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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Feb 04. 2017

킬 유어 달링

그들이 사랑한 뮤즈

감독 존 크로키다스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데인 드한, 벤 포스터, 마이클 C.홀, 잭 휴스턴


'날 위해 아름다운 글을 써줘"라는 글귀가 박혀 있는 포스터에 끌려서 보게 된 영화였다. '천재작가들과 그들의 뮤즈'라는 포스터 속 문구 때문에 뮤즈가 여자인 줄 알았다. 작가들의 연애 이야기인가? 그 매력적인 여인은 누구인가? 궁금해서 보게 된 것도 있었는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작가들 중에 잭 케루악이 껴 있어서 본 것도 있지만) 그 뮤즈는 남자였다.

뮤즈가 꼭 이성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데 왜 이성이라고 생각했을까? (물론 영화 속에서 그들의 뮤즈로 등장하는 루시엔 카(데인 드한)는 동성애자이고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앨런긴즈버그 역시 동성애자로 그려지고 있지만)

영화 킬 유어 달링

루시엔 카 역할을 맡은 배우 데인 드한. 이 영화 보고 알게 된 배우인데, 굉장히 영국 귀족같은 이미지. 뭔가 오만해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묘하게 아름다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인듯.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 그래서 루시엔 카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캐스팅된 것 같기도 하지만.  

영화 킬 유어 달링

앨런 긴즈버그 역할을 맡은 다니엘 래드클리프. 해리포터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타자기 앞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처음엔 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영화 속에서 그의 연기는 해리포터만큼이나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존했던 천재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지만 좀 깊이 면에서는 아쉬운 영화였다. 약간 동성애 이야기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없잖아 있는듯.


영화 킬 유어 달링

영화에 등장한 작가 4인방의 실제 모습. 왼쪽부터 루시엔 카, 잭 케루악, 앨런 긴즈버그, 윌리엄 버로우즈.

루시엔 카는 실제로도 꽃미남. (그러니 좋다고 들러붙는 남자가 있었겠지만)

영화 킬 유어 달링

앨런 긴즈버그와 루시엔 카가 처음으로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된 날이 아닐까 싶다. 두 사람은 이후에 자살기도를 하지만 실패한다.


영화 킬 유어 달링

루시엔 카가 낡은 문장이 담긴 책 페이지를 찢어 벽에 망치질로 붙여 놓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이 장면이 가장 좋았다) 낡은 시대정신을 박제해 놓는 느낌.


앨런 긴즈버그가 블랙윙으로 글을 쓰는 장면이 나와서 반갑기도 했다. 예술가들이 사랑한 연필이라더니 정말인듯. 문학은,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문학은 결국 대상에 대한 애착이나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시엔 카를 통해 앨런 긴즈버그가 문학청년(작가지망생)에서 시인으로 성장하듯이 말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세상이든. 예술은 그것들을 사랑하는 것(행위)에 다름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킬 유어 달링

루시엔 카의 실제 모습. 데인 드한과 상당히 흡사하다. (데인 드한이 조금 더 미남인 것 같긴 하지만)


영화 킬 유어 달링

이 영화 속에서 타자기를 두드리는 앨런 긴즈버그의 모습은 매혹적이었다. (글 쓰는 남자가 섹시할 수 있다니)  

영화 킬 유어 달링
"난 첫경험 좋아해. 내 인생이 '처음'으로 꽉 찼으면 좋겠어. 삶의 폭이 넓어야 재밌는거잖아." -루시엔 카

아무튼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은 불가항력'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영화 킬 유어 달링
 "진짜 작가들은 침대 속이나 참호 속 혹은 망가진 곳에 있지. 네 참호는 어디야, 알?" - 잭 케루악

그 사랑의 힘으로 누군가는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 사랑의 힘이 있어 세상은 굴러가고, 이만큼 발전해왔을지도 모른다.

데이빗 캐머러를 동성애 공격자로 고발한 루시엔 카는 1급 살인을 선고받아 소년원에서 18개월을 복역했다. 그는 2005년 사망 전까지 유나이티드 프레스의 편집자로 일했으며 두 번 결혼해 저녀 셋을 뒀다.

결혼 후 미시간으로 이주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디 파커의 가족이 잭 케루악의 보석금을 내줬지만 잭은 뉴욕 친구들과 어울리며 결혼을 무효로 하고 소설 '길 위에서'의 모티브가 되는 여정을 시작했다.

윌리엄 버로우즈는 가족을 떠나 뉴욕에서 소설 '정키'와 '네이키드 런치'에 담은 어두운 삶을 살았고 잭과 함께 데이빗 사건을 공동집필했지만 60년간 출간되지 못했다.

컬럼비아에서 퇴학당한 앨런 긴즈버그는 미국 역사상 최다 수상의 시인이 됐으며 첫 시집인 '아우성과 기타'를 루시엔에게 바쳤지만 루시엔은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영화 킬 유어 달링
"주의하라. 거긴 이상한 나라가 아니다. 네 영혼 안에서 광기가 자라는  소리가 들린다. 네 무지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네 외로움 또한... 너, 고통받은 자여. 숨은 사랑을 찾아...주고, 나누고, 잃어라. 피우지 못한 채 죽지 않도록. - 앨런 긴즈버그가 루시엔 카를 생각하며 쓴 글.

결국 문학도 삶 속에 있는 것이고 삶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닿기 위해, 또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삶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그들은 글을 썼을 것이다. 사랑한다면 표현할 것.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나눌 것. 그러다 그것을 잃는 순간이 온다해도 그 역시 내 삶을 꽃 피우는 과정임을 잊지 말라고 영화는 말했다.


삶은 언젠가 스러진다. 꽃도 언젠가는 시든다. 하지만 그 역시 생생하게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화는 시들지 않지만 향기를 가질 수 없고 생화는 언젠가 시들지만 향기를 남긴다. 어떤 향기로 남을 것인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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