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상자

Snow

과거의 어떤 시간 속으로 나를 데려다 놓는 음악

by 기록 생활자

나는 눈이 오는 날이면 브라이언 크레인의 Snow가 생각난다.

브라이언 크레인의 피아노 연주를 다시 들으니 Snow를 처음 들었던 날이 떠오른다. 내가 이 곡을 처음 들은 건, 어느 음반 매장에서였다.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근처에 있는 음반 매장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이 곡을 들었다. 이 곡을 들으면서 눈송이가 하늘에서 떨어질 때 그것을 아래에서 올려다 보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고, 눈이 녹아 땅 위로 스며드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렸을 때 눈이 아주 많이 왔던 날 눈사람을 만들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눈을 맞으며 길을 걸었던 기억도, 어렸을 때 눈의 맛이 궁금해 혓바닥을 내밀고 눈을 살짝 맛봤던 기억도, 그리고 눈이 오는 날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면서 기사 아저씨와 잠깐 얘기를 나누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 아저씨는, 캐나다에 아들이 유학을 가 있다고 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이렇게 궂은 날씨에 운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집에서 걱정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꺼냈더니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고. 아내와는 사별한지가 꽤 되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조금 나눴다. 나는 조금 취해 있었기 때문에 그 아저씨에게 조심해서 들어가라는 말도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술에 취하면 평소보다 말이 좀 많아지는 편이다.) 그 아저씨는 내가 취해 있다고 생각해선지 거스름돈을 정확하게 주지 않고 갔다. 그래도 눈이 많이 왔고, 시간도 늦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함구했다.


눈 오는 밤의 풍경들, 눈 오는 풍경 속의 시간에 내가 머물렀던 순간의 이야기들이 이 음악을 들으면모두 되살아나는 그런 느낌. 이런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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