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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Mar 06. 2017

돈의 맛

돈의 맛에 중독된 사람들의 이야기

​감독 ​임상수

​출연 ​김강우, 백윤식, 윤여정, 김효진


돌고 돌아 '돈'이라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곳간에 차곡 차곡 쟁여지기만 하는 것이 또한 '돈'이다. 돈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상위 1%의 사람들.  굴릴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들의 금고에 보관되는 그 시퍼런 종이 다발들. 어떤 이는 그 돈에 현혹되어 자신의 인생을 갖다 바치고, 어떤 이는 살인을 저지르며, 또 어떤 이는 생목숨을 끊고, 또 다른 이는 '사람'을 사기도 한다. 돈은 이렇듯 힘이 세다. 하지만, 돈을 벌어들이는 것만이 인생의 목적이 될 때, 그 삶은 얼마나 황폐할 것인가. 돈이 많으면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돈으로 사람의 마음까지는 살 수 없고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잠시 행복감에 도취될 수는 있을지언정 '행복' 그 자체를 살 수는 없다.
 
혹자들은 '돈'이 사람 노릇을 하는 세상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돈'은 사람들 사이를 돌고 돌며 '소비'와 '소득'의 경계를 넘나드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그 돈으로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물건이 있기 때문이다. '돈'은 어디까지나 그것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도구인 것이다. 하지만 사실 돈은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땀 흘려 일한 대가로 받은 돈으로 스스로를 먹여 살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돈으로 인해 수많은 괴로움과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돈으로 인해 행복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은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돈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내가 눈물을 흘릴 때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내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것인가? 아니, 내가 죽은 후에 돈이 나를 위해 눈물 흘려줄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그런데도 어리석게도 사람들은 몇 십년을 함께 자라고 생활하며 나를 아껴주는 그 누군가를, '돈' 때문에 죽이기도 한다.
 
돈의 맛에 중독된 어리석은 사람들의 모습은 영화 '돈의 맛'에 너무나도 잘 묘사되어 있다.

 

"돈 펑펑 썼지. 원 없이. 근데, 그게 그렇게 모욕적이더라고."(윤회장) 

윤회장(백윤식)은 돈 때문에 재벌가의 상속녀인 백금옥(윤여정)과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 내내 그는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다. 사실 그의 모습은 남편보다는 '백금옥 대신 백금옥의 더러운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는' 하수인의 모습에 더 가깝게 그려지고 있다.
 
그는 백금옥 대신  지폐 다발이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나가 회사의 비리를 감추는 일을 도맡아 한다. 이들은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다. 문제가 생기면 '돈다발'을 들이밀며 덮으면 되기 때문이다.
 
윤회장은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하녀 에바와 사랑에 빠진다. 그것이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윤회장이 에바와 함께 떠나려고 했던 것을 보면 그것은 아마도 사랑이었을 것이다. 물론 불륜이다. 백금옥은 의외로 그를 쿨하게 보내준다.
 
윤회장은 백금옥을 떠났다가 딱 한 번 다시 집에 오는데 이는 비밀 금고에 숨겨져 있는 뭉칫돈을  몇 개 챙기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백금옥은 그가 돌아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듯 그 뭉칫돈을 자신의 비서 영작(김강우)을 시켜 다른 곳으로 옮긴다. 윤회장은 백금옥을 떠나서도 돈의 맛을 잊지 못했고, 그 맛을 쉽게 끊지 못했다. 하지만 윤회장은 백금옥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에바와 출국하려던 윤회장은 백금옥으로 인해 출국을 하지 못하게 되자 에바를 데리고 잠적한다. 백금옥은 그를 쿨하게 보낸 것 같지만, 사실은 쿨한 척을 했을 뿐이었다. 백금옥은 비서인 영작을 시켜 에바를 납치한 후 자신의 집 수영장에서 죽인다.
 
에바와 남은 여생을 보내려 했던 윤회장은 에바가 죽고 난 이후, 극도의 상실감에 빠져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된다. 백금옥은 사람들 앞에서 그의 죽음을 아름답게 포장하느라 바쁘다. 그녀는 그를 추모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
 

영작은 돈의 맛에 중독돼 어떠한 굴욕도 참고 견디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이윽고 그들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장에 부임한 백금옥의 딸 나미(김효진)와의 관계를 단칼에 끊지는 않고 이어간다.
 
그가 그녀를 끝내 내치지 않았던 것은 그녀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손을 동아줄처럼 붙잡고 상류사회로 진입하고자 하는 '욕망의 뿌리'가 그의 안에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돈의 맛은 비리고 쓰기만 했다.   이 영화 속에는 행복한 척만 하는 '불행한' 사람들이 나온다.  미소 짓고 있는 가면으로 울고 있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 또한 어둡고 습했다. 어둡고 습한 영화라는 느낌. 정사씬이 너무 많이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좀 별로였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를 신나게 부르던 김강우의 모습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돈이 많거나, 적거나 - 돈의 맛에 현혹되거나 돈(검은 돈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별일 없이 살 수 있다면' 그래, 그것도 꽤 좋은 인생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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