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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May 26. 2017

조용한 만남

3분짜리 초단편 영화에 담긴 사람의 마음

김정중 감독


3분, 컵라면 하나를 끓일 수 있는 시간. 이 영화를 보니 3분이란 시간이 그렇게 짧지만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시각 장애인과 청각 장애인의 만남을 그린 영화다. 시각 장애인인 남자는 냄새와 소리로 모든 것을 기억한다. 청각장애인인 여자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다. 여자는 남자가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남자는 그 옆에 앉아 책갈피에 달린 방울이 딸랑 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남자는 풍경 소리를 떠올리며 그 소리를 듣는다.
 
여자는 지하철이 오자 자리에서 일어나고 남자는 무작정 여자를 따라간다. 여자는 방울을 떨어뜨리고, 남자는 가까스로 방울을 집어 여자에게 건네려 하지만, 듣지 못하는 여자는 그냥 가버린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다시 남자는 책을 읽고 있는 여자 옆에 앉게 된다. 여자의 책 넘기는 소리, 침묵을 통해 남자는 여자가 방울 소리의 주인임을 알게 된다. 남자는 그녀의 손을 잡고, 여자는 깜짝 놀란다. 그녀의 손에 그녀가 떨어뜨리고 간 방울을 건네주는 남자.
 
영화는 여기서 끝이 난다.  사랑이라는 것은 본디 형체가 없다. 우리의 마음도 그러하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담아 남자가 여자에게 건네고, 들리지 않지만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느낀다. 어쩌면 그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을 설명할 수 없듯이. 보이지 않는 것을 차곡차곡 담아 3분이라는 시간 안에 고스란히 전해주려한 감독의 노력과 따뜻한 진심이 잘 묻어나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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