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 생활자 Feb 06. 2017

마담 뺑덕

욕망의 하이힐을 신고 달리다

감독 임필성

출연 정우성, 이솜


시키는대로 다 했잖아요.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영화 마담 뺑덕

정우성과 이솜의 수위 높은 베드신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마담 뺑덕. 심청전을 어떻게 비틀었을지 궁금했다. 인간중독과 이 영화를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개인적으로는 인간중독 보다는 이 영화의 스토리가 그래도 낫지 않나 생각한다.



영화 마담 뺑덕

이 영화는 불미스러운 오해에 휘말려 지방 소도시 문화센터의 문학강사로 내려온 심학규라는 젊은 교수와 놀이공원의 매표소 직원으로 일하는 처녀 덕이가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사실 심청전에 악녀로 등장하는 것은 '뺑덕'이가 아니라 '뺑덕 어미'이다. 이 영화에서는 '뺑덕'이가 '뺑덕 어미'로 나온듯하다. 덕이(이솜)는 버스 정류장에서 양복을 근사하게 차려 입고 서 있는 심학규(정우성)를 빤히 쳐다본다. 학규는 그런 덕이의 시선에 "양복 입은 사람 처음 봐"라며 속으로 불쾌감을 느낀다.


놀이공원 매표소에서 일하는 덕이에게 덕이의  어머니는 (덕이의 어머니는 청각장애인이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사람과 맞선을  볼 것을 권한다. 덕이는 싫다고 대답하면서 '어머니에게 '내 미래가 걱정 돼?'라고 묻는다. 그리곤 '걱정마. 계속 이렇게는 안 살거니까'라고 대답한다. 문화센터에 강사로 있는 그를 보기 위해 문화센터 소설 창작 수업을 듣던 그녀는 자신의 책상을 두드리는  학규의 손을 보게 된다.
 
매끄럽고 흰 손. 고생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손. 그 손에 덕이는 마음이 끌린다. 마음의 눈이 멀어버린 것이다.


2. '욕망의 하이힐'을 신고 달리다

영화 마담 뺑덕

영화를 보다 보면 덕이가 쇼윈도에 있는 하이힐을 들여다보는 장면과, 이후에 학규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그 앞에 나타날 때 이 쇼윈도에 있던 하이힐을 신고 나타나는 장면에서 하이힐이 꽤 많이 클로즈업 된다. 하이힐은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 최상위층의 안락한 삶을 꿈꾸는 덕이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그랬던 것 같다.


영화 마담 뺑덕

덕이는 학규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결국 그가 가진 사회적 지위와 안락한 생활이 탐났을 뿐이다. 덕이는 그것을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그녀에게 최선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샐러리맨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었겠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부한다. 그녀에겐 그것이 시시해보인다. 그녀는 우아하고 화려하게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학규가 자신에게 푹 빠진 것처럼 보이자, 그의 옆자리로 가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하지만 학규에겐 이미 가정이 있었다. 덕이는 학규가 유부남인 것을 알게 되지만 그에 대한 마음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학규의 아이까지 갖게 되지만, 복직을 하게 된 학규는 서울로 돌아가게 된다.


서울로 돌아가려고 짐을 꾸리고 떠날 채비를 하는 학규를 찾아가 임신 사실을 알리지만 학규는 그녀의 손을 이끌고 산부인과로 향한다. 아이를 지우게 되고 그에게 버림을 받게 되는 덕이는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까지 자신의 실수로 잃게 된다. 마음 뿐 아니라 몸에 상처(화상)까지 입게 되는 덕이.  학규는 복직을 하고 소설도 출판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만 그의 아내는 자살을 하게 된다. 이후 방황을 하게 되는 학규. 카지노를 들락거리고, 제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등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듯한 그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덕이.


영화 마담 뺑덕

모든 화살을 '학규'에게 돌린 채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덕이는 이후 눈이 멀게 된 학규의 옆집으로 이사를 가고 그가 재산을 탕진하고 딸까지 일본으로 성매매 업소에 팔려가게 만든 후 곁을 지키면서 그의 눈이 완전히 멀도록 만든 후 그를 괴롭힌다. 학규는 옆집으로 이사를 온 여자가 '덕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래도 '덕이'에게 자신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매달린다. 그만큼 외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학규의 딸 '청'이가 돌아온다. 청이는 일본의 대기업 회장인 노신사와 함께 귀국해 덕이에게 복수를 한다. 그리고 덕이는 학규에게 자신의 눈을 이식해주게 된다. 청이가 그녀를 납치해 수술을 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눈이 멀게 되고, 눈이 먼 그녀의 옆에 학규가 앉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이 난다.


덕이와 학규는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사람이 말하는 사랑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두 사람은 서로의 욕망에 솔직했을 따름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희생이나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놀아나고, 그로 인해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가 자살하고, 또 그로 인해 원치 않는 성매매까지 하게 된 청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라는 이유로 '학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사랑에 가까워 보였다. (좀 이해는 안 갔지만)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봐서 그런지, 재미있게 봤지만 정우성과 이솜의 '정사'장면만 강조한 것이 좀 아쉽게 생각되는 그런 영화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킬 유어 달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