영


영화 회사원

지하철(출근 시간대의 지하철은 지옥철로 불리기도 한다)을 타고, 출퇴근 하는 우리의 주인공 지형도(소지섭). 회사로 출근하는 형도의 표정은 무표정하다.


영화 회사원

회사 안에서 나름 능력을 인정 받고 있는 유능한 사원이지만, 그는 회사 안에서 한 번도 웃지 않는다.


이 영화 속에서 형도가 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그가 이 회사에서 일하는 이유는 월급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거의 웃지 않는다.  이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러 가는 날 지하철 안에서 보였던 웃음과, 이력서에 붙일 증명 사진을 다시 찍으면서 보여준 웃음. 그리고 어린시절 좋아했던 가수 유미연(이미연)을 다시 만나면서 보여준 웃음. 그것이 전부다.


영화 회사원

젊은 부하 직원이 능력을 인정 받고 고속 승진을 거듭하자, 그를 시기하는 무리도 존재한다. 회사 안에서 그는 사장에게 신임을 받고 있지만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라훈(동준)을 만나면서 평범한 삶을 꿈꾸게 되지만, 회사에서는 그를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또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나가는 것 역시 만만찮은 일이다. 회사를 나간다는 것, 회사에서 해고된다는 것은 밥줄이 끊어지는 것 - 즉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영화 회사원


남을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경쟁 사회.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회사원들의 고단한 일상을 영화는 청부 살인회사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의 일상을 보여주며 비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오직 조직의 일원으로서만 존재했고, 그 안에서만 존재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었던 형도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또 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한 사람으로서의 행복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영화 회사원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지 않으며, 갑옷(방탄복)으로 자신을 무장하고 전쟁에 임하는 기분으로 미친듯이 일하고, 자기계발을 하고 능력을 키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런 세상 속에서 개인은 조직(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하며 그 속에서만 가치를 인정 받게 되었고,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가치 없는 인간이 되어버리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것. 즉, 개인의 행복 추구에 있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을 저당 잡힌 채 오직 일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형도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저당 잡힌 행복, 자신의 미래를 찾으려고 그는 회사를 나오려고 하지만 죽어야만 나올 수 있는 회사는, 그에게 그것을 포기하라고 한다.  형도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를 바라본다. 그때 그는 어딘가에 소속된 누군가가 아니라, 그저 지형도라는 인간으로 존재하고 싶지 않았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좋았고, (회사에 들어가기 전 형도는 뭔가 꿈에 부풀어 있는 모습이었다.) 영화가 던진 메시지도 좋았지만, 다소 설득력 없는 전개는 조금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상상했던 이 영화의 내용이 회사에서 미연을 죽이라고 해서  (살인청부의 대상) 형도가 이 여자를 죽이려고 하다가 사랑하게 되어 그녀를 살리기 위해 회사를 나오는 줄거리를 기대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단지 동기부여의 대상,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미연 캐릭터가 아쉽게 생각됐다.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전체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형도가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어떻게 살았고, 또 왜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됐는지 그 이유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오고 그에 대한 에피소드가 등장했더라면 더 풍성한 이야기의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특히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 받고 있는 형도가 단순히 '부탁이 있다'는 라훈의 말에 그를 살려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회사가 망했다고 말하는 사장에게 끝까지 총을 쏘던 형도의 모습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더라도 대본이 안 좋으면 배우의 연기가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대본 상의 허술함이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마저 퇴색하게 만든 것 같아,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편집하면서 삭제가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설득력 없는 전개로 인해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유미연과 지형도의 사랑을 조금 더 부각시켰거나 라훈을 살려둘 수밖에 없는 이유를 영화 속에서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줬더라면 관객들이 조금 더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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