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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an 23. 2017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마음을 채워주는 어떤 존재에 대한 사랑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이치카와 미카코, 쿠사무라 레이코, 미츠이시 켄, 다나카 케이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는 고양이를 빌려주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먹고 산다. 딱히 정해진 직업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그녀는 그런대로 꽤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싶어할 정도로 외로워하기도 한다. 그녀는 '이상하게 고양이들이 날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남자들에겐 인기가 없는 것을 푸념하기도 한다.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그녀의 집엔 그녀를 쫓아온 고양이들로 꽉 차 있다. 고양이가 여러 마리인 그녀는 고양이를 대여해주고 돈을 벌기도 한다. 그녀가 정해놓은 나름의 심사 기준이 있는데, 이 심사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고양이는 대여해주지 않는다. 그 심사 기준이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일 것' '외로운 사람일 것'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주는 그녀 역시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녀는 영화의 말미에서 초등학교 때 친구를 만난다. 그 친구는 절도범으로 쫓기는 신세였는데, 그녀에게 인도로 떠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떠나기 전날 암컷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에게 고양이를 빌려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는 그녀를 뒤쫓아 온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남긴다.


친구가 없어도 넌 외로워 보이지 않았어"


내가 보기에도 그녀는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혼자여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다. 그는 마루 위에 '요요'를 남기고 사라진다. 요요를 남기고 사라진 것은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무언의 약속 같은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사라지고 난 후 요요를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또 만나"라고 말하면서도 다시 못 볼 거란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구멍'이 있다고 이 영화는 말한다. '마음의 구멍' 말이다. 그 구멍은 '외로움'으로 인해 생겨난 것일 때가 많은데 어떤 이는 구멍을 먹어치우기 위해 도넛의 가장자리를 돌려가며 먹듯이 구멍 자체를 잊으려 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본디 구멍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메우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외로운 사람이 너무나 많다. 벗어날 수 없는 슬픔이 너무나 많다.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주자. 마음의 구멍을 메울 수 있도록." 사요코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에 난 빈 자리를 채워야 하는 것. 그녀가 그토록 열심히 외로운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주러 다닌 것 역시 그녀가 외로웠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시절 자신을 지켜주던 할머니가 떠나고 그녀의 곁엔 고양이들이 남았다. 그녀는 할머니의 부재로 가슴에 난 구멍을 고양이를 키우며 채운다. 외로운 존재는 외로운 존재를 알아보는 법. 그녀는 다른 사람의 가슴에 난 구멍 역시 그렇게 메워주려 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마음에 반짝 눈물이 났다.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내 마음엔 구멍이 생겨버렸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매일 화가 나리만치 눈부신 아침이 오고 바보처럼 하루 세 번 배가 고프고 끈질기게 해가 지면 달이 뜨고 토할 것 같은 봄이 가고 미친 여름이 지나갔다. 슬픔만 가득해서 메울 길 없는 마음의 구멍을 조금씩 채워준 것이 고양이들이었다." 사요코

외로움으로 인해 생긴 마음의 구멍을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런 존재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점이 아름답게 다가왔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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