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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May 29. 2017

달팽이의 별

촉각의 세계에서 만난 사랑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도 느낄 수 있으니 사랑할 수 있다.


촉각의 세계에 사랑은 닿아 있고, 사랑은 어쩌면 보이고 들리는 그 너머의 어디쯤에 있으니까.



한 여자가 남자의 손등을 두드린다. 둘만이 아는 대화. 둘만의 소리없는 커뮤니케이션.


타자기를 두드리듯, 두드려서 남자의 마음을 읽고, 남자에게 마음을 전하는 여자.
 

이들에겐 장애가 있지만, 이들의 사랑에 장애란 없다. 척추 장애인과 시청각 장애인의 사랑을 다룬 다큐멘터리.


어쩌면 이다지도 고운가. 어쩌면 이다지도 사랑하는 모습이 예쁜가.
 
이 어여쁜 사랑 앞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조금 느리게 돌아가는 달팽이 별에 사는 두 사람의 사랑.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영찬 : 고여 있는 물은 부드럽고 부드러운 느낌인데 떨어질 땐 톡하고 떨어지고.
 
순호 : 비가 막 내릴 때 땅이 젖어들 때 나는 냄새가 너무 좋아.
영찬 : 냄새도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순호 : 마음 속에

"형, 중요한 건 형은 이미 둘이 살고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장가를 가라고."
"뭐래?"
"그렇게 부러우면 장가가래."
 
"가고 싶지. 여자가 없으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가기 위해선 네 자신이 준비가 돼 있어야 될 거 아냐."
"형, 솔직하게 얘기해볼까? 형은 그때 준비가 되어 있었어?"
"돼 있었지."
"뭐, 경제적인거?"
"외로움."
"피하지 말고, 뭐 되어 있었는데? 경제적인거?"
"외로움이 준비돼 있었지."
 
"덜 외로워서 그런거야, 그럼? 못 만난 게?" - 영화 달팽이의 별 中



 

지구는 승차감이 없는 기차 같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아침에서 점심으로
점심에서 저녁으로
여행을 한다 - 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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