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이니까 말이죠
1년에 한번씩은 연필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
구석진 카페 의자라도 좋고,
허름한 식당들이 사이 좋게 앉아 있는
정겨운 골목이라도 좋다.
1년에 한번쯤은, 똥을 싸대는
모나미 볼펜 말고,
일본에서 물 건너 왔다는
하이테크 젤러펜 말고,
속은 좀 응큼할지라도 은근한
흑심을 품고 있는
소박한 연필군을 데리고,
세상의 길 위를 걷고 싶다.
그 길들을 걸으며, 포토그래퍼가 사진으로
그 길 위에 남은 자신의 흔적을
스케치하는 것처럼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빈 노트 위에,
내 마음 속 그림들을 글자로 조각해 넣고 싶다.
2008년 8월 23일, 노트에서
2008년에 했던 생각. 지금도 여행을 좋아하고 가보지 못한 곳의 길들을 걷는 일을 좋아하지만 굳이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삶이 곧 여행이니까. 여행하는 기분으로 매일을 새롭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