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되고 싶었던 여자의 이야기
감독 변영주
출연 김민희, 이선균, 조성하
화차(火車)는 지옥에서 죄인을 실어 나르는 불 수레를 말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 '화차'는 소설과 결말도 다르고 - 캐릭터의 면면(예를 들면 약혼자의 직업이 은행원에서 수의사로 바뀐 점)이라든지 특정 캐릭터의 비중 역시 다르지만(이 영화 속에서 화자는 사라진 여자의 약혼자로 보이지만 원작은 그의 부탁을 받고 사건을 수사하는 휴직 중인 형사가 화자로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는 뇌물을 받아 먹고 형사복을 벗게 된 남자로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범인을 검거하려다 총에 맞아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휴직하게 된 것으로 나온다),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다.
원작과는 분명히 다르면서도, 원작을 훼손하지 않은 느낌의 영화랄까? 특히 약혼자 캐릭터가 소설과 달리 조금 더 따뜻하게 그려져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다. (한국인의 정서에도 그게 더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소설을 읽고 나서 '무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 원작을 읽고 나서 봤음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또 다시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 인물이 무섭다라기보다는, 등장 인물을 그 지경으로까지 몰고 간 그녀를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들이 무섭게 느껴졌다. 아마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다가오는 측면도 있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허구이다. 물론 이 영화와 비슷한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던져준 적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인생을 훔친 여자)에서 그 사건을 다루기도 했었고 말이다.)
영화 속에서 눈여겨볼 것은 선영 - 아니, 차경선(김민희)이 나비를 키웠다는 사실이다. 소설 속에서는 뱀이 등장하는데, 이는 여자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설명해주는 상징으로 볼 수 있다. 뱀이나 나비나 허물을 벗는다는 점에서 같다. 여자 주인공은 나비가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유로워지고 싶었을 것이다. 모델 하우스의 사진을 찍은 것도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을 꿈꿨던 것을 의미한다. 그녀에게는 꿈만 같은 그런 '집'. 그러한 그녀의 마음이 나비나, 모델 하우스를 촬영한 사진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이, 명치 끝에 걸려 계속 나를 찌르는 느낌이다. (소설 속에서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지만) 화차에 올라탈 수밖에 없었던 불행한 여자의 비극적인 삶의 이야기였다. 지어낸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많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