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A/S가 되나요?
감독 제프 바에나
출연 데인 드한, 오브리 플라자, 안나 켄드릭, 매튜 그레이 구블러
한 남자의 사랑의 A/S
이 영화는 혼자 하이킹을 하러 갔다가 뱀에 물려 죽은 베스의 장례식에 베스의 애인인 잭(데인 드한)이 참석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베스가 그렇게 죽기 전에 두 사람은 다퉜고 그래서 마음이 더욱 불편했던 잭은 베스의 집에 드나들며 베스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곳에서 베스의 목도리를 가지고 오는 잭. 겨울 목도리지만 목에 두르고 다니고 가족들은 그런 잭을 걱정하며 잭에게 여행을 떠나라고 권한다.
그러던 어느날 베스가 돌아온다. 죽었던 베스가 말이다. 잭은 베스가 살아 돌아오자 원래부터 죽지 않았는데 베스의 부모님과 베스가 자신을 속였다고 믿게 되지만 이내 베스가 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에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 데인 드한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못 봤을 것 같다. 사실 데인 드한이 출연한 영화라 보게 된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잃었을 때 '그 사람이 살아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영화는 그 질문에서 시작된 영화 같다.
잭은 베스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갑작스런 사고로 베스와 헤어지게 된다. 베스를 잃어버린 그는 베스가 살아있을 때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하지 못한 것과 함께 하지 못했던 일들을 생각하며 자책하고 후회했을 것이다. 베스의 목도리를 그는 베스의 집에서 가져온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목도리였지만 그는 그걸 목에 두르고 다닌다. 이는 잭이 베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감정적으로 베스와 아직 제대로 정리를 못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 같다고 느껴졌다. 좀비가 된 베스는 예수가 부활한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는 베스가 가스렌지를 등에 짊어진 채로 잭과 하이킹을 떠나는 장면에서 풍자적으로 그려진듯 보인다. 가스렌지는 십자가에 비유된듯한 느낌이 든다.
잭은 베스로 인해 마을이 좀비들로 들끓게 되자 결국 베스를 떠나 보내기로 결심한다. 베스의 머리를 총으로 쏘기 전에 잭은 베스에게 "우린 많은 걸 같이 했었지만 작별 인사는 하지 못했었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베스에게 "다시 돌아와줘서 고맙다. 덕분에 세상은 잠시 개판이 됐지만 내게 두 번째 기회를 준 거잖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총으로 베스를 쏘게 된다. 잭은 베스의 목도리를 베스의 무덤에 놓아두고 가족들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잭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엄마 친구의 딸 웩슬러가 그에게 나타난 새로운 사랑이고 베스는 떠나 보내야 하는 과거의 연인이 되었다. 그녀의 물건인 목도리를 잭이 버리지 못하고 집에 들고 온 순간 그녀가 좀비가 되어 나타났고 영화 말미에 잭이 그 목도리를 베스의 무덤에 놓아두고 떠나는 장면은 잭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촬영된 장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짐에도 시간이 필요한데,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그 시간을 얻지 못한 남자가 좀비가 되어 돌아온 연인과 함께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함께 하고 감정적으로 정리를 한 후 그녀를 다시 떠나 보낸다는 줄거리를 가진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헤어짐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 또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길 때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