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 생활자 May 27. 2017

혼자 있고 싶은 남자

남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남자들의 심리를 실제 상담 사례와 곁들여 풀이한 책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남자들은 어떤 문제가 생길 때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남편과 말다툼을 했을 때 남편이 혼자 있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며 "얘기해서 풀어야지, 왜 문제를 회피하려고 하느냐"라고 묻자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남편이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동굴 이야기가 떠오르며 피부에 와닿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들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동굴을 필요로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하는 것 같고 남자는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하는 거 같다는 생각.

남자가 동굴로 들어가고 싶어할 때 여자가 할 일은 그저 기다리는 일이다. 기다리면 그만의 해답을 갖고 돌아온다. 얼굴도 한결 밝아진 채로. 남자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 상황을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감정에 치우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 같다.

남편이 혼자 있고 싶어할 때는 그냥 두는 편이다. 남편이 얘기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 대화하면 훨씬 부드럽게 얘기가 되고 남편 쪽에서 "아까 내가 잘못한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 먼저 사과할 때도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잘 읽은 것 같다고 생각했던 대목은 게임하는 남자의 심리를 풀이해놓은 페이지에서였다. 나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서 남편이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크게 간섭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심리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다.

이 책의 "남자는 게임을 통해 마음껏 실패하고 성공할 기회를 얻고 그 속에서 심리 치유를 하고 성공의 감각을 맛본다는 것,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게임을 통해 극복할 힘을 얻게 된다는 점. 여자는 드라마를 보면서 관계와 성취의 성공과 실패를 시뮬레이션 해 보면서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남자들은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실패와 실수로 인한 좌절감을 극복해나갈 마음의 힘을 기른다는 것. 실패에 대한 내성을 게임을 통해 쌓아간다는 것이었다.  

그 점을 알고 나니 남편이 게임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됐다. 실제로 게임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도 해서 불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냥 둔 것이었는데 휴일에 게임만 하는 것 같아 가끔 잔소리를 할 때도 있었다. 남자들이 게임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나니 잔소리를 안 하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는 남편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딸의 갈등, 어머니와 아들의 갈등 등 가정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갈등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나가면 좋을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남자의 심리 때문에 갈등하고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